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고향, 밤섬을 밟다

시민기자 조시승

Visit790 Date2017.09.22 18:02

밤섬 실향민들이 옛 이야기 나눔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조시승

밤섬 실향민들이 옛 이야기 나눔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마포구에선 추석을 앞둔 9월 16일, 밤섬 실향민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 ‘밤섬 고향방문 행사’를 열었다. 2001년부터 매년 이맘때마다 밤섬 귀향제가 열린다. 옛 밤섬 실향 원주민 50여 명과 지역유관인사, 연고주민 등 약 150명이 참석하였다.

밤섬은 1968년 서울시가 한강 폭을 넓혀 홍수를 조절하고 여의도 건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폭파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던 곳이다. 밤섬에는 조선왕조 한양천도 때부터 배 만드는 기술자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배짓기 및 진수과정에서 유래된 ‘마포나루배 진수놀이’라는 전통문화도 이때 유래되었다. 강변 모래밭에 살던 사람은 대개 배 짓는 목수일과 도선업, 어업을 했고 비옥한 황토밭에 살던 사람은 양초(감초)를 심고, 염소를 방목하며 살았었다. 1968년 당시 거주하던 62가구 443명의 주민들은 시에서 마련해준 창전동 소재 와우산 기슭으로 정착지를 옮겼다. 이후 와우지구 아파트 개발로 뿔뿔이 헤어졌지만 옛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잊을 수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망원선착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강시민공원 망원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40분이 못 돼 한강 한복판에 있는 밤섬에 도착했다. 바지선에서 내려 밤섬 자갈밭을 밟은 실향민들은 밤섬 옛 집의 추억을 떠올리며 지그시 바라봤다. 어릴 때 이곳에서 발가벗고 수영을 했다는 판영남 씨는 한강물이 깨끗하여 식수로 먹었고 겨울에 얼음이 얼어 배를 띄우지 못하면 마포까지 걸어서 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밤섬. 철새도래지로 자연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조시승

밤섬. 철새도래지로 자연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밤섬이 사라진 이후 이곳에서 채취된 11만4,000㎡의 돌과 자갈은 여의도 주위 제방도로(윤중제)를 건설하는 데 쓰였다. 사라졌던 밤섬은 지난 반세기 동안 자연적인 퇴적작용으로 토사가 쌓이고 나무와 숲이 우거지면서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실향민과 함께 마포팔경 중의 하나로 율도명사(栗島明沙)를 밟아보았다. ‘밤섬 위쪽으로 넓게 펼쳐진 흰 모래밭의 아름다운 경치’를 이르는 말로, 맑은 모래가 넓게 펼쳐졌다.

박은숙 씨는 이곳 밤섬을 다시 찾게 되어 감개무량하다고 하면서 “옛것을 부수면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한강이라는 좋은 환경을 보존하면서 살려 나갔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바람을 토로하였다. 유덕진 씨(71세)는 “우리가족이 떠나온 밤섬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으니 한강의 자연생태보고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소원을 말했다. 유정림(87세) 할머니는 복지회관에서 만난 친구와 밤섬 입구의 자갈밭을 밟으며 내년에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다.

귀향제 한편에 마련된 옛날 사진전. 깨끗한 한강물 마시며 놀던 그 날을 기억해 본다. ⓒ조시승

귀향제 한편에 마련된 옛날 사진전. 깨끗한 한강물 마시며 놀던 그 날을 기억해 본다.

마을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밤섬 부당군 도당굿’(서울시 무형문화재35호) 등도 이어졌다. 옛 사진전도 남쪽 편에서 전시되어 있어 옛날 밤섬의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꽃이 이어졌다. 생태습지보존으로 인해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는 밤섬을 조심스레 탐방하기도 했다. 귀향제를 마치고 오후 12시 30분 바지선이 다시 망원 선착장으로 향했다. 2시간 남짓 짧은 시간동안 방문객들은 고향이었던 밤섬이 돌산에서 원시림으로 바뀐 모습을 보며 애틋한 추억을 가슴에 품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여 특별한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