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서울비엔날레] 함께 만드는 ‘서울자유지도’

강이룬

Visit728 Date2017.09.06 17:47

2017 서울건축비엔날레에서는 서울자유지도가 전시되고 있다 시민참여로 사전제작하는 워크숍을 가졌다

2017 서울건축비엔날레에서는 서울자유지도가 전시되고 있다 시민참여로 사전제작하는 워크숍을 가졌다

(글=강이룬 스튜디오 매스프랙티스 대표) 지도는 공간을 매개함으로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입니다. 이로 인해 자본, 국가, 시민사회 통제와 견제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장입니다.

냉전지도에서 구글지도 시대로

전통적으로 지리정보는 국가 자산이자 안보 핵심으로, 일반인이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냉전 시대 소련은 국가적 정보 관리 차원에서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정밀한 지도를 보유했지만 일반 자국민은 조악한 지도만을 접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위성사진의 공개, GPS 공개사용 승인 등을 거치며 지리정보 접근성은 혁명적으로 개선되었고, 구글 지도(2005~)와 스마트폰은 냉전 시대 지도가 가지고 있었던 지리 정치학적 권위를 무너뜨렸습니다. 우리가 지리정보를 소비하는 방식도 현재 온라인 지도라는 형태로 빠르게 변해왔습니다.

하지만 구글 규모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라인 지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에는 매우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소수 회사가 시장을 장악한 온라인 지도에 무엇을 표시하고 누락할지는 서비스 제공 업체에 달려있고, 그 조율 과정에는 상업적, 정치적 이해관계가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따라서 냉전 지도에서 구글 지도로 이행함에 따라 지리정보의 접근성은 개선되었지만, 그 정보 흐름은 여전히 일방향적이고 다만 안보 대신 다국적 자본 논리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대안 지도가 있습니다. 2004년에 만들어진 오픈스트리트맵 같은 참여형 오픈 지도 데이터 플랫폼은 상업 지도와 공존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하나된 지리정보라는 비전을 추구합니다. 사람들이 지도를 수용하는 방식과 관념을 구글맵과 스마트폰이 바꾸었다면, 오픈 데이터와 오픈소스 맵핑 도구는 개인이나 소규모 조직이 적은 자원으로 지도를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구글지도에서 한반도 남부

구글지도에서 한반도 남부

온라인 지도가 현대인의 생활과 점점 밀접하게 연결되는 지금, 개인이 지도를 수동적으로 읽는 입장에서 벗어나 직접 제작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한층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오픈 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프로젝트들—데이터 접근성 개선, 데이터 렌더링, 렌더링된 지도 조작 인터페이스 등-이 자율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이러한 도구들을 함께 제작하고 사용하며 발전을 도모하는 개인과 회사 커뮤니티 또한 형성되었지요. 이러한 오픈 데이터, 관련 기술 및 커뮤니티가 형성하는 생태계는 지리정보가 국가나 기업에 의해서만 통제되지 않도록 균형추 역할을 하며, 개인이 가진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고 그 지식과 노하우를 주체적으로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국 포털지도와 내비게이션 지도

한국 온라인 지도는 다음지도(현 카카오맵)와 네이버 지도, 그리고 차량 내비게이션에 특화된 김기사(2015년 카카오에 인수)와 SK T맵 등 IT 대기업들이 시장을 적당히 나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특이사항은 2016년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리정보를 관리하는 정부 기조가 안보 측면에서 폐쇄적으로 작동하며, 공중 시각 또한 지리정보에 대한 국가 통제가 타당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지리정보를 대하는 이러한 태도는 일부 포털 중심으로 대부분 정보가 유통되고 오픈소스 및 집단 지성 플랫폼이 발전하지 못한 한국적인 인터넷 특성과 만나, 개방성을 제약하는 부정적인 시너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도를 소비재 차원에서 본다면 IT 기업에서 제공하는 첨단 서비스로서 시대적 흐름을 따르고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개인 및 시민사회가 접근하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공공재로서 지도는 한국에서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서울자유지도` 시민참여 워크숍 모습

`서울자유지도` 시민참여 워크숍 모습

한국 대안지도를 찾다 ‘서울자유지도’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는 ‘서울자유지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픈 데이터와 오픈소스 맵핑 도구를 활용한 지도제작을 통해 지도가 공공재로서 갖는 의미를 새롭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온라인 지도 제작에 관한 사회적, 기술적, 정책적 제약을 넘어서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자유(libre)지도”를 만들기 위해 예술가·디자이너·엔지니어를 초대하고 시민들과 함께 워크숍을 사전 제작했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자유지도는 전시장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비정보 맵핑과 비디오’라는 시도도 했습니다. 서울 주민들이 그린 왜곡된 약도가 “올바른” 지리정보를 갖도록 교정하여, 그 결과를 뮤직 비디오로 제작하여 상영합니다. ‘청계천, 동대문 젠트리피케이션’은 청계천과 동대문 주변 노점상인 기억 지도를 통해 사라진 것을 지도화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자유지도는 제작과정에서 오픈소스 맵핑 도구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가능할 경우 그 결과를 오픈 플랫폼에 도로 기여하게 돼, 오픈소스 생태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지도 제작 예시가 되고자 하였습니다.

전시장에 오시면 각 작품 제작 과정과 결과물을 감상하고, 현장에 마련된 컴퓨터를 통해 직접 오픈소프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서울자유지도를 통해 독립지도 제작 문화 가능성을 환기하고, 지도라는 자원의 공공성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 서울자유지도 관련 온라인 링크
오픈스트리트맵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서울자유지도`
서울자유지도 미디엄

사진 오른 쪽부터 강이룬 매스프랙티스 대표, 소원영 MIT센서블시티연구소 데이터 시각화 특별연구원. 이번 서울자유지도 프로젝트를 함께 큐레이션 했다

사진 오른 쪽부터 강이룬 매스프랙티스 대표, 소원영 MIT센서블시티연구소 데이터 시각화 특별연구원. 이번 서울자유지도 프로젝트를 함께 큐레이션 했다


강이룬은 뉴욕에서 디자인 및 리서치 스튜디오 매스 프랙티스를 운영하며, 현재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예일 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고, MIT 의 도시 계획과 산하 센서블 시티 연구소에서 특별 연구원으로 일했다. TED 시니어 펠로우로 미국 TED 콘퍼런스와 칸 라이언즈 국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등에서 강연했고, 독일 바우하우스 바이마르 대학교, 뉴욕대학교 ITP 등에서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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