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아이엠피터] ‘미세먼지 공짜운행’ 왜 필요할까?

아이엠피터

발행일 2018.01.18. 14:12

수정일 2018.05.1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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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7일 서울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3,000명 시민이 모여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

2017년 5월 27일 서울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3,000명 시민이 모여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가 열렸다

[The아이엠피터]‘서울시 정책 알기 쉽게 풀어드려요’ (30)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서울시는 지난 15일과 17일, 미세먼지 비상조치로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요금을 면제하는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이 조치로 지난주 같은 요일 대비 지하철 2.1%, 시내버스 0.4% 증가하고, 서울시내 14개 지점의 도로교통량이 1.8% 감소했습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으로 15일 하루에 약 48억 원의 대중교통 요금을 시민 대신 납부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서울시가 세금으로 효과가 크지 않은 정책을 시행한다는 비판을 합니다. 과연 서울시는 왜 공짜 운행을 했는지 알아봤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과 관련한 이슈들을 해명했습니다.

Q: 출근길 교통량이 1,8% 줄었다. 대중교통 무료 조치가 없었어도 가능하지 않았나?

A: 단순하게 교통량이 1.8%만 줄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교통 이용객이 약 2.5% 증가했던 부분도 주목해야 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승용차 이용자의 15%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교통혼잡비용 6,797억원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CO2 배출량은 약 580만톤/년 감소하고, 온실가스 피해비용은 연간 1,829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대중교통비용 소득공제제도 경제적 효과 분석. 교통연구원.2008년)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한다고 당장 승용차 이용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금씩 감소하더라도 경제, 교통, 환경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버스정류장에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요금 면제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버스정류장에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요금 면제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Q: 서울시장의 독단적인 선심성 정책이 아닌가?

A: 서울시장이 하루 40억원이 넘는 요금을 대신 내주는 일을 함부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나왔을 경우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는 정책은 시민제안에서 시작됐습니다.

Q: 대중교통 무료나 차량 2부제 등 극단적인 정책 외에는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없나?

A: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은 제조업 연소가 1위이고, 항공기나 선박 등이 2위, 자동차가 3위입니다. 자동차 중에는 덤프트럭, 콘크리트 믹서 트럭과 같은 경유 화물차가 전체 초미세 먼지 배출의 68.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서울시민대토론회 주요 시민제안 사례
- 10대 어린이 정○○ : 건설현장 날림먼지 발생시키는 건설현장, 공사장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됨
- 20대 대학생 박○○ : 환경문제는 다른 모든 문제와의 연계성이 높기 때문에 재난상황으로 봐야함
- 30대 개인사업자 심○○ : 미세먼지가 심할 때 차량 2부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도입
- 30대 주부 이○○ : 취약계층 영유아 행복추구권 위협문제로 영유아동 보육시설 및 교육시설에 공기청정기 의무설치
- 50대 회사원 박○○ : 차량 운행제한, 시범적으로 서울시청 중심반경 내 디젤차량 통행금지 후 확대
- 50대 교수 이○○ : 화석에너지 제로 건축물 확대 보급, 기존 건축물 에너지 효율사업 의무화
- 30대 회사원 김○○ : 고농도 치명적 미세먼지는 중국과 환경협약이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

지난해 5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약 3,000명의 시민이 모여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를 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경 문제는 재난 상황으로 봐야 한다’, ‘차량 2부제를 시행해야 한다’ 등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토론을 거친 제안 중에서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필요한 날 차량 2부제 강제 실시’는 투표에서 80%의 찬성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강제 차량 2부제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서울시 차원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결국 서울시는 차선책으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합니다.

대중교통 무료가 영구적이거나 최종 정책은 아닙니다. 차량 2부제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미세 먼지가 재난 상황임을 알리는 단계적 과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환경부와 국회에서도 '미세먼지 차량 2부제' 시행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차량 2부제가 실시된다면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필요 없어 보입니다.

강변북로에서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을 단속하는 모습 ⓒ서울시

강변북로에서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을 단속하는 모습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노후 경유화물차의 수도권 운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운행제한 대상은 매연 저감 장치 등 저공해 조치를 하지 않고 수도권에서 연간 60일 이상 운행하는 차량입니다. 노후 경유 화물차는 가락시장 등 공공물류센터의 진입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무방비로 들어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화물차 1400대 중 900대 이상이 줄어들었습니다.

덤프트럭이나 믹서 등 건설장비도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합니다. 서울에 있는 SH공사장은 친환경 건설기계, 미세먼지 배출이 낮은 건설기계만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100억 이상 공사장의 건설허가를 낼 때 친환경 건설기계를 70%까지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시내 시내버스 7천여 대 전체를 CNG 버스로 교체했습니다. 눈에 띄지 않더라도 서울시가 교통 분야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1월 17일 서울시 미세먼지 수치. 국제미세먼지 서울시내 대부분이 `경계단계` 기준을 넘었다. ⓒ네이버 화면 캡처

1월 17일 서울시 미세먼지 수치. 국제미세먼지 서울시내 대부분이 `경계단계` 기준을 넘었다.

‘대기오염은 재난 상황’ 국민의 환경권을 지켜줘야 한다

서울시 미세먼지 저감 정책은 서울시만의 노력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단속은 경기도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 인천시가 함께 참여해야 합니다.

미세먼지 대책은 서울시 혼자가 아니라 정부와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다행히 서울시는 고농도 비상저감조치 관련 총리 산하의 TF를 구성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함께 논의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메르스 사태 이후 재난에 대해 ‘늑장 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기조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봐야 하느냐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OECD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2060년에는 100만 명당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대기오염으로 발생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5조를 보면 ‘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서울시는 물론이고 정부는 국민의 환경권을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엠피터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를 운영하는 1인 미디어이자 정치블로거이다. 시민저널리즘, 공공저널리즘을 모토로 정치, 시사, 지방자치 등의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의 시작과 개혁은 지방자치부터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언론이 다루지 않는 서울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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