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주민' 배려하는 마을여행을 위해

시민기자 박혜민

발행일 2017.11.30. 16:40

수정일 2017.11.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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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일색의 경관과는 대조적인 북촌의 모습 ⓒ박혜민

아파트 일색의 경관과는 대조적인 북촌의 모습

서울의 중심인 종로 북쪽마을, 북촌. 기와지붕 처마선이 늘어선 골목이 인상적인 북촌은 역사 도심 서울의 상징적 장소다. 이곳은 예부터 왕족이나 부유한 양반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오늘날 계동, 가회동, 재동, 안국동 일대를 일컫는다. 최근에는 퓨전 한옥이라 부를 정도로 현대화된 공간구조와 설비를 갖춘 한옥이 들어서는 추세이지만 고즈넉한 멋과 운치만큼은 변함이 없다.

북촌이 지닌 가치는 한옥이 만들어내는 풍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쌓여온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우리 문화가 북촌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11월25일 지난 토요일 북촌에서는 ‘북촌공정여행 ; 북촌사람들과 함께하는 성숙한 마을여행’이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북촌을 걸으며 그곳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북촌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마다 네 가지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였다. 이날은 나평순 지리 선생님 안내와 함께 복개된 계동물길의 흔적을 따라 걷는 세 번째 주제탐방이 있었다.

서울시 북촌문화센터에서는 마을서재 등을 조성하고, 북촌의 가치를 제대로 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박혜민

서울시 북촌문화센터에서는 마을서재 등을 조성하고, 북촌의 가치를 제대로 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는 열다섯 명 이상 받지 않는다는 이 여행은 매우 소박하고 조용했다. 북촌에서 살아가는 주민들 일상에 폐가 되지 않도록 성숙한 여행을 만들어 가겠다는 주최 측 취지가 녹아 있었다. 그냥 지나쳐서는 놓치기 쉬운 북촌 모습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북촌문화센터를 시작으로 중앙고등학교까지 이어진 짧은 여정 속에서, 지금은 사라져 버린 계동길 옛 모습과 그곳 사람들 삶을 그려볼 수 있었다. 오래된 북촌을 새롭게 발견하는 여행이었다.

오늘날 북촌이 있기까지,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한옥이 가진 가치보다는 불편함과 불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던 2001년, 서울시는 ‘북촌가꾸기 사업’을 통해 주민 자율에 따라 한옥을 등록하고, 등록한 한옥만 유지·관리비 지원, 세금감면 혜택 등을 제공하도록 하는 한옥등록제를 도입하였다. 이로써 각종 행위를 금지하여 한옥북을 보존하는 규제방식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관리 방향이 바뀌었다. 2010년에 수립된 ‘북촌 지구단위계획’은 북촌의 고유한 풍경을 유지하는 선에서 건축행위를 일으켰고, 신규 한옥 조성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는 북촌의 색채가 더욱 짙어지게 된 주요한 계기 중 하나다.

북촌은 관광지 이전에 누군가의 생활공간이다 ⓒ박혜민

북촌은 관광지 이전에 누군가의 생활공간이다

서울시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타 관광지와는 차별화된 북촌만의 매력으로 ‘한옥에 사람이 실제로 살고, 마을을 유지’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비율(50.0%)을 차지했다. (2016.11.21.~2016.12.11, 북촌문화센터 방문객 대상, 설문지 배포에 의한 조사, 응답자 총 240명)

이처럼 북촌이 누군가의 생활공간이라는 점은 이곳을 더욱 매력적인 장소로 만드는 요인임과 동시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 주민들은 늘어난 관광객에 의한 소음문제와 사생활 침해, 쓰레기 무단투기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 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이 점차 관광객 위주의 카페나 음식점으로 바뀌는 상황도 큰 불편사항이다. 이러한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북촌이 지닌 매력은 지속력을 잃어갈 것이다.

올 1월 서울시는 급격한 상업화 및 관광지화로 악화된 정주환경 개선을 목표로 북촌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에 착수했다. 그동안의 사회적‧물리적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초 수립된 지구단위계획(2010년)은 북촌을 서울 대표 한옥마을로 만들고 고유의 정취를 보존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이제 북촌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번 재정비를 통해 주거지로서의 북촌 역시 정체성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북촌의 숨은 이야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북촌공정여행 ; 북촌사람들과 함께하는 성숙한 마을여행’을 신청해 보자. 단순히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단지와 다른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것 이상의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옥은 주위 풍경과 어우러질 때 더욱 아름답다. ⓒ박혜민

한옥은 주위 풍경과 어우러질 때 더욱 아름답다.

■ 북촌 한옥마을 찾아가는 길
○ 위치 : 서울 종로구 계동길 37(계동 105) 일대
○ 교통 :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하차
○ 문의 : 서울한옥포털(hanok.seoul.go.kr), 북촌문화센터(02-741-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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