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화를 원해요...‘더불어 평화’ 전시

시민기자 최용수, 최은주

발행일 2017.12.22. 17:10

수정일 2017.12.22. 17:16

조회 1,448

윤태호 작가의 `인천상륙작전 만화`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최은주

윤태호 작가의 `인천상륙작전 만화`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북한 6차 핵실험과 여러 차례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갈등은 전쟁 위협을 고조시켜,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일촉즉발 상황 속 핵 위험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과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우리 모두 염원이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분단 후 60여 년 시간을 거치면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체감하지 못한 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7통일테마전 <더불어 평화>은 서울시와 통일부의 주최로 ‘평화와 공존, 통일 미래와 희망’을 주제로 열렸다. 회화, 사진, 영상 등의 다양한 작품으로 남북 분단과 전쟁의 비극성을 환기하고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강진모 작가의 작품 `통일기관차`가 한반도를 돌며 `그날이 온다면`을 연주하고 있다. ⓒ최용수

강진모 작가의 작품 `통일기관차`가 한반도를 돌며 `그날이 온다면`을 연주하고 있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한반도 모양의 레일을 달려가는 ‘통일기관차’(강진모 작)를 만날 수 있다. 기차가 달리면서 레일을 따라 놓여있는 병을 건드리니 경쾌한 캐롤이 흘러나왔다. 작품 설명에는 ‘그런 날이 온다면’의 노랫말이 적혀 있다. “남과 북이 통일되는 / 그런 날이 정말 온다면 / 보고 싶은 북녘 친구 / 만나 뛰놀고 싶네 / 우릴 가로막는 녹슨 철조망을 / 하나 둘씩 걷어버리고…”

이번 전시는 통일에 대한 폭넓은 시각 확보를 위해 일반공모 작가와 지정공모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했다. 26명(팀)의 참여 작가들은 1940년대 생(生)부터 1980년대 생(生)까지, 폭넓은 세대에서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나아가 ‘전쟁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담았다.

김정현, 백승우, 카이젠 등 26명의 작품을 둘러보면서 우리의 삶 전반을 지배해온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더불어 평화` 전시장을 둘러보는 시민의 모습 ⓒ최용수

`더불어 평화` 전시장을 둘러보는 시민의 모습

제1 전시는 분단 이후 60여 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통일을 화두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을 주제로 하였다. 통일을 위해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가를 살펴보며 통일에 대한 자발적 인식을 유도하였다. 특히 분단이라는 비극적 상황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분단이란 비정상이 일상화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하였다.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통일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다.

제2 전시는 강진모, 류희, 안승일, 로저 쉐퍼드 등 총 3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환기하고, 통일의 염원을 응축시켜 ‘평화와 공존’이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더는 전쟁은 안 된다’라는 외침이 더욱 강렬하게 들리는 듯했다.

정종해의 백두산 천지(위), 선우영의 백두산 천지(아래) ⓒ최은주

정종해의 백두산 천지(위), 선우영의 백두산 천지(아래)

그중 백두산 천지를 그린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붓을 툭툭 던진 듯한 터치로 백두산 천지를 수묵화로 그린 작품이 있는가 하면 섬세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이 대조를 이룬다. 수묵화로 그린 천지는 우리나라 정종해 작가의 작품으로 천지를 보고 난 후의 감흥을 표현했다고 한다.

반면, 수묵화 아래에 걸려있던 작품은 북한의 유명작가 선우영의 작품으로 사실적으로 백두산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의 정기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선 다르지 않다. 한 자리에서 남북 화가들의 작품을 비교하며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호피 무늬가 새겨진 한반도 그림은 자세히 보니 남과 북이 상의와 하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붓 대신 주사기로 한 점 한 점 도트 무늬를 만들어 완성한 이 그림은 신선했다. 서로 손을 잡은 사람들을 글자화 한 ‘반전평화’는 이응노 화백의 대표작 중 하나로 보는 사람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분단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담은 보도사진들 ⓒ최은주

분단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담은 보도사진들

전시장에서 작가들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김정일과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등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남북이 하나 되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을 보여주는 보도사진들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전시장 밖엔 <미생>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의 <인천상륙작전> 만화를 탭이나 책으로 볼 수 있게 테이블이 놓여 있고, 평화를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의 인터뷰 영상도 마련돼 있다. 그 밖에도 분단 60년간 쌓인 남북 이질감, 환대받지 못하는 탈북자, 청년세대의 통일 무관심을 다룬 작품들은 제1전시실에서 ‘경계 155’란 이름으로 전시되고 있다.

전시 작품들은 모두 손에 손잡고 하나 되어 평화를 누리는, 회복된 한반도를 꿈꾼다. 나아가 분단에서 전쟁으로 치달은 아픈 역사 속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해 사그라진 수백만 영혼들에게 통일과 평화의 다짐을 바치는 위령 전시회이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된 지 60여 년이 흘렀다. 허리가 두 동강 난 한반도, 백두대간은 쉼 없이 남북으로 흐르지만, 한반도의 통일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통일에 대한 무관심의 시간이 더 지속된다면 한반도는 ‘반도가 아닌 섬나라’가 되고, 남북은 영원히 남남으로 살게 될지 모른다. 올겨울, 통일을 생각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2017통일테마전 <더불어 평화>는 2018년 2월 4일까지 계속된다.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 안내
○ 기간 : 2017.12.05.~2018.02.04.
○ 시간 : 화~금요일 오전 10시~오후8시, 주말·공휴일 오전10시~오후6시, 매주 둘째 ·마지막 주 수요일 뮤지엄나이트 오전 10시~ 밤 10시, 매주 월요일 휴관
○ 교통 :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1·10·11번 출구
○ 관람료 : 무료
○ 홈페이지 : sema.seoul.go.kr
○ 문의전화 : 02-2124-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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