청년의 불안한 마음, 다같이 귀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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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91 Date2018.03.05 11:43

청년의 마음건강을 주제로 청년 대표, 심리상담 전문가 등이 모여 포럼을 열었다.

청년의 마음건강을 주제로 청년 대표, 심리상담 전문가 등이 모여 포럼을 열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의 과부하를 견디려 종종 병원 처방을 받는다. 그러나 그 접근 자체가 어렵다. 비용 문제도 있지만, 우울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무엇보다 두렵다. 진료 기록에 ‘우울증 치료 이력’이 남는 게 아직까지 사회적 주홍글씨로 인식되고 있는데, 애써 숨기고 외면하려다 치료의 적기를 놓치기도 한다.

청년들은 더 두렵다. 우울증이라는 주홍글씨가 앞으로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무서운 생각만 든다. 아직 제대로 사회에 발 딛지도 않았는데. 우울증이 있다고 하면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수두룩하다. 이런 환경에서 청년들의 우울, 불안은 가시화되기 어렵다. 게다가 불안정한 취업 시장, 확실치 않은 미래, 치열한 사회 내 경쟁 분위기가 겹쳐지면서 이들의 마음 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청년의 불안한 마음은 불안한 사회로 연결된다.

지난 20일 서울 시민청에서 청년의 마음 건강을 주제로 ‘마음건강과 주도적 삶의 기획’ 서울청년 포럼이 열렸다. 청년들의 마음 건강 문제를 개인적 질환의 문제로 보는 것에서 개인·민간단체·행정조직이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 인식한 이번 행사에는 청년 커뮤니티 대표, 심리상담 전문가, 사회조사 전문가, 행정 공무원 등이 참여해 발제와 토론을 이어갔다. 적잖은 청년들이 마음의 병과 대면하기 위해 병원보다 청년 커뮤니티를 먼저 찾는 이유, 우울감과 우울증의 차이, 청년들의 마음 건강을 당사자와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전문성 등 의미 있는 질문들이 던져졌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청년심리문제는 개인질환이 아닌 사회문제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청년심리문제는 개인질환이 아닌 사회문제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세션은 청년의 마음 건강을 논하기 위해 ‘청년’ 그 자체를 다시 한 번 재정의하는 부분이었다. 청년이라는 단어에 포함된 일반적인 청년상(像)과 고정된 청년 이미지와 동떨어진 이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현실과 이미지의 괴리에서 구조적인 우울감과 불안, 우울증에 휩싸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나의 단어로 묶기에 청년으로 불리는 2,30대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스펙트럼은 너무 다양하다. 그래서 청년심리문제를 사회문제로서 해결하고자 할 때는 더 많은 청년들의 마음 건강을 분석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여기서 사회 조사가 주업무인 민간단체와 제도적 방안을 제시하는 공공행정기관이 힘께 한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우울감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앓는 청년이라면, 비전문적인 상담과 성급한 제도적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사자 청년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를 정확히 파악해, 전문적인 치료와 제도적 지원, 민간 부분에서의 상담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를 각 주체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불안하고 부정적인 감정 상태인 청년들에게 모호한 해결책을 주는 것은 상황을 더욱 혼란하게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원활한 소통이었다. 청년 당사자들과 도움을 주는 민간단체, 전문가, 행정 부처 간 구체적인 소통 매뉴얼을 통해 이야기한다면, 청년들의 마음 건강 문제를 개인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끌고 나와 가시화할 수 있다.

사람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는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각 사회 구성체가 연합해 청년들의 마음 건강을 관리할 좋은 매뉴얼을 만든다고 해도, 우울증과 같은 마음,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유지되는 한 근본적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주홍글씨를 없앨 인식 개선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되는 자리가 더 마련되길, 청년들의 마음이 튼튼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확립되기를 바란다. 안정적인 사회는 청년들의 건강한 마음을 뒷받침할 것이다.

청년포럼에 참가한 많은 청년들.

청년포럼에 참가한 많은 청년들.

MISFITS이 글을 20대 청년 미디어 ‘미스핏츠’(misfits.kr/about)가 쓴 기사입니다. 미스핏츠는 스펙 쌓기와 무한 경쟁에 파묻힌 20대의 모습을 벗어나, 세상을 향해 온전한 20대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내 손안에 서울>에도 20대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 특히 청년, 여성 분야 등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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