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죽음 위한 선택…‘연명의료결정법’

시민기자 이현정 시민기자 이현정

Visit662 Date2018.01.30 16:25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오는 2월 4일부터 시행된다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오는 2월 4일부터 시행된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91)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과 존엄사

의료기술 발달로 임종 과정은 오히려 더 처참해졌다. 각종 주사제, 항암제, 수액 등이 연결된 링거줄을 주렁주렁 달고, 기도삽관으로 호흡을 연명하며, 여기저기 튜브를 꽂고, 각종 기계장치에 의존한 채 의식 없이 맞이하는 죽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사망자 10명 중 7~8명이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80% 이상이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 1991년까지만 해도 임종 장소의 74.8%가 가정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급격한 변화다.

그렇다면 가족들과 격리된 채 중환자실에서 맞는 고통스럽고 고독한 죽음이 과연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임종 모습일까?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잘 죽을 순 없을까? 죽음을 더욱 현명하게 준비하고 맞이하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연명의료 vs 호스피스·완화의료, 당신의 선택은?

오는 2월 4일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지난해 8월 시행된 호스피스·완화의료 관련 조항들에 이어,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조항들까지 모두 시행됨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선택이 가능해졌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 즉,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을 연장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을 거부하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명 치료 대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통해 자연스러운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란 말기환자 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를 괴롭히는 통증과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음악이나 미술요법, 마사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신체적, 정서적, 영적 돌봄을 통해 환자와 가족들이 평안하게 준비된 죽음을 맞고 슬픔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총체적 돌봄을 말한다. 보통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등이 한 팀으로 환자와 가족을 돌보게 된다. ​보통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등이 한 팀으로 환자와 가족을 돌보게 된다. ​

(*말기환자 : 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에 걸린 후 적극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해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

2018년 1월 기준 보건복지부 지정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전국적으로 82곳이 있다. 전문기관 소개 및 이용방법이나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누리집(hospice.cancer.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말기 암 환자의 97%가 마지막 순간까지 항암치료를 받고, 호스피스 치료보다 5배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도 극심한 고통 속에 병상에서 의식 없이 생을 마감한다. 80% 이상의 국민들이 연명의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연명의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진단받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연명의료계획서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진단받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연명의료계획서

연명의료를 받고 싶지 않다면?

그렇다면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호스피스·완화치료를 선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자신의 연명의료 시행 방법이나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밝혀두면 된다.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진단받았다면 ‘연명의료계획서’를, 그 외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면 된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 의사 및 전문의 1인에 의해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진단 또는 판단 받은 환자에 대해 담당 의사가 작성하는 서식이다.

반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누구나 미리 작성할 수 있다. 단,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 전문가 상담 후 충분한 설명을 듣고 직접 작성해야 법적으로 유효한 서식이 된다. 또한, 작성자 또는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그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평소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향을 환자가족 2인 이상이 동일하게 진술하거나 환자가족 전원이 합의하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단, 무연고자나 독거노인 등 환자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본인의 진술이 없으면 대리인에 의한 연명의료 중단이 불가능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남겨두었더라도 실제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의료기관에서 담당 의사와 전문의 1인에 의해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나 뇌사상태 환자도 ‘임종기에 있다’는 의사 진단이 없으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다.

​법률상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등 4가지다. 통증 완화, 영양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공급 등은 어떠한 경우도 중단할 수 없다. 환자의 생명을 단축하는 시술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

■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대한 환자 의사 확인방법 (자료제공 : 보건복지부)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대한 환자 의사 확인방법

환자 상태 확인 방법
환자의 의사 능력이 있을 때 ㆍ연명의료계획서(말기·임종기 환자 작성 가능)
ㆍ사전연명의료의향서(원하는 사람 작성가능) + 담당의사의 확인
환자의 의사 능력이 없으나,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을 때 ㆍ사전연명의료의향서 + 의사 2인의 확인
ㆍ가족 2인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 + 의사 2인의 확인
    * 가족 : ①배우자 ②직계 존·비속 ③ 형제자매(①②없는 경우)
    * 환자 가족이 1인뿐인 경우, 1인의 진술로도 가능
환자가
의사능력이 없고,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도 없을 때
ㆍ환자가족 전원의 합의 + 의사 2인의 확인
    * 행방불명자 등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자 제외
ㆍ미성년자의 경우, 친권자인 법정대리인의 결정
    + 의사 2인의 확인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조회나 보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누리집(www.ls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홈페이지 구축 중이며 2월 4일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연명의료 관련법은 미국은 1970년대, 대만은 2000년, 일본은 2007년에 이미 시행됐다. 모두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우리는 말기 중에서도 임종 단계 환자만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도록 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식물인간 상태까지 확대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보수적인 결정이다. 법의 악용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임종 과정임을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판정하는 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대다수 중소병원에선 윤리위와 전문의를 두는 게 부담스러운 만큼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임종기 환자에게 의료진이나 가족들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도록 권유하는 게 정서적으로도 쉽진 않을 것이다. 되도록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호스피스 병원도 알아봐 두는 것이 좋겠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결국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죽음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을 의욕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절망만이 가득하게 만들기도 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갑작스레 닥친 불행으로 맞닥뜨리기보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맞이하는 건 어떨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부터 시작해보자.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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