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서울] 겨울 오기 전에 가봐야 할 ‘농부의 시장’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7.11.07. 10:46

수정일 2017.11.21. 10:07

조회 1,544

`얼굴 있는 농부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싱싱한 채소들ⓒ이현정

`얼굴 있는 농부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싱싱한 채소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85) - 농부의 시장

겨울의 시작이라는 입동이다. 예부터 이맘때면 김장을 하고 겨우내 먹거리며 땔감을 준비하는 등 겨울 채비를 했다. 거창하게 월동 준비랄 건 없지만 서울에서 제철 식재료, 제철 먹거리로 겨울을 준비할 수 있는 장터 ‘파머스마켓’을 찾았다.

파머스마켓은 농부가 자신이 키운 농산물을 가져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시장이다. 마르쉐@, 얼굴 있는 농부시장, 서울시 농부의 시장, 한강문화장터, 서로월장, 마들장, 화들장, 소소한 장터 등등 서울 곳곳에서 비정기적으로 열리는데, 야외에서 열리는 탓에 대부분 혹한기와 혹서기엔 쉰다. 더 추워지기 전에 놓치지 않고 가봐야 할 곳. 농부의 시장에 대해 알아보았다.

파머스마켓은 광화문이나 덕수궁 돌담길, DDP 등 도심뿐 아니라, 한강공원, 마로니에공원, 어린이대공원, 문화비축기지, 구청 광장이나 근린공원 등 열리는 곳도 다양하다. 이와 같은 농부시장은 소비자 입장에선 농부가 밭에서 바로 따온 신선한 농산물을 믿고 살 수 있고, 생산자는 유통마진을 떼지 않고 제값을 받을 수 있어 인기다.

사람들로 발 디딜틈 없는 마르쉐@성수 파머스마켓ⓒ이현정

사람들로 발 디딜틈 없는 마르쉐@성수 파머스마켓

최근 몇 년 새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농부시장은 분위기 또한 남다르다. 전국 각 지역 우수 농수축산물을 소개하던 이전의 도농 직거래 장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테이블 세팅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세련되고 멋스럽다.

이전의 직거래 장터가 주로 명절 전후나 특별한 날을 정해 열린 일회성 행사였다면, 농부의 시장은 한 달에 한 번, 분기별, 혹은 격주로 열리는 등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우리 농업과 소비자의 건강, 환경까지 생각하는 시장이다 보니, 주로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무엇보다 판로를 찾기 쉽지 않은 소규모 생산 농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라 의미가 있다.

“저희 식구가 먹을 것 위주로 농사짓다 보니, 다양한 작물을 조금씩 재배하고 있어요.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곳엔 낼 수 없는 양이라…, 좀 많이 나오는 것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이곳 마르쉐 시장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마르쉐@성수에서 만난 안정화, 김신범 부부는 오이, 노각, 가지, 가파리 동부, 고구마 줄기, 수세미, 고추, 오크라 등을 갖고 나왔다. 농부시장은 이처럼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도 안정적인 판매처가 되어 주는 의미 있는 시장이다.

소규모 농사를 짓는 안정화, 김신범 부부ⓒ이현정

소규모 농사를 짓는 안정화, 김신범 부부

생산자와 소비자, 요리사를 연결해주는 도시형 농부시장 ‘마르쉐@’는 가장 인기 있는 농부시장 중 한 곳이다. 2012년 10월, 대학로에서 시작된 5년차 농부시장으로, 실제 장보기 위해 찾는 단골이 많은 시장이다. 구석구석 디자이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데, 이전의 직거래 장터와 다른 세련되고 멋스런 분위기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시골에서 자연의 원리에 따라 농사짓는 어르신들께 제대로 배웠어요. 마을에 보면 농사의 고수들이 계신데, 운 좋게 그분들한테 배울 수 있었죠. 제가 특이하게 농사짓는다는 게 알려지면서, 부러 찾아와 방법을 전해주셨어요.” 경기도 퇴촌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류점렬 씨도 다양한 채소를 판매하고 있었다.

마르쉐는 이처럼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며 자연 그대로 남다르게 작물을 키우는 농부들도 많다. 소비자들 또한 일회용품 대신 장바구니와 식기류 등을 준비해와 친환경적 삶을 함께 실천하고 있다.

마르쉐 시장의 인기 비결은 가족 같은 분위기에 있다. 오랜 단골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서로의 안부도 묻고, 농부의 자연 재배 이야기도 듣고, 자연 그대로의 맛과 식감을 살린 음식 이야기도 나눈다.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는 소비자에겐 믿음을, 생산자에게 든든한 힘이 되는 시장이다.

다양한 채소를 판매하는 류점렬 씨ⓒ이현정

다양한 채소를 판매하는 류점렬 씨

마르쉐@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 마포 문화비축기지, 수원 당수동 시민 텃밭 등에서 열리는데, 이번 토요일 11일에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마르쉐@혜화를 찾아가면 된다. 이번 주는 특별히 2017 서울 도시농업축제와 함께하는 시장으로, 도시농부 이야기 전시와 워크숍,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마르쉐 홈페이지페이스북을 참고하면 된다.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야외에서 열리는 ‘얼굴 있는 농부시장’ 또한 인기 있는 농부의 시장 중 한 곳이다. 서울디자인재단과 ㈔도농문화콘텐츠연구회의 공동주최로 진행되는데, 제철 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 화학첨가물이 없는 바른 먹을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농부들이 직접 만든 간단한 먹거리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나들이 나온 방문객들에게 인기다. 비영리 국제기구인 슬로푸드 국제본부의 ‘맛의 방주’에 등재된 밀랍떡이나 식혜 등도 눈길을 끈다. 맛의 방주는 전통 먹거리 종자를 보호하고 종 다양성을 지켜나가면서 그 지역 전통음식과 문화를 보전하기 위해 선정한 음식 문화유산이다.

얼굴 있는 농부 시장은 DDP에서 열리는 전시나 각종 행사, 주변 동대문 상가들을 돌아보는 길에 잠시 들러보기 좋은 시장인데, 12월까지 열리고 내년 1월과 2월은 휴장한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페이스북 참고하자.

DDP에서 열리는 파머스마켓ⓒ이현정

DDP에서 열리는 파머스마켓

■ 파머스마켓 안내

○ 마르쉐@

 - 일정 : 11월 11일(토) 마르쉐@혜화, 11월 18일(토) 마르쉐@문화비축기지, 11월 25일(토) 마르쉐@언더스탠드에비뉴

○ 얼굴 있는 농부시장

 - 일정 :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오후7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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