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서울] 서울숲 옆 소셜벤처 골목여행

시민기자 이현정

Visit1,969 Date2017.10.24 15:36

서울숲 옆 116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언더스탠드에비뉴` 문화공간ⓒ이현정

서울숲 옆 116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언더스탠드에비뉴` 문화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지도에서 보기

함께 서울 착한 경제 (84) – 성수동 소셜벤처, 사회혁신가들의 골목을 찾아서

가을하고도 단풍의 계절이 돌아왔다.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기엔 뭔가 손해 보는 느낌! 좀 특별한 골목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가을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서울숲 옆 소셜벤처 골목여행! 우아하게 솟은 최첨단 건물 아래로 오래된 골목 흔적이 공존하는 곳이다. 골목 구석구석, 낮은 다세대 주택과 낡은 공장 속 개성 만점 맛집 멋집들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 혁신가들이 둥지를 튼 골목으로 의미가 있다. 성수동 혁신 골목, 소셜벤처 골목으로 가을여행을 떠나보자.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서울숲까지, 소셜벤처 맛보기

블록처럼 쌓아 올린 116개의 컨테이너가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곳, 지하철 서울숲역에서 서울숲으로 가는 길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이곳은 바로 ‘언더스탠드에비뉴’다. 청소년, 예술가, 청년, 사회적 기업가의 꿈을 지원하는 창조적 공익 문화공간이다.

총 7개 스탠드로 구성되어 있다. ▲유스스탠드는 일하며 배우는 청소년 일터 학교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는 힐링 공간 ▲하트 스탠드와 친환경 식재료로 건강하게 만든 제철 음식과 세계 각국의 이색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식문화공간이자 다문화 및 한부모 가정 여성 자립을 돕는 ▲맘스탠드도 있다.

▲아트스탠드는 문턱 낮은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소셜스탠드에서는 사회적기업·청년 벤처가 생산하는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인다. ▲오픈스탠드에서는 청년 신진 예술가의 첫걸음을 지원한다. ▲파워스탠드는 성동구 어르신들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카페와 분식점을 운영한다.

그러고 보니 언더스탠드에비뉴는 보기 좋게 조성된 작은 소셜벤처 골목인 듯싶다. 성수동 소셜벤처 골목에는 이윤보다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셜벤처 기업들이 골목골목 숨어 있다.

영업이익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에 제공하는 `마리몬드` 매장. 다양한 상품을 구입하고 꽃차도 마실 수 있다 ⓒ이현정

영업이익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에 제공하는 `마리몬드` 매장. 다양한 상품을 구입하고 꽃차도 마실 수 있다

언더스탠드에비뉴 뒤로는 서울숲이 이어져 있다. 한창 단풍으로 단장 중인 서울숲은 좀 특별한 공원이다. 조성부터 프로그램 운영까지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하이라인파크, 브루클린 브릿지 공원과 같이 시민이 운영하는 사례는 해외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서울숲이 최초다.

이제껏 공원과 같은 공공시설은 당연히 정부나 지자체에서 조성, 관리해왔지만 이처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책임지고 만들어가는 것이 보다 의미 있지 않을까? 시민이, 민간이 지역의 크고 작은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가는, 어찌 보면 소셜벤처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듯 싶다.

착한 소비,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는 멋집 맛집 골목

서울숲을 둘러보고 5번 출입구로 나와 북쪽으로 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서울숲 2길로 들어서면 성수동 벤처 골목이 나온다. 다세대주택 건물 사이사이 멋집 맛집이 숨겨져 있는 곳, 요즘 서울에서 가장 핫하다는 골목이다.

박보검 티셔츠, 수지 핸드폰 케이스로 알려진 ‘마리몬드’도 이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마리몬드는 매 시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담긴 고유의 꽃을 선정해 알리고, 디자인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관련 NGO에 전달하고, 캠페인을 진행한다. 마리몬드는 이처럼 디자인제품, 콘텐츠, 커뮤니티를 통해 존귀함을 이야기하는 소셜벤처다.

저개발 국가에서 공정무역 가치를 실현하는 생산자를 발굴하여 그들의 스토리와 제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기업 ‘더페어스토리’의 매장 겸 사무실도 이곳에 있다.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빈민, 장애 여성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그들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쿠션 가방 식탁보 등을 선보이는 패브릭 브랜드 ‘펜두카’로 알려져 있다.

화려한 색감으로 눈길을 끄는 곳은 아프리카 브랜드 편집숍 ‘아프리카 스퀘어’. 아프리카 디자인 상품과 예술 작품, 현지에서 온 커피와 차 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공정무역으로 아프리카 공급자들의 거래 수익을 보장하고, 판매금액의 30% 중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을 아프리카 인식개선과 교육 활동에 기부하는 착한 가게다.

아프리카 브랜드 편집숍 아프리카 스퀘어(좌), 친환경 식료품점 겸 레스토랑 더피커(우) ⓒ이현정

아프리카 브랜드 편집숍 아프리카 스퀘어(좌), 친환경 식료품점 겸 레스토랑 더피커(우)

‘더 피커 (the picker)’도 요즘 뜨는 곳 중 하나다. 겉으로 보기엔 분위기 좋은 카페 같지만, 한쪽에선 채소, 과일, 곡물, 견과류 등 친환경 식재료를 판매하고 있고, 그 식재료로 만든 유기농 샐러드와 비건 버거, 샌드위치, 스무디 등 채식요리도 맛볼 수 있다. 국내 최초 프리사이클링 스토어로, 개인 용기를 가져와서 원하는 만큼 무게대로 계산해가는 친환경 식료품점 겸 레스토랑이다. 프리사이클링은 애초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설계하는 보다 적극적인 환경 보호 개념이다. 담아갈 용기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광목천 주머니, 생분해 용기, 유리 용기 등 친환경 보관 용품을 구입해 담아가면 된다. 대나무 칫솔, 대나무 빨대 및 스테인리스 빨대와 전용 세척기구, 나무를 베지 않고 만드는 야자나무 잎 접시 등과 같은 친환경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태백산맥 끝자락 산골마을 할머니들이 산과 들을 오가며 뜯어말린 산나물과 청정 식재료들을 이용해, 손맛 좋은 어르신들이 담은 된장, 간장으로 맛을 낸 정직한 한식 밥집 ‘소녀방앗간’도 이곳 골목에서 시작했다. 농민에게 정당한 가격을, 도시 소비자에겐 청정식단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자 한다. 단순한 밥집이라기보다는 어르신들과 청년, 산골 마을과 도시를 연결해주는, 소통의 밥상, 위로와 치유의 밥상을 나누는 공간이다.

혹여라도 사회적경제기업이라 해서 품질이나 디자인 등 뭔가 좀 부족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해! 이들 소셜벤처 멋집 맛집들은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이들 가게에선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식사나 음료를 마시는 것만으로 제법 멋진 일을 한 듯 뿌듯해진다.

그들이 성수동 소셜벤처 골목에 모여든 이유는?

이곳 성수동 낡은 골목이 소셜벤처, 사회 혁신가들의 골목으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루트임팩트’나 ‘소풍’ 같은 소셜벤처를 지원하거나 투자하는 회사나 공유 협업 공간들의 역할이 컸다.

루트임팩트는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체인지메이커, 소셜벤처,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재단 등을 발굴, 육성하고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정경선 대표가 2012년 설립했는데, 2014년에는 임팩트 투자회사 HGI(Holistic Growth Initiative)도 설립해 잠재력 있는 이들 기업에 투자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루트임팩트는 2014년 회사를 성수동으로 옮기면서, 사회 혁신가들을 위한 코리빙 하우스 ‘디웰(D-well)하우스’를 열었다. 2015년 2호점을 추가로 열어 현재 최대 14명과 9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다. 1호점 1층과 지하에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오늘살롱’이 있다. 1층은 소셜 카페가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프로그램, 워크숍,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 등이 진행된다. 지하 1층은 라이브러리로 ‘혁신 도서’의 열람 및 독서 모임을 비롯한 도서 관련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공간이다.

헤이그라운드에서는 소셜벤처 관련 다양한 행사도 진행된다. ⓒ이현정

헤이그라운드에서는 소셜벤처 관련 다양한 행사도 진행된다.

또한, 지난 6월에는 500명의 사회적 기업가가 모여있는 코워킹 공간, ‘헤이그라운드’도 문을 열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에서 일자리위원회 3차 회의를 주재하고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해 관심을 끈 곳이다.

2층부터 7층까지는 코워킹오피스로 꾸며져 있는데, 10인 이하는 물론, 100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독립 오피스까지 다양한 크기의 사무공간과 함께 편의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지하에는 커뮤니티 공간과 세미나룸, 나눔 부엌 등이 있고, 스카이라운지인 8층은 이벤트 행사도 진행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 있다. 1층은 건강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캐주얼 다이닝, 커피와 음료,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생활 편의점 등이 조성되어 있어, 외부인도 언제든 와서 즐길 수 있다.

현재 헤이그라운드에는 마리몬드, 두손컴퍼니, 소녀방앗간를 비롯해, 글로벌 비영리 조직 ‘아쇼카 한국’, 토도수학 개발사인 ‘에누마’,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멘토링 교육을 하는 ‘공부의 신’, 사람도서관 ‘위즈돔’, 예술문화 벤처 ‘위누(Weenu)’ 등 43개사 550명이 입주해있다. (2017년 7월 기준)

소풍(Sopoong)은 신생 및 초기 단계 소셜벤처의 성장에 필요한 투자뿐 아니라 교육, 멘토링, 커뮤니티 등을 제공하는 인큐베이팅 회사다. 자사 건물을 소셜벤처 창업자들에게 개방하고 있는데, 성수동에서 가장 오래된 코워킹 스페이스 ‘카우앤독(cow&dog)’이 바로 그곳이다. 3~4층은 소셜벤처를 위한 코워킹 사무실이 있고, 1, 2층으로 이뤄진 코워킹 카페에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할 수 있도록 개방형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성동구 공정여행사업단 안내자의 도움으로 소셜벤처 골목을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이현정

성동구 공정여행사업단 안내자의 도움으로 소셜벤처 골목을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카우앤독은 ‘협업(CO-Work)’과(&) ‘좋은 일을 한다 (DO Good)’의 합성어로, 개나 소나 누구든지 자유롭게 와서 일하라는 중의적 표현도 담고 있다. 실제 카페는 특별한 제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소풍이 투자해 성공한 대표적 회사로는 공유차 기업 ‘소카(SOCAR)’와 크라운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 지식공유 플랫폼 ‘위즈돔’ 등이 있다.

이곳 소셜벤처 골목은 한 건물, 혹은 가까운 거리에는 많은 소셜벤처, 사회적기업들이 모여 있어 긍정적인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비슷한 가치관과 지향점을 가진 이들이 모여있다 보니 이야기가 잘 통하고, 서로 협업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를 받기도 용이하다.

단풍이 물들어가는 가을, 이왕이면 서울숲 옆 소셜벤처 골목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소셜벤처 골목이 있는 성수동은 이색 문화공간이 숨어 있는 곳으로도, 건축 탐방을 하기 좋은 곳으로도, 수제화 골목으로도 유명하다. 소셜벤처 골목을 돌아보며, 함께 둘러봐도 좋을 듯싶다. 좀더 깊이있는 해설을 들으며 여행하고 싶다면, 성동구 공정여행사업단( 010-7315-9887)으로 문의하거나, 성동구 공정여행 페이스북 페이스(www.facebook.com/SDEroom/)를 참고하면 된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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