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 비밀의 문을 열다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17.11.01. 14:14

수정일 2017.11.01. 14:59

조회 2,105

신설동역 지하벙커로 내려가는 시민의 모습 ⓒ김윤경

신설동역 지하벙커로 내려가는 시민의 모습

서울의 유휴 지하공간이 시민들에게 또 다른 문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바로 신설동역 유령역과 여의도역 지하벙커가 그곳이다.

10월 19일, 서울시는 2호선 신설동역 지하 3층에 위치한 ‘신설동 유령역’을 개방했다. 1974년 1호선 당시 만들어졌으나 노선이 조정되는 바람에 폐쇄된 곳이다. 이후 출입이 금지되고 지도에도 나오지 않았다. 간혹 드라마와 영화 및 가수들 뮤직비디오에 이용돼 흥미를 주었다.

이번 서울시가 공개한 3개의 지하 시설 중, 한 군데인 신설동역은 11월 26일까지 주말에 한해 일 4회 예약을 받아 개방하고 있다. 신청 후 1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시민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주말 예약을 하고 신설동역으로 가는 길은 설렘이 가득했다. 역에 도착해 방문증을 받고 비밀의 문을 열었다. 철커덩 소리와 함께 43년 동안 닫혀있던 서울의 비밀공간이 펼쳐졌다.

신설동 유령역(좌), 신설동역 벽면에 소원을 적고 있는 시민들(우) ⓒ김윤경

신설동 유령역(좌), 신설동역 벽면에 소원을 적고 있는 시민들(우)

신설동역은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함께 하고 있다. 2017 서울시 유휴 지하공간 재생 프로젝트다. SeMA-SeMA人[in] 사진 아카데미 ‘서울, 오늘을 찍다’라는 전시는 기차길 벽을 통해 영상작품들을 상영 중이다.

‘서울, 오늘의 무의식’이라는 작품은 서울의 가장 뜨겁고 차가운 곳을 담아 서울의 모습을 재해석했다. 골목을 재해석해 만든 영상도 있다. 벽 한 면에는 시민들 소원이 적혀 있다.

건축학을 공부하고 신설동 학원에서 만났다는 박광목(29세, 군자동) 씨와 천정철(28세, 인천) 씨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서울에 이런 공간이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며 “지하철 5호선 계획이 변경돼서 생긴 곳인 만큼 앞으로도 시민을 위한 예술적인 공간으로 변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 고객안내센터(02-6110-1371), 관련 사이트

여의도 한복판에 위치한 지하벙커 출입구 ⓒ김윤경

여의도 한복판에 위치한 지하벙커 출입구

2005년 5월 발견된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한국 근현대사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의도 환승센터 옆에 위치한 지하벙커는 설치 작품과 사진으로 가득 찼다. 1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SeMa(서울시립미술관 Seoul Museum of Art의 영문 약칭) 벙커로 개관식을 했다.

활기찬 여의도환승센터 아래 위치한 조용한 지하벙커를 찾았다. 내려가는 계단은 살짝 긴장감을 주었지만 들어가 본 내부는 달랐다. 전시장 내 미디어아트 소리가 지하에 퍼져 울리고 있었다. 두 공간으로 크게 나눠 개관 기획전 ‘여의도 모더니티’, 역사 갤러리 특별전을 전시하고 있었다.

‘여의도 모더니티’는 4팀으로 구성된 11명의 참여 작가가 여의도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로 구성했다. 전시장 초입에서 만난 작품 ‘교차점’은 여의도와 관련한 인물과 소리를 들려주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는 시도를 했다. 또한 전시장 중간에 있는 ‘여의도 예비군복’은 디자이너와 큐레이터가 협업한 작품이다. 매주 금~토요일 오전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현장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소파에 앉아 `나, 박정희, 벙커`를 시청하는 시민들 ⓒ김윤경

소파에 앉아 `나, 박정희, 벙커`를 시청하는 시민들

미디어 아트가 열리는 전시장을 지나면 또 다른 상설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SeMa벙커 역사 갤러리다. 여의도 및 벙커에 대한 역사를 소개해 과거를 떠올리거나 되짚어 볼 수 있도록 했다.

가운데는 2005년 당시 발견된 소파가 놓여있었다. 발견 당시에는 물에 차있어 천이 모두 삭았기 때문에 프레임만 유지하고 비슷한 천으로 대체했다. 당시 발견된 소파에 시민들이 앉아서 쉬는 모습이 보였다. 소파 앞 화면은 영상이 흐른다. ‘나, 박정희, 벙커’라는 제목이다. 현재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여의도는 군사 정권 시절의 기억이 스며들어 있는 곳이다. 그 시절 여의도 광장은 ‘5.16 광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듯 군사 정권의 대규모 선전 행사를 개최했다. 또한, 이 벙커도 광장에서 국군의 날 등 주요 행사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피할 방공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곳은 하루 평균 500~600여 명이 방문하고 있다.

소식을 듣고 궁금해서 찾아왔다는 한 시민은 이런 생각치도 못한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여의도 비밀벙커는 앞으로 장소의 역사성과 미학적 특성을 살리면서 여의도에 특화된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여의도 지하비밀벙커’ 안내

○ 교통 : 지하철 여의도역 5·9호선 3번 출구 도보 7분

○ 관람시간 :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6시 (매주 월요일 및 1월 1일 휴관)

○ 입장료: 무료

○ 문의 : 02-2133-8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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