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찾아가본 마곡지구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7.10.26. 10:36

수정일 2020.06.16. 13:43

조회 2,392

시민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서울식물원은 내년 6월 개장을 앞두고 있다. ⓒ박분

시민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서울식물원은 내년 6월 개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강서구 개청 40주년을 기념한 ‘100년 명품도시 강서 기억상자(타임캡슐) 매설식’이라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매설을 앞두고 천으로 가려진 타임캡슐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행사장은 탄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원통형 구조물로 제작된 타임캡슐에는 개청 40주년과 60만 인구 돌파를 축하하기 위해 강서의 역사와 미래의 염원을 담은 1,000점의 소장품과 주민들이 직접 후손에게 전하는 희망메시지가 담겨있다.

1,000점의 소장품을 살펴보면 마곡도시개발사업계획서를 비롯한 강서중장기계획서, 위기가구 사례모음집 등 자치행정 주민생활 분야 등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양천향교 제례복, 강서구 일대에서 수확한 경복궁 쌀, 지역축제 사진(영상), 황금자 할머니 구민장 영상 등 구의 문화·역사에 대한 자료 외에도 1년간 기록한 육아일기며 유명만화작가가 기증한 만화책 등 주민 소장품도 포함돼 있다. 이들 소장품들은 모두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공모하여 수집한 것들이다.

강서구 타임캡슐 매설식 행사 현장. 푸른 옷차림의 개청둥이 가족들과 중앙 원형통 타임캡슐이 보인다.  ⓒ박분

강서구 타임캡슐 매설식 행사 현장. 푸른 옷차림의 개청둥이 가족들과 중앙 원형통 타임캡슐이 보인다.

또한 이번 행사에는 1977년 강서구청 개청 당시 태어난 ‘개청둥이’ 가족들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아직 어린 개청둥이 자녀들은 60년 후 개청 100주년에 맞춰 기억상자를 개봉할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행사 참여를 마치고 나서는 길, 지하철 5호선 마곡역 1·2번 출구 방향으로 마곡지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옛날 마곡동(麻谷洞) 일대는 벼농사와 함께 삼(麻) 농사도 같이 지었다고 한다. 마을 이름은 삼(麻)을 많이 심었던 데서 유래되었다.

이때쯤이면 넓은 들판에 누렇게 익은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여기저기 콤바인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마곡이 2008년 11월 벼 수확을 끝으로 이제 더이상 마곡에서 황금 들녘을 볼 수 없게 됐다. 과거 600년 넘게 논밭이었던 곳에 높은 빌딩이 우뚝 서 있으니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난다.

시원하게 뚫린 마곡중앙로 저편으로 새롭게 탄생한 도시 마곡이 보인다. ⓒ박분

시원하게 뚫린 마곡중앙로 저편으로 새롭게 탄생한 도시 마곡이 보인다.

2009년 9월 착공에 들어간 마곡은 여의도의 1.2배에 달하는 규모다. 마곡지구는 크게 주거단지, 산업연구단지, 서울식물원으로 구성돼 있다. 마곡동을 지나다 보면 아직도 곳곳에서 공사로 분주한 현장을 보게 된다. 대형 타워크레인이 군데군데 우뚝 서 있고, 레미콘과 덤프트럭이 바쁘게 오가기도 한다.

왼편으로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총 16개 단지(1만2000여 가구) 가운데 14개 단지가 현재 입주를 마쳤다. 마곡엠밸리 단지 등 구시가지에 인접해 이미 입주가 마무리된 주거단지에는 교육시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마곡중, 공진초, 공항초, 항공비즈니스고 등 새로 건립되는 학교와 기존 학교들의 교육시설 재정비도 추진되고 있다.

CCTV를 통해서 각종 사건, 사고를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며 주민 안전을 담당하는 강서통합관제센터를 비롯한 강서세무서 등 주요 공공기관들도 마곡지구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시끌벅적한 시장통에 있던 방화1동 주민센터도 지난 7월 마곡 새 건물로 이사를 했다. 노후시설과 협소한 공간으로 불편함이 컸던 터라 기쁨은 컸다.

마곡동에 둥지 튼 방화1동 주민센터와 강서통합관제센터(좌), 마곡탐방에 나선 관내 초등학생들(우) ⓒ박분

마곡동에 둥지 튼 방화1동 주민센터와 강서통합관제센터(좌), 마곡탐방에 나선 관내 초등학생들(우)

내년 하반기 완공될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은 고난도 중증 질환 전문센터를 운영하고 국제진료센터 및 프리미엄 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하는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병원으로 지어진다. 여기에 이화여대 의과대학이 함께 이전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병원인 ‘보구여관 保救女館’으로 복원될 예정이다.

2009년 기반 공사를 시작한 마곡산업단지는 2020년까지 총 16만여 명이 근무하는 큰 산업단지로 변모한다.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한 롯데식품계열사의 통합 연구활동을 하는 곳으로 알려진 롯데R&D센터는 가장 먼저 입주해 관내 초등학생들의 즐거운 마곡탐방견학코스에 포함됐다. 10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흰색 외관의 LG사이언스파크는 연구개발(R&D)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LG 계열사 8곳이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이곳은 시민들이 별도의 출입증 발급 없이 건물 바깥은 물론 로비까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 주목받고 있다. 말 그대로 ‘파크(공원)’이기 때문이다.

마곡역 1·2번 출구에서 한강 방향으로 마곡중앙로를 따라 걸으면 50만3,000㎡ 규모의 서울식물원공사 현장이 나타난다. 멀리서 바라보는 서울식물원의 모습은 아직 어렴풋이 잡힐 뿐이어서 더욱 궁금하다. 흰색 공사 가림막에 둘러싸인 채 2015년 11월 첫 삽을 뜬 서울식물원은 내년 6월에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5,000여 종의 식물이 어우러지는 서울식물원은 서울 최초 보타닉공원(식물원과 결합한 공원)으로 벌써 시민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식물원과 호수공원, 열린숲공원, 습지생태원 식물문화센터 등으로 구성될 서울식물원은 내년에 전체개장을 앞두고 있지만 빠르면 연내에 부분개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식물원 외에도 마곡지구에는 16개의 공원, 56개의 녹지, 21개 노선의 하수도와 마곡빗물펌프장, 마곡유수지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반시설들이 제자리를 잡고 있다.

김포평야에 물을 대던 옛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은 체험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박분

김포평야에 물을 대던 옛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은 체험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현존하는 근대산업시설물 중 유일하게 농업시설물인 옛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은 마곡도시개발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설물이다. 겸재정선미술관과 서울식물원 사이 텅 빈 벌판에 잿빛의 나무로 둘러싸인 허름한 건물 한 채가 보인다. 이 목조건물은 우리나라 곡창지대였던 김포평야에 물을 대던 수리조합시설로 1926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다. 1980년대 초 목동신도시개발이 시작되기 이전까지 사용했던 시설물로서 근대 농업사의 귀중한 유산으로 평가받아 재정비한 다음 값진 체험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여름철에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겨울철에는 논에 물을 채워 아이들의 신나는 썰매장이 됐던 마곡벌판에 어느덧 새로운 도시가 위풍당당하게 들어서고 있다.

과거 한강을 낀 드넓은 논과 밭이자 서울의 변두리로 여겨졌던 마곡이 화려하게 변신 중이다. 2007년 첫 삽을 뜬 마곡도시개발사업은 내년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첨단과 자연이 공존하는 명품도시, 또 한 번 변신할 마곡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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