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시인, 중광스님, 이외수작가를 한자리에서...

시민기자 이재찬

발행일 2017.10.12. 10:59

수정일 2017.10.12. 21:00

조회 2,444

‘셋이서문학관’은 북한산 자락 은평 한옥마을에 있다. 주변에는 유명한 고찰 진관사, 삼천사가 있고 역사박물관이 있어 고풍스러운 운치가 있다. 독특한 이름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셋이서문학관’의 이름은 1989년 이외수 작가, 천상병 시인, 중광스님 세 분의 시와 그림을 담은 시화집 <도적놈 셋이서>에서 유래한다. 이 분들은 세간에서 기인(奇人)으로 불리며 독특한 색깔의 문한(文翰) 세계를 펼쳤다.

북한산 자락 은평 한옥마을에 위치한 `셋이서문학관`의 모습 ⓒ이재찬

북한산 자락 은평 한옥마을에 위치한 `셋이서문학관`의 모습

문학관 내에는 천상병 시인(1930~1993), 중광스님(1934~2002), 이외수 작가(1946~ )의 작품과 유품이 각 방에 담겨 있다. 천상병 시인의 색깔이 바랜 원고지와 이외수 소설가 친필이 전시되어 있어 인상이 깊었다.

천상병 시인은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으로 불린다. 대표 시 ‘귀천’에서 그는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을 간결하게 표현했다. 삶을 ‘소풍’이라고 한 것은 이를 말해주고 있다.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간첩단사건’에 연루되어 심한 고문과 옥고로 인한 심신의 충격은 시인의 인생을 어둡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고통 속에서도 순진성과 순수한 서정으로 시를 표현했다. 죽음을 앞두고도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지난 세월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달관과 관조의 태도를 형상화하였다.

중광스님은 ‘걸레스님’으로 많이 알려졌다. 삶이란 ‘괜히 왔다 간다’라는 심오한 철학이 담긴 개성 있는 표현을 했다. 스님은 선화(禪畵)의 영역에서 파격적인 필치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하였다. ‘한국의 피카소’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보다 외국에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 미국 록펠러재단과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 대영박물관 등에 그림이 소장되어 있다. 또한 스님의 일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허튼소리(1986)’가 있으며, ‘청송으로 가는 길(1990)’ 작품은 직접 출연할 정도로 다채로운 활동을 하였다.

중광스님의 개성이 담긴 시 `나는 걸레` ⓒ이재찬

중광스님의 개성이 담긴 시 `나는 걸레`

작가 이외수는 재치와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연금술을 펼치는 기행과 파격의 작가이다. 특유의 괴벽으로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불리며,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세계를 펼쳤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아름다움의 추구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예술의 힘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작품에는 구도(求道)에의 집념과 인간에 대한 연민, 인간존재의 시원을 묻는 그리움과 아픔이 일관되게 배어 있다. ‘글쓴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를 창작의 신조로 삼고 있다. 그의 탁월한 상상력과 유미주의적 내용, 신비체험과 초현실 세계를 다루는 문체 등은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마니아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2008년부터 라디오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SNS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조병화 시인은 천상병 시인, 중광스님, 이외수 작가의 시화(詩畫)의 만남을 두고 “사람들의 시선에도 자신의 마음에 따라 행동을 보여 준 이들의 진솔함에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을 상기시켜 준다. 인간의 본성을 이들을 통해 확인하고 삶의 본질이 어떤 모습인가를 엿볼 수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정인관 셋이서문학관장은 평일에 50여 명, 주말에는 200여 명이 문학관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 문학관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는 ‘나만의 문집 만들기’이다. 시, 수필, 소설, 자서전 쓰기를 매주 목요일 2시간(오후 3시부터 5시까지)씩, 총 12회 운영하고 있다. 강좌는 시, 수필, 자서전 이해와 쓰는 방법, 나의 문집 정리하기, 첨삭, 소감발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학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또한, 한 시대의 산물로서 사회의 영향을 받고 사회에 영향을 준다. 세상을 진솔하게 사셨던 분들의 문학 공간은 몰가치의 세태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정신적 쉼터가 될 것이다. ‘셋이서문학관’은 지친 일상에서 활력을 얻기에 충분한 곳이다.

■ ‘셋이서문학관’ 안내

○ 주소 :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125-29

○ 문의 : 02-355-5800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