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동에 '광주바위'가 자리한 사연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17.09.20. 08:12

수정일 2017.09.20. 17:25

조회 1,435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사는 장대한 광주암ⓒ김종성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사는 장대한 광주암

강서한강공원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색적인 공원을 만나게 된다. 바로 ‘공암나루 근린공원’(강서구 가양동)이다.

‘공암’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도성과 양천고을, 강화를 이어주던 나루 중간쯤에 구멍이 뚫려 있는 바위가 있어 구멍바위, 즉 공암(空岩)이라 부른 나루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공암나루터는 사라지고 없지만, 강변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공원길이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철엔 아름다운 단풍길 명소가 되기도 한다.

강서한강공원을 지날 땐 공암나루 공원에 들려 이색풍경을 감상하곤 한다. 이색풍경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도심공원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바위다. 장대하고 풍채 좋은 이 바위에 붙은 이름은 ‘광주암’이다. 10m 높이에 건물 한 채 크기에 달하는 크기가 압도적이다. 바위는 구암공원 연못에 작은 여러 개의 바위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바위 주위가 늪지대였으나 가양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늪은 현재 작은 연못으로 졸아들었다.

광주암 주변엔 작은 바위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김종성

광주암 주변엔 작은 바위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1960년대 한강 개발이 시행되기 전에는 이곳 광주암까지 한강물이 넘실거렸단다. 공원 한쪽에 올림픽도로가 뚫리면서 사라진 탑산 절벽 일부가 남아있다. 탑산 절벽 앞 강 위에 떠 있는 광주바위가 어울려 한 폭의 절경을 자아냈다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한강에 수많은 배가 드나들던 조선 시대엔 뱃사람과 뱃놀이 객들이 바위 앞에 잠시 길을 멈추고 넋이 빠지게 구경했던 명소였다고. 전국에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명승지마다 풍경화를 남긴 겸재 정선(1676-1759)도 소요정(逍遙亭)이라는 제목으로 광주암을 그렸다. 소요정은 탑산 위에 자리했던 풍광 좋은 정자 이름이다.

바윗돌 이름이 ‘광주암’이 된 전설 같은 사연이 구암공원 안내판에 쓰여 있다. 과거 큰 장마 때 경기도 광주에서 물에 떠내려 온 바위란다. 바로 옆에 있는 강변 올림픽대로가 생겨나기 전에는 이곳까지 한강물이 들어찬 강가였을 테니, 바위가 떠내려왔다는 전설이 그럴듯했다.

고을에서 애지중지하던 바위가 갑자기 시야에 안보이자 광주고을은 발칵 뒤집히고, 광주 현감은 바위의 행방을 서둘러 수소문하여 양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광주현감은 양천 현감을 찾아가 우리 고을 바위가 당신 고을에 자리 잡아 좋은 경치를 보여주고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라고 요구한다. 이에 양천현감은 바위에서 나는 싸리나무를 베어 싸리비 세 자루를 만들어 한동안 세금조로 보냈다고 한다.

공원 한편엔 사라진 탑산의 일부 흔적이 남아 있다.ⓒ김종성

공원 한편엔 사라진 탑산의 일부 흔적이 남아 있다.

제각각 모양의 바위들을 감상하며 광주암 연못가를 거닐다 보니 떼로 몰려다니는 잉어들이 눈길을 끌었다. 풍채 좋은 바위들 아래 살아서 그런지 몇몇 잉어들이 어른 장딴지만큼 컸다. 아마 한강가에서 본 잉어 가운데 제일 크지 싶었다. 연못엔 외래종인 붉은 귀 거북이도 느릿느릿 헤엄을 치며 다니고 있었다.

공원엔 동의보감에 나오는 여러 가지 약초들을 직접 기르고 있는 ‘약초원’이 있어 특별했다. 그런데 무척 익숙한 약초들이 많았다. 제비꽃, 민들레, 패랭이꽃, 산국… 예쁘고 때깔 고운 들꽃인 줄로만 알았던 꽃들이 약초 혹은 한약재로 쓰였다니, 약효가 쓰여 있는 안내 팻말을 흥미롭게 읽게 된다.

광주바위를 품은 구암공원의 구암(龜巖)은 가양동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허준 선생 아호로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을 기리고자 만든 공원이다. 공원 바로 뒤에 허준 박물관도 있으니 함께 들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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