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담은 산책길 ‘월드컵공원’의 모든 것

시민기자 김종성

Visit1,101 Date2017.10.17 08:35

해질녘 풍경이 바라다보이는 노을공원 쉼터 ⓒ김종성

해질녘 풍경이 바라다보이는 노을공원 쉼터

노을공원-지도에서 보기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상암동 481-6)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새롭게 태어난 장소다. 당시 월드컵 주 경기장으로 쓰일 경기장을 만들면서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했던 난지도 주위 일대를 큰 공원으로 조성했다.

난지도는 과거엔 조선시대 그림으로도 남아있는 서울의 아름다운 명승지였다. 보랏빛 난초와 순백의 지초가 지천으로 피어나 난지(蘭芝島)라 불렸다.

이러한 난지도에 지난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간 쓰레기가 매립되었고, 이곳은 98m에 달하는 두 개의 쓰레기 산으로 바꿨다. 그것이 지금의 하늘공원, 노을공원이다. 이곳엔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가 아직도 땅속에 남아있다. 땅속 쓰레기에서 나오는 매립 가스는 한국지역난방공사(서울 중앙지사)가 난방 전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독성의 가스를 친환경 에너지로 만들어 재활용하고 있다.

호수가 있어 안온한 기분이 드는 평화의 공원의 모습 ⓒ김종성

호수가 있어 안온한 기분이 드는 평화의 공원의 모습

월드컵공원은 크게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으로 나뉘어 있다. 이곳은 다양한 강변 풍경이 있는 난지한강공원으로도 이어진다. 호숫가 오솔길이 있는 평화의 공원, 가을날 억새가 파도처럼 춤을 추는 하늘공원, 낭만적인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 서울에서 노을이 가장 아름답게 지는 노을공원 등이 있다. 저마다 개성 있고 광활한 규모의 공원이 서로 이어져 있다 보니 자전거 타고 산책하기 제일 좋은 공원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평일에 한해 자전거를 타고 찾아갈 수 있다.

월드컵공원은 한강가에서 가까워 접근성도 좋다.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기 편하게 자전거 대여 시스템도 잘되어 있다. 월드컵경기장역 1번이나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에 서울시 자전거 따릉이 대여소가 있다.

월드컵경기장역 건너편에 있는 평화의 공원에 들어서면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가 반긴다. 호숫가 벤치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쬐고 있거나, 텐트를 치고 편안하게 쉬는 시민들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 인공호수지만 물이 깨끗하고 물고기들과 오리들이 돌아다닌다. 호수 건너편으로 건너가면 산책은 물론 자전거 타기 좋은 길이 나타난다. 호수 옆 작은 오솔길을 걸어도 좋고, 나무들 풍성한 숲속 샛길도 있다. 호수가 가까이에 있어서 상쾌하고 시원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텐트, 그늘막을 가지고 와서 곳곳에 있는 나무 그늘 밑 푹신한 풀 위에서 한가로이 캠핑 기분을 내도 좋겠다.

은빛 억새들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하늘공원 ⓒ김종성

은빛 억새들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하늘공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맘껏 뛰어다니며 연을 날리는 너른 잔디밭을 지나다 보면 머리 위로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들이 보인다. 요즘 같은 가을에는 억새풀이 피어나 축제를 벌이는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 계단 입구에서 좌측 도로를 향하면 하늘공원 꼭대기로 오를 수 있는 넓은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관광객을 싣고 하늘공원을 오가는 전동 맹꽁이차가 다니는 도로지만, 평일에는 자전거도 같이 달릴 수 있다.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저절로 업힐(오르막길) 주행 연습이 되는 길이 하늘공원 정상까지 이어진다.

힘에 부친 사람들은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기도 하지만 꼭대기에 오르면 하늘공원의 드넓은 평원을 신나게 달리는 기쁨과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달리는 짜릿함을 누릴 수 있다. 요즘 하늘공원엔 사람 키보다 웃자란 억새풀 가득한 풍경이 장관이다. 바람이 불어올 적마다 “쏴아~” 하고 소슬한 소리를 내며 출렁이는 모습이 흡사 은빛 파도처럼 보여 이채로운 기분이 든다.

하늘공원에 있는 느린 우체통 ⓒ김종성

하늘공원에 있는 느린 우체통

주변에 빌딩, 아파트, 카페 등이 보이지 않아선지 서울과 멀리 떨어진 외딴 섬에 온 듯해 기분 좋은 단절감이 든다. 가을이라 그런지 공원에 있는 빨간색 ‘느린 우체통’에 엽서를 써서 보내는 기분도 특별했다. ‘느린 우체통’에 부쳐진 엽서, 편지는 연 2회 수거해 설날과 추석 즈음에 받아볼 수 있게 된단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하늘공원을 신나게 내려오면 오른편에 키다리 아저씨같이 높다란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이 펼쳐져 있다. 중국이 고향인 메타세콰이아 나무(수삼나무)는 은행나무처럼 오래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한 ‘살아있는 화석 식물’로 불린다.

강아지와 산책 나온 동네 주민 아저씨, 예쁜 모델을 데리고 사진을 찍으러 온 사진가들까지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은 다양한 시민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누가 어떤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지 멋진 풍경 사진이 되는 길이다. 숲길 산책로 옆에 자전거로 쌩쌩 달릴 수 있는 큰길도 조성돼 있다. 모두 비포장 흙길이라 더욱 좋다. 숲길 북쪽 끝에 한강과 연결되는 구름다리가 생겨 자전거 타고 찾아오기 더욱 좋아졌다. 함께 또는 혼자와도 언제나 낭만적인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다. 빨리 지나갈수록 손해처럼 느껴지는 숲길이라 그런지 늘 내려서 자전거와 나란히 걷게 된다.

자전거길도 마련돼 있는 메타세콰이아 숲길 ⓒ김종성

자전거길도 마련돼 있는 메타세콰이아 숲길

메타세콰이아 길 끝에 이르면 이정표와 함께 바로 오른쪽에 노을공원 입구가 보인다. 사람들을 싣고 노을공원을 오가는 맹꽁이 전기차를 따라 달렸다. 전기차에 맹꽁이란 이름이 붙은 건 공원 주변에 보호종인 맹꽁이가 많이 살아서다. 중간중간 벤치가 있어 힘이 들면 쉬어가도 좋다. 노을공원 허리둘레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도 나 있어 한 바퀴 돌아보았다.

하늘공원보다 덜 가파른 도로를 따라 조금 달리다 보면 어느새 사방이 탁 트인 평원이 여행자를 반긴다. 억새풀은 물론 맘껏 뛰놀 수 있는 너른 잔디밭과 캠핑장까지 마련돼 있다. 한강의 저무는 노을을 감상하며 야영할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가을을 노래하는 온갖 풀벌레 소리가 시끄럽기는커녕 평화롭고 고즈넉하게만 느껴졌다. 여기까지 오느라 열심히 페달 질했던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몸 곳곳으로 퍼져갔다.

저무는 노을을 보며 야영할 수 있는 노을공원 캠핑장 ⓒ김종성

저무는 노을을 보며 야영할 수 있는 노을공원 캠핑장

도시에선 보통 잔디밭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지만 이곳에선 마음껏 뛰거나 거닐어 볼 수 있다. 생태공원으로 조성되기 전 골프장으로 만들어져 잔디밭이 융단처럼 잘 깔렸다. 부는 바람에 손 흔들어 환영하는 억새군락과 아담한 나무 정자들에서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누구나 처음 오면 “와, 여기 서울 맞아?”를 외치게 되는 곳이다.

노을공원 전망대에 서면 서해를 향해 흘러가는 한강의 유장한 물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질녘 강 너머 서쪽 하늘에서 붉은 노을이 피어올랐다. 폰카에서부터 둔중한 삼각대까지 설치한 사진가들까지 저마다 가져온 카메라는 다르지만 아름다운 석양에 감동하는 표정은 똑같았다. 어떤 스카이라운지보다 자연적이고 고즈넉한 공간이기도 하다.

노을공원은 하늘공원보다 1.5배 정도 크다. 어깨를 나란히 한 이웃 공원이지만 느껴지는 가을 분위기는 완연히 다르다. 하늘공원과 달리 노을공원은 따로 축제를 하지 않는다. 강을 비추고 산을 물들이는 붉은 저녁노을이 매일 이렇게 아름답게 펼쳐지는데 무슨 축제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 월드컵공원 안내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84(월드컵공원) (우)03900
○ 공원구성 :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 관람시간 : 상시개방 (하늘공원, 노을공원 제외)
○ 출입통제 : 하늘공원 하늘 길은 급경사로 이용시민고객의 안전을 위하여 인라인, 보드 등 출입통제 장애인 차량은 평일(토ㆍ일 공휴일은 탄력적으로 운영)에 한해 통행 가능
○ 문의 : 02-300-5500~2
○ 홈페이지 : 월드컵공원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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