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아이엠피터] 돈 때문에 열쇠공 대신 소방관이 출동하는 나라
아이엠피터
발행일 2018.01.05. 07:00
[The아이엠피터] ‘서울시 정책 알기 쉽게 풀어드려요' (27) 소방관 안전대응 활동
1990년대 미국에 거주할 때 소방관이 집으로 출동한 적이 있습니다. 곰국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그냥 외출했는데, 타는 냄새와 연기 때문에 소방차가 온 것입니다. 집에 돌아왔더니 현관문이 박살이 나 있어서 처음에는 도둑이 들었는지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위해 문을 강제로 개방했답니다.
소방관도 처음에는 아파트 매니저 비상키로 문을 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민이 안에 사람이 있다는 엉뚱한 제보를 해서, 매니저를 기다리지 않고 강제로 문을 뜯고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부서진 현관문 등 수리 비용으로 500불을 청구했습니다. “화재도 아니고 연기가 났을 뿐이다. 매니저가 있었다면 문이 파손되지 않았다”라고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소방서에도 문의했지만, 소방관은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이 있다고 의심되면 강제로 문을 개방하고 신속히 진입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가난한 유학생 입장에서는 거금이었던 500달러를 물어냈지만 소송은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화재는 아니었지만 상식적으로 소방관 주장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문 따는 법’ 배우는 소방관들
한국 소방관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문을 파손하지 않고 열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열쇠전문가를 초빙해 문 개방법을 배웁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화재 진압이나 구조 요청 등에 의한 출동에서 문을 강제로 개방했을 때 손해 배상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소방관이 구조요청에 의한 출동이라도 문이 파손됐을 경우 배상하라는 민원이 제기됩니다. 간혹 소방관들이 돈을 모아 배상하기도 합니다.
‘서울시 평균 4,000 건 넘는 문 개방 출동 ‘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발간한 ‘재난 및 안전사고 분석.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년간 ‘잠금장치 개방 관련 출동’은 총 4만8,255건으로 전체 안전사고 대응활동의 70%에 달합니다.
잠긴 문을 열어 달라는 119신고는 유형도 다양합니다. “어머니와 연락이 되질 않아요. 어머니집 출입문 좀 열어주세요”라는 자녀들 요청은 그나마 낫습니다. 술을 마시고 귀가했는데 아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도어록이 고장 났다고 출동해달라는 신고 전화가 끊임없이 접수됩니다.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열면 보통 5만원에서 10만원까지 비용이 듭니다. 이 비용을 아끼려고 119에 전화를 하고, 소방관이 출동하고 있습니다.
‘빨리 출동하라’고 아우성...문 강제개방은 ‘절대 반대’
'문이 잠긴 집안에 어르신이 있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아이들이 갇혀 있다'라는 신고 전화를 받고 소방관이 출동하면 '왜 이리 늦게 오느냐, 빨리 구조해달라'는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그렇게 급하다고 재촉을 하면서도, 정작 동력절단기나 문 개장장치로 현관문을 파괴해서 진입한다고 하면 대부분 반대를 합니다. 위급한 상황인데도 현관문 파손은 안 된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결국 소방관은 옥상이나 위층에 올라가 로프를 설치해 창문 등을 통해 진입합니다. 더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음에도 신고자가 손해 보기 싫다는 이기심 때문에 목숨을 내걸고 구조 작업을 펼칩니다.
난방, 전열기기 사용 증가로 겨울철은 화재 위험이 높습니다. 당연히 소방관 출동 횟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화재를 진압해야 할 소방관이 문 개방 출동에 시간과 인력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소방관은 시민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활동해야지, 열쇠공을 대신하기 위해 일하도록 해서는 안됩니다.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를 운영하는 1인 미디어이자 정치블로거이다. 시민저널리즘, 공공저널리즘을 모토로 정치, 시사, 지방자치 등의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의 시작과 개혁은 지방자치부터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언론이 다루지 않는 서울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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