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흔드는 '하늘공원' 억새 물결

시민기자 김종성, 조시승

발행일 2017.10.24. 16:28

수정일 2017.10.25. 15:21

조회 3,226

하늘공원 전망대와 억새 풍경 ⓒ김종성

하늘공원 전망대와 억새 풍경

하늘공원-지도에서 보기

잠시 한눈을 팔면 어느새 지고 마는 단풍과 달리 억새는 가을 내내 손 흔들며 사람들을 반겨준다. 하늘공원(서울 마포구 상암동 482)에서는 지난 10월 13일부터 10월 19일까지 억새 축제가 열렸다. 하늘공원 억새축제는 끝났지만 억새를 베는 11월 중순까지는 억새를 계속 감상할 수 있다. 하늘공원 입장은 일출 후부터 일몰 후 2시간 후(저녁 8시경)까지 가능하다.

2002년 월드컵공원 개원 때부터 시작해 올해 16회째를 맞이한 서울 억새축제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다양하게 열렸다. 온 가족이 서울 야경을 보고 즐기며 은빛으로 물결치는 억새꽃을 감상할 수 있다. 또 1년 중 단 한 번 유일하게 밤 10시까지 연장운영 한다.

저녁 7시가 되면 하늘공원엔 빛이 켜지고, 운치 있는 억새밭 오솔길을 걸으며 특별한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하늘공원 곁에 흐르는 한강의 야경은 덤이다.

바람이 불면 파도처럼 일렁이는 억새길 ⓒ김종성

바람이 불면 파도처럼 일렁이는 억새길

19만㎡(5만7000평)에 이르는 너른 평원 위에 군락을 이루어 사는 은빛 억새들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풍경이 장관이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쏴아~” 소리를 내며 흔들릴 때는 흡사 파도 소리처럼 들려온다. 억새 줄기는 연약한 듯 보이지만 절대로 꺾이는 법이 없다. 세찬 바람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도 다시 일어서는 강인한 들꽃이다. 억새와 갈대의 사진을 보면 참 비슷해서 헷갈리기도 하는데, 억새는 산에 피고 갈대는 강가나 습지에 피는 것의 차이라고 한다.

한강 변에 위치했던 난지도 섬은 수많은 철새의 보금자리였을 뿐 아니라 은근한 향기를 지닌 난초와 지초가 풍요로운 생태의 보고였다. 그러나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간 매립된 쓰레기는 난지도를 98m에 달하는 두 개의 쓰레기 산으로 바꿨고, 시민들이 꺼리는 장소가 되었다.

1990년대 초반 이사할 집을 알아보러 상암동 부근 동네에 갔다가, 난지도를 보고 돌아오신 어머니의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넓은 쓰레기 평원 위로 새들이 날아다니고 뒤로는 높다란 쓰레기 산이 솟아 있었다고 했다. 어머니가 전해준 난지도 풍경을 떠올려보았지만 좀처럼 실감 나지 않았다. 후일 어머니가 본 새들의 정체는 멀리 서해에서 날아온 갈매기였고, 높다란 쓰레기 산이 하늘공원이란 걸 알게 됐다.

하늘공원으로 오르는 전망 좋은 나무 계단길 ⓒ김종성

하늘공원으로 오르는 전망 좋은 나무 계단길

더 놀랐던 건 난지도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다. 당시엔 ‘넝마주이’라고 불렀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 중 재활용품들은 돈이 되다 보니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폐품을 수집하면서 자연스레 이권이 개입됐고, 고물을 줍는 일에도 권리금이 생겨났다. 강남구나 종로구같이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오는 쓰레기엔 권리금이 두 배 정도 더 나갔다고 한다.

무려 9,200만 톤의 쓰레기가 묻혔던 이곳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아직 쓰레기가 땅속에 남아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현재 땅속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월드컵경기장과 인근 상암동 지역의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공급하고 있다. 또한, 쓰레기에서 스며나오는 침출수는 곧바로 한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난지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한 뒤 방류하고 있다.

무지개 색깔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억새(좌)와 한밤에 펼쳐지는 화려한 레이저쇼(우) 모습 ⓒ김종성

무지개 색깔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억새(좌)와 한밤에 펼쳐지는 화려한 레이저쇼(우) 모습

억새축제 땐 레이저 쇼와 같이 평소에 보기 힘든 다채로운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 발아래로 한강이 아늑하게 흘러가고, 월드컵경기장이 조명에 밝혀져 조형작품처럼 멋지게 펼쳐졌다. 멀리 북한산과 서울타워, 불을 밝힌 남산도 볼 수 있어 좋았다.

하늘공원은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어 야생 동식물 보호를 위해 야간에는 출입이 통제된다.

하지만 축제 기간에는 밤 10시까지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아 화려하게 변신한 억새 사이를 거닐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어두운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는 레이저쇼도 볼만하다.

소원터널의 모습(좌)과 포토존의 모습(우) ⓒ조시승

소원터널의 모습(좌)과 포토존의 모습(우)

레이저쇼 이외에도 소원터널, 포토존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또 관리사무소 앞에 있는 빨간색 ‘느린 우체통’에 엽서도 보내고, 넓은 억새밭 가운데 자리한 독특한 모양의 전망대 ‘하늘 담은 그릇’은 꼭 가봐야 한다.

■ 월드컵공원 하늘공원 안내
○ 교통 :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3번 출구, 도보 10분
○ 문의 : 서부공원녹지사업소 공원여가과(02-300-5542), 하늘공원(02-300-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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