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서울] 연말은 동대문 디자인 여행과 함께!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7.12.05. 15:36

수정일 2018.01.02. 11:03

조회 1,996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주변, 숨어있는 디자인 명소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주변, 숨어있는 디자인 명소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87) - 동대문 주변 디자인 명소 여행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픈 연말이다. 이왕이면 색다른 공간에서 남다른 추억을 쌓고 싶을 터, 그렇다면 동대문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강남이나 연남동, 이태원이라면 몰라도 동대문이라니, 뭔 뚱딴지같은 소린가 미심쩍을 것이다. 그런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주변에는 독특한 공간들이 숨겨져 있다. 빈티지하면서도 감각적인, 예술가의 작업실인 듯, 카페인 듯, 갤러리인 듯, 이색 음식점인 듯, 멋진 바인 듯, 잡화점인 듯 개성 만점 공간들. 낙후된 도심 속 후미진 골목, 버려진 듯 방치된 낡은 건물에 도무지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멋스런 공간들이 있다.​

건축물 탐방부터 백남준 기념관까지 ​​지난 12월 1일 서울디자인재단 부설 서울디자인연구소에서는 <동대문 디자인 여행>을 출간했다. 재단이 운영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주변 종로구와 중구의 숨겨진 멋진 장소를 소개하는 일종의 여행가이드북이다. ​잊혀져가는 지역의 디자인적 가치를 발굴해 소개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책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진행한 것이라는데, 따라 여행하며 그 의미를 되짚어 보았다.​

한국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의 대표작인 구 서산부인관 건물 ⓒ이현정

한국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의 대표작인 구 서산부인관 건물

여행의 출발은 DDP. 동대문 역사문화공원과 함께 둘러보며 동대문 일대의 어제와 오늘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지만, 오늘은 주변 여행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기로 했다.

곧바로 향한 곳은 구 서산부인과. 평소 꼭 한번 보고 싶었던 건축물이기에 고민할 필요도 없이 첫 장소로 선택했다. 구 서산부인과는 한국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의 대표작이자, 한국 건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을 지침 삼아, 박정희 정권 당시 불도저식 도시 개발을 과감하게 비판하다 프랑스로 강제 출국당한 그의 생애와 건축에 대해서 미리 공부하면 느끼는 바가 남다를 것이다. 한양도성 성문 중 하나인 광희문과 최첨단 건물인 DDP 사이, 그 위치 또한 절묘하다.

광희문 위쪽으로 이어진 도성을 따라 올라간다. 사실 이곳은 낮보다 밤이 더 운치 있는 곳이다. 주택가 안쪽 골목골목, 가로등 불빛들이 분위기를 더한다. 그저 흔한 주택가인 듯 보이지만, 이곳에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공간들이 숨겨져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던가. 본격적인 디자인 여행에 앞서, '정지 : 더 키친'으로 향했다. '우리 가족이 먹을 것을 조금 더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자'라는 모토로 하루에 한 가지 메뉴만 판매한다는 문구에 매료되어 선택한 곳이다. 여기저기 소개되는 걸 원치 않지만,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의미 있는 기획으로 엮는 책이라는 데 동의해 소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가정식 파스타로 한 끼 든든히 해결한 후, 몇 걸음 옮겨 '장프리고'로 향했다. 커다란 냉장고를 배경으로 멋스럽게 놓인 과일들, 작은 과일가게인 듯 보이지만, 안쪽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감각적인 라운지 바. 여자여도, 혼자여도, 낮술을 해도 전혀 눈치 받지 않고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다.

DDP 주변 디자인 명소를 찾아볼 수 있는  `동대문 디자인 여행` 책자 ⓒ서울디자인재단, 과일가게처럼 보이지만 이색 라운지 바인 장프리고 외관(우) ⓒ이현정

DDP 주변 디자인 명소를 찾아볼 수 있는 `동대문 디자인 여행` 책자, 과일가게처럼 보이지만 이색 라운지 바인 장프리고 외관(우)

이제 이방인의 거리로 이동할 차례. 잠시 경동교회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한국 건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김수근의 작품. 마치 중세 고성을 연상시키는 감히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위엄이 느껴진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포근하면서도 개방적인 느낌. 앞서본 구 서산부인과의 어머니 자궁 속 같은 따뜻함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두 건축물과 두 거장의 삶과 건축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제 젊은 예술가들의 공간을 찾아갈 차례. '투피스, 노말에이, 우주만물, 신도시, 물결, 소쇼룸, 찰리 다이닝 펍, 창신기지, 크래프트 베이스, 시대여관' 등 여러 곳이 있는데, 대부분 예술가의 작업실을 카페나 다이닝 바, 갤러리, 공연과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방하거나, 별도의 공간으로 조성한 곳들이다. 당최 뭔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인적조차 드문 거리, 허름한 건물 꼭대기, 혹은 후미진 뒷골목, 심지어 선뜻 들어서기 머뭇거려지는 골목 안쪽이나 건물 구석에 숨겨져 있다. 심지어 간판도 따로 없거나 잘 보이지 않는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기만 한데,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대기 줄 또한 만만치 않은데, 일찌감치 예약해야 하는 곳들이 많았다.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 경동교회 ⓒ이현정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 경동교회

경동교회에서 사거리 대각선 방향으로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가 있다. 초이왕, 굴라쉬, 호쇼르와 같은 몽골 음식, 사슬릭, 청어 샐러드와 같은 정통 러시아 음식, 우즈베키스탄식 빵과 디저트와 플러프 등을 맛볼 수 있는 중앙아시아 식당과 식재료상이 모여 있다. 외국인이 더 많은 골목에서의 낯선 음식과 디저트, 나 자신이 이방인이 된 느낌이다.

​젊은 예술가들의 공간을 만났다면, 교과서 속 현대 미술의 거장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동묘앞역 주변에는 백남준 기념관과 박수근 창신동 집터가 있다. 찾아가는 길에 창신동 봉제 거리나, 동대문아파트도 잠시 들러봐도 좋겠다.

<동대문 디자인 여행> 참고해 새로운 코스 찾기

이번 여행은 DDP를 중심으로 남동쪽부터 시작해 한 바퀴 돌아 북동쪽까지 동선을 짜서 다녔다. <동대문 디자인 여행>은 ‘꼭꼭 숨겨 놓은 나만의 비밀 기지, 하루만 다르게 살아보기, 오 마이 SNS, 서울을 낯설게 바라보기, 걸어서 세계 속으로, 동대문 디자인 닥터스, 그리움을 넘어서는 디테일, 예술가가 사랑한 동네, 없는 게 없는 서울의 살림 창고, 동대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 10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테마별로 묶어두어, 각자 취향에 따라 골라 보고 찾아갈 수 있어 좋았다. 책에 나온 대로 테마별로 다녀도 되지만, 하루 코스를 잡아 돌아보기에는 따로 동선을 짜서 다니는 것이 좋을 듯싶다. 책 앞뒤 표지 안쪽 지도에는 각 공간 좌표가 표시되어 있어, 위치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각 테마와 지도를 참고해서 동선을 짜면 된다.

특히 책에는 공간별로 기본적인 소개와 함께 해당 장소를 좋아할 만한 대상, 장소마다 숨겨진 감각적인 인테리어나 디자인 소품과 같은 디자인 포인트, 방문 시 참고가 될 SNS 해시태그 등이 정리되어 있어 유용했다. 각 공간 방문 시 참고해 살펴보도록 하자.

서울디자인연구소가 출간한 <동대문 디자인 여행>은 이처럼 유용한 여행 지침서가 되어 준다.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도 선사한다. 아울러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공간을 개척한 젊은 예술가들과 공간 기획자들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다.

갤러리 시대여관(좌), 백남준 기념관(우) ⓒ이현정

갤러리 시대여관(좌), 백남준 기념관(우)

가로수길, 홍대 앞, 삼청동….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대표주자 격인 지역에 처음 둥지를 틀고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생명력을 불어넣은 이들도 젊은 예술가들이었다. 그 매력에 매료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임대료가 치솟고, 결국 이들 가난한 예술가들은 밀려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이 차지하며,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도 매력도 잃고, 사람의 발길도 끊기게 되었다. 이곳 동대문 주변에 둥지를 튼 이들도 높은 임대료에 밀리고 밀려 이곳까지 찾아든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곳 또한 앞선 지역의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를 일이다.

서울시와 자치구에서는 둥지내몰림 현상 문제해결을 위해 상인과 건물주, 지자체 간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대형 프랜차이즈 입점도 제한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대책을 찾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 재산권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흐름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이러한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보다 본질적인 이야기를 끄집어 내보는 건 어떨까?

낙후된 지역에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든 사람들, 그리고 알음알음 이곳을 찾게 된 이들. 이날 여행에선 청년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지역에 그렇게 청년들이 찾아들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낙후된 지역에 숨겨져 있기에 그 매력이 빛을 발하는 디자인적 가치를 찾아 알리는 일, 그리고 그 공간을 기획하고 사람들이 발길을 끌기 위해 노력한 이들, 그것을 제대로 알리는 것 또한 공공이 해야 할 일 아닐까? 그를 통해 둥지 내몰림 현상의 본질적인 이야기, 재산적 가치가 우선인 우리네 욕망 앞에 노력의 가치는 물거품이 되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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