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시인과 함께한 '인생후반전' 특강

시민기자 최은주

발행일 2017.11.27. 14:55

수정일 2017.11.27. 14:55

조회 830

50+서재에서 반달특강을 듣고 있는 사람들 ⓒ최은주

50+서재에서 반달특강을 듣고 있는 사람들

서울시 50+중부캠퍼스엔 50+서재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1층 로비에 위치한 이곳은 책을 읽거나 사람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기에 좋다. 저녁이 되자 이곳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반 달(2주)’에 한 번 각계각층 명사들과 함께 하는 ‘반달특강’을 듣기 위해서다. 9월 25일 ‘최인아책방’으로 잘 알려진 서점 대표 최인아 씨를 시작으로 5명의 명사들이 차례로 50+가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반달특강의 마지막을 장식한 명사는 장석주 시인이다. 지난 11월 20일,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도 100여 명의 사람이 50+서재를 가득 메웠다. 40년이 넘게 시를 써온 시인의 이야기를 통해 50+ 이후 인생 후반전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였다.

신춘문예 당선 이후 승승장구하던 그는 시련이 닥쳐왔을 때 실의에 빠지기보다는 시를 쓰고 책을 쓰는 삶을 택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들려주었다. “평생 시가 뭔지 모르고 시집 한 권 읽지 않아도 사는 데 불편하지는 않지만 시를 읽지 않는 삶보다는 시를 읽는 삶이 조금이라도 더 좋다”고 시인은 말했다.

“인간의 뇌는 쓰면 쓸수록 더 나아지고 발전한다. 시를 읽거나 쓴다는 건 쓸데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뇌를 고차원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들수록 시를 열심히 읽고 외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독서하거나 이야기 나누기 좋은 50+서재 공간(좌), 장석주 시인에게 질문하는 시민(우) ⓒ최은주

독서하거나 이야기 나누기 좋은 50+서재 공간(좌), 장석주 시인에게 질문하는 시민(우)

장석주 시인은 강연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배한봉의 ‘육탁’이나 황인숙의 ‘강’ 등 자신이 고른 시를 육성으로 낭송해 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시인이 담담한 목소리로 낭송하는 시를 진지하게 들었다. 시인의 낭송이 끝난 후에는 청중들이 사람들 앞에서 시를 암송하는 시간도 가졌다. 여기저기서 주저함 없이 손이 올라왔다. 자신이 외우고 있는 시를 사람들 앞에 선보였는데 낭송 솜씨에 상관없이 시를 외우며 가까이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시인은 “시를 외워서 각자의 낭송시를 하나씩 만들어 두면 삶을 살아가는 데 좀 더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조언했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란 시에서 삶의 위로를 받았다는 한 청중은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쓰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아무 수입 없이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마당에 심은 대추나무에 첫 열매가 열린 걸 보고 ‘대추 한 알’에 그 감격을 표현했다고 대답했다. 이런 배경이 독자에게 소통과 공감을 불러일으켜 1,000여 편이나 되는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시가 되었다고 한다. 시인의 말을 듣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장석주 시인과 청중들은 시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소통했다.

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바깥 날씨와는 달리 마음이 따스해졌다. 지식과 정보가 폭발하고 인터넷을 통해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 같은 시간에 연결되는 디지털시대에 살면서 시를 읽고, 시를 외우고, 시를 쓰는 쓸데없는 일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시를 읽는 것이 50+ 세대에게 왜 필요한 일인지 몰랐던 사람들은 새롭게 깨닫고, 알고 있었지만 잊고 살던 사람들에겐 기억을 되살리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어느덧 밤이 되어 중부캠퍼스를 나서는데 “시는 우리에게 겸허하게 살라는 교훈을 준다”는 시인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홈페이지 : 50플러스 재단(50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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