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도 ‘역사’가 될 수 있다!

시민기자 김경민

발행일 2017.11.01. 14:54

수정일 2017.11.02. 14:40

조회 1,022

서울역사관 로비 한편에 마련된 시민생활사박물관 홍보 전시관 ⓒ김경민

서울역사관 로비 한편에 마련된 시민생활사박물관 홍보 전시관

흔히 우리가 읽는 위인전은 그 시대의 유명인, 영웅, 왕, 장군, 학자 등의 일대기와 업적을 다룬다. 이른바 민초(民草) 혹은 백성이라 불리던, 신분과 직업의 귀천을 넘어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살아온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는 역사에 거창하게 기록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가족들에게 남겨진 추억으로서 가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을 사는 그들과 같은 수많은 시민에게도 당시의 생활상을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사료가 될 수 있다.

이에 서울시는 노원구 공릉동 (구)북부법원단지 내 서울시의 주인인 서울시민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사료들을 전시하는 ‘시민생활사박물관’을 2019년 3월 건립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 5월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량아 선발대회 포스터, 학원가 전단, 수험표, 가전제품 등 1960년대부터 1980년대의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속 생활물품 등 다양한 시민생활사와 관련한 유물자료들을 공개 구입한 바 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서울시 시민생활사박물관에는 어떠한 사료들이 전시될까?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전시실에서는 시민생활사박물관의 전시내용을 미리 엿볼 수 있는 <당신의 자서전을 담은 박물관, 1926년생 서울사람 김주호입니다> 전시회가 11월 19일까지 열리고 있다.

평범한 시민 故김주호 씨의 일대기와 당시 시대상을 소개하는 전시. 손녀들 영상인터뷰(좌), 1950년 당시 결혼문화를 보여주는 자료(우). ⓒ김경민

평범한 시민 故김주호 씨의 일대기와 당시 시대상을 소개하는 전시. 손녀들 영상인터뷰(좌), 1950년 당시 결혼문화를 보여주는 자료(우).

이번 전시는 시민생활사박물관의 개관을 홍보하는 전시다. 1926년에 태어나(이 해에 유명 작가 故박경리, 코미디언 故구봉서도 태어났다고 한다) 2015년 향년 89세로 작고한 평범한 시민 故김주호 씨의 생애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의 생활사 연표에 따라 일제 침략기, 한국전쟁 등 역사적 사건들이 표기돼 있다. 특히, 벽면 한쪽에는 김주호 씨의 유물을 기증한 아들, 딸, 며느리와 손녀들이 김주호 씨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인터뷰 영상이 있었다. 아버지·할아버지 김주호 씨를 기억하며, 당시 사회상과 생활상을 가족은 물론 후대와도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말에 많은 공감이 되었다.

또한, 김주호 씨의 삶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다. 김주호 씨는 일제 침략기 당시 명문인 경기공립중학교와 경성고등상업학교 그리고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다. 1982년 은퇴할 때까지 현재 산업은행의 전신인 조선식산은행에서 은행원을 지냈으며, 한국전쟁 후 중학교 교사로서 중산층의 서울시민으로 살았다. 그의 물품인 경기중학교 수험표(1939)와 졸업증서(1944), 당시 은행원의 월급(3,940원)이 적혀 있는 조선식산은행 임명장(1948), 결혼 앨범과 청첩장(1955) 등을 통해서 우리나라 근현대 교육과 결혼 그리고 직장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1955년 종로예식장에서 신식결혼을 올린 김주호 씨의 결혼 앨범에는 양복을 입은 신랑과 부케를 들고 치마저고리를 입은 신부의 모습, 고천문을 낭독하고 신랑·신부 퇴장 시 팥과 콩을 뿌리는 모습, 유성온천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모습 등이 포함되어 있어 전통결혼과 신식결혼의 과도기적 결혼문화를 보여준다.

서울시민의 이야기를 담은 시민생활사박물관 ⓒ김경민

서울시민의 이야기를 담은 시민생활사박물관이 2019년 3월 개관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전시관 외벽에는 2019년 3월에 개관하는 서울시 시민생활사박물관의 모형과 초대장이 있었다. 또한, 우리들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시민생활사박물관 코너에는 시민생활사박물관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을 자유롭게 메모장으로 적어 붙여놓을 수 있다.

최근 서울시에는 돈의문 박물관마을과 문화비축기지 등을 비롯해 20가지 새 명소들이 속속 개관하고 있다. 곧 다가올 2019년에는 시민생활사박물관(2019년 3월, 노원구 공릉동)을 비롯해 서울공예박물관(2019년 5월, 종로구 율곡로)과 서울시 라키비움(2019년 12월, 종로구 평창동) 등 이색 박물관들이 차례로 개관한다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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