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서울] 새해 새길, 동네책방에서 찾다

시민기자 이현정 시민기자 이현정

Visit663 Date2018.01.02 09:35

부담 없이 찾기 좋은 아늑한 동네책방, `프루스트의 서재` 내부 모습 ⓒ이현정

부담 없이 찾기 좋은 아늑한 동네책방, `프루스트의 서재` 내부 모습

프루스트의 서재-지도에서 보기

함께 서울 착한 경제 (89) – 새해 시작을 함께 하고픈 동네책방 세 곳​

2018년 황금개띠의 해가 시작되었다. 새해 계획을 작심삼일로 끝내지 않기 위해, 혹은 새해 소망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책을 골라보는 것도 좋겠다. 인생이란 길 위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책을 펼쳐봐도 좋으리라. 그도 아니면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올 한 해 두고두고 되새길 문구 하나쯤 찾아 적어둬도 좋지 않을까?

2018년을 맞아 새해 새 마음을 다지기 딱 좋은 서울의 동네 책방 세 곳을 찾아보았다. 개성 있는 동네서점 이야기도 듣고, 덤으로 새해 읽어볼 만한 도서도 추천받았다.

금호동 언덕 위 동네책방, ‘프루스트의 서재’

​몇 해 전부터 동네 책방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연남동이나 홍대 언저리, 이태원이나 해방촌 부근 등에 자리하고 있어, 동네서점이라 하기엔 모호하다. 그런데 주택가 부근 동네 깊숙이 자리한 진짜 동네서점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프루스트의 서재’.

성동구 금호동 언덕 위, 서점은커녕 그 어떤 상점도 잘 될 것 같지 않은 주택가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프루스트의 서재를 찾아가는 길은 ‘이 길이 맞나? 뭐가 있을 것 같지 않은데?’ 하는 의심의 연속이었다. 한적한 동네 안쪽 길, 빨간 벽돌 건물 1층에 있는 책방은 흔한 서점 분위기와도 사뭇 달랐다. 우사단길이나 연남동, 성수동 골목 골목에 있을 법한 작은 카페나 문화 공간 같달까?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따뜻한 매력적인 공간이다.​

서점 안은 책으로 가득했다. 테이블이며 벽면 책장, 그리고 사이사이 공간까지도 책들로 채워져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책들 사이로 군데군데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재미를 더한다. 구석구석 놓인 식물들과 그림들까지 단정하다.

금호동 주택가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프루스트의 서재 ⓒ이현정

금호동 주택가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프루스트의 서재

문학이나 독립출판물, 중고책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들도 있지만, 주로 눈에 띄는 건 인문학책들. 그런데 이곳 프루스트의 서재에선 결코 만만치 않은 인문학책들까지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곳에서라면 부담 없이 집어 들 수 있을 것만 같다.

프루스트 서재 박성민 대표는 자신의 책도 출간했다. <되찾은 시간>은 프루스트의 서재를 시작하며 일기처럼 써온 일 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박성민 씨는 글을 쓰고 싶어 첫 일터로 헌책방을 선택했고, 대형서점에서도 일했다고 한다. 책도 많이 읽을 수 있고, 자신과도 잘 맞을 것 같아 선택할 길이었다고 한다.

​“이곳은 제가 글을 쓰고 싶어서, 작업실 삼아 만든 공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과 관계된 것 – 책도 많이 읽고, 책을 만든다거나 글 쓰는 등 다양한 활동도 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만나는 동네서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구성했기 때문에, 인문 쪽 책이 많긴 합니다. 인문학책이라 해도, 동네서점인 만큼 동네 분들이 쉽게 접하고 편하게 봤으면 해서 대중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채웠습니다.”

2015년 1월 1일, 프루스트의 서재를 열었다는데, 처음에는 연남동이나 해방촌 등지에서 시작할 생각이었단다. 하지만 한 곳에서 오래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결국 그가 나고 자란 이곳 금호동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고 한다.

프루스트의 서재는 서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곳이다. 요즘 주목받는 동네 책방처럼 차나 술을 팔거나, 작가 초청 이벤트나 각종 워크숍 같은 행사조차 애써 진행하진 않는다. 현재 낭독 모임 정도만 하고 있다는데, 그야말로 순수하게 책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성민 씨 서재이기도 하다. 작가 서재에서, 작가 작업실에서 작가와 책 이야기도 나누고, 도서도 추천받을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동네 책방이 아닐까?

폐점 위기에 놓인 서점을 인수해 정겨운 동네서점으로 되살린 `대륙서점`ⓒ이현정

폐점 위기에 놓인 서점을 인수해 정겨운 동네서점으로 되살린 `대륙서점`

대륙서점-지도에서 보기

마을버스 정거장 앞 문화 쉼터, ‘대륙서점’

동작구 상도동에도 동네서점이 있다. 흔히 성대골이라 불리는 곳, ‘대륙서점’은 마을 길 초입 마을버스 정거장 앞에 있다. 서점 외향은 1987년 문을 연 옛 서점의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내부 인테리어는 젊은 감각이 돋보인다. 나무 책장과 테이블, 책들과 군데군데 자리한 식물들이 따뜻한 조명과 어우러져 마치 아늑한 카페 같은 분위기다.

이곳 대륙서점은 2015년 박일우·오승희 부부가 되살린 동네서점이다. 오래된 가게가 많고 시장길이 있는 분위기가 좋아 이곳 상도동에 신혼집을 마련했다는데, 동네에서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곳저곳 기웃대다 폐점 위기에 놓인 대륙서점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서점 주인이 연세가 많으셔서 문을 닫게 될 것 같아 아쉽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다음 날 서점을 인수했다고 한다.

대륙서점 내부. 오래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아기자기하게 새롭게 꾸몄다. ⓒ이현정

대륙서점 내부. 오래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아기자기하게 새롭게 꾸몄다.

“대륙서점의 맥을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외관은 그대로 두었지만, 내부는 저희 생각대로 바꿨죠. 평소 책을 가까이하지 않던 사람들도 동네에서 쉽게 들어올 수 있는 ‘문턱 낮은 책방’을 운영하고 싶었거든요. 뭔가 궁금해서 들어와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대륙서점의 주 고객은 동네주민이다. 독립출판물을 한 켠에 두기도 하고, 작은 출판사에서 나온 좋은 책들도 배치하고 있지만, 동네책방인 만큼 주민들이 주로 찾는 베스트셀러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도 구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부분 초중고 학습지로 채워진 이전의 동네 서점처럼 참고서나 수험서 등을 취급하고 있지는 않다.

이곳 대륙서점은 마을 문화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독립영화나 다큐영화 등을 상영하고 감독과의 대화도 진행한다. 서점에서 만난 재능 있는 주민들에겐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동안 일본어 강좌나 펜드로잉 수채화 등 다양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책장 한 켠에는 동네 작가들 책도 따로 모아져 있어 눈길을 끈다. 대륙서점은 따로 출판 등록을 해, 글을 써보고 싶은 주민들을 모아 책을 내기도 했다.

술 먹는 책방으로 유명한 `북바이북` ⓒ이현정

술 먹는 책방으로 유명한 `북바이북`

북바이북-지도에서 보기

2018년엔 치맥? 아니 책맥! ‘북바이북’

상암동 먹자골목 안쪽에 자리한 ‘북바이북’은 새롭게 동네서점 붐을 일으킨 대표 주자이자 맏형 격인 동네서점이다. 술 먹는 책방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북바이북에서 눈길을 끄는 건, 책마다 꽂혀있는 책꼬리들. 다른 이들의 감상평을 읽을 수도 있고, 인기 도서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북바이북에서는 책꼬리를 남기면 포인트가 적립된다. 그 밖에 책 두 권을 사거나, 비 오는 날 책 구매 시, 혹은 독서카드를 채우면 일정 포인트가 적립된다. 이렇게 적립된 포인트는 음료나 맥주, 작가 번개나 특강을 신청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곳 북바이북에서는 구매한 책을 다 읽은 후 되팔면 책값의 80%가 포인트로 적립된다. 이렇게 되사들인 중고책은 70% 가격으로 판매하는데 제법 인기가 있다.

책방을 찾은 사람들이 남긴 책꼬리들. 다른 이들의 감상평을 살펴볼 수 있어 좋다 ⓒ이현정

책방을 찾은 사람들이 남긴 책꼬리들. 다른 이들의 감상평을 살펴볼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이들 작은 서점들이 동네서점으로 버텨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대륙서점의 경우도 지난해엔 영화동아리 지원, 서울도서관 지원 사업들이 있어 그나마 연말에 빚이 늘어나지 않는 정도였다고 한다. 이들 동네서점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공공기관, 주변 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작가와의 대화 같은 문화행사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한다거나, 동네서점에서 도서를 구입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이들 동네책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우리 동네 우리 마을에 문화가 살아 숨쉬길 바란다면, 새해에는 동네책방을 단골 삼아 들러보는 건 어떨까? 좋은 책과 함께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동네서점 주인장들이 꼽은 새해 추천 도서. 왼쪽부터 차례대로 `아무튼, 계속`,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 `사소한 결정이 회사를 바꾼다`.ⓒ이현정

동네서점 주인장들이 꼽은 새해 추천 도서. 왼쪽부터 차례대로 `아무튼, 계속`,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 `사소한 결정이 회사를 바꾼다`.

■ ‘프루스트의 서재’의 새해 추천 도서
<아무튼, 계속>. 아무튼 시리즈 중 최근에 나온 책이다. 아무튼 시리즈는 1인 출판사 ‘위고’, ‘코난북스’, ‘제철소’ 3곳이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라는 주제로 공동기획 출판한 에세이 시리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길이 아닐까? 2018년 올 한해도 즐거운 일, 혹은 안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 꾸준히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새해 시작하는 서울 시민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대륙서점’ 새해 추천 도서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 출판사 ‘남해의 봄날’의 ‘어떤 일, 어떤 삶’ 시리즈 도서 중 최근 신간으로 나온 세 번째 책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안정적인 회사에 취직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보통의 삶을 꿈꾼다. 하지만 다른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젊은 만화가에게 묻다>는 만화가에게만 속한 얘기가 아니라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책이다.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해도 나의 삶을 꾸려가고자 하는 이들을 응원하고 싶어 이 책을 추천한다. 내가 꾸려가는 소소한 삶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 2018년이 되길 바란다.
■ ‘북바이북’ 새해 추천 도서
<사소한 결정이 회사를 바꾼다>. “실수는 진보로 향하는 하나의 길이다” 이런 멋진 진실이 회사 내에 실현되려면 조직 문화가 결국 멋져야 한다. 그 조직을 이루는 구성원 모두가 멋져져야 한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을까?각자 인간의 됨됨이가 사실 그대로 드러나는 것. 그것을 꺼리지 않는 것. 회사는 그런 나의 됨됨이를 체크하고 단련시키는 곳일 것이다.마거릿 헤퍼넌의 <사소한 결정이 회사를 바꾼다>는 그런 회사, 그런 조직을 꿈꾸게 되는 책이다. 새해에 직장에서 도망치려고만 말고, 퇴사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히지 말고, 직장에서 말하고 질문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해보는 계기를 주는 책이기에 추천한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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