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동네 성수동, 건축문화투어 가보니

시민기자 최은주

발행일 2017.09.06. 16:08

수정일 2017.09.06. 17:45

조회 4,386

200개의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세계 최대 팝업 쇼핑몰인 커먼 그라운드 ⓒ최은주

200개의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세계 최대 팝업 쇼핑몰인 커먼 그라운드

요즘 가장 ‘힙한’ 동네 성수동. ‘힙하다’는 개성 있게 멋을 내거나 유행을 앞서가는 것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현재까지 나온 신조어 중 가장 멋지고 유니크한 것을 일컫는 표현이다. 낡은 주택과 구두공장, 폐창고가 섞여 있는 오래된 동네 성수동이 요즘 가장 힙한 동네로 떠오른 건 왜일까? 2017년 건축문화투어에 참여해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다.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의 시민참여프로그램 중 하나로 마련된 건축문화투어는 총 11개 코스로 구성됐다. 지난 2일 성수동에서 펼쳐진 건축문화투어 1코스는 ‘도시재생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성수동 수제화 거리, 구두 테마공원, 성수동 카페거리, 커먼 그라운드를 돌며 진행됐다.

구두 테마공원의 구두조형물 ⓒ최은주

구두 테마공원의 구두조형물

성수동은 한때 ‘구두의 메카’로 불릴 정도였으나, 수입 명품과 중국산 저가 브랜드의 유입으로 침체기를 맞았다. 이에 성수동 수제화를 지역 특화사업으로 지정하여 성수동에 수제화 테마 거리를 조성했다. 20여 명의 참가자가 최정한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수제화 거리에서 투어를 시작했다.

전철역 전체를 구두박물관으로 꾸며놓아 역을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구두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 수 있게 한 구두박물관 슈스팟을 지나, 성수역 고가 아래 버려진 공간에 세련된 구두 매장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았다. 이곳에는 평생 구두를 만들어 온 수제화 장인들이 입점해 있어 유리문 너머 한 땀씩 고객의 신발을 만드는 장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중 7호 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 신었던 구두를 만든 ‘서울시 수제화 명장 1호’ 유홍식 장인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도슨트의 설명이 이어지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를 만들어서 유명해진 유홍식 명장의 매장 ⓒ최은주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를 만들어서 유명해진 유홍식 명장의 매장

또 김정숙 여사가 미국 방문 중 신었던 버선코 구두를 만든 곳도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영부인의 구두를 만들고 전지현이 신는 신발을 만든 전태수 명장의 작업실은 뜻밖에도 작고 평범한 골목길에 있었다. 수제화 업체가 밀집된 골목으로 들어서니 가죽을 길게 늘어놓은 가게나 구두 부자재를 판매하는 수제화 관련 업체들이 골목골목 이어졌다. 성수역 부근엔 아직도 400여 개의 유관업체가 모여 있다. 대부분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이지만 솜씨는 업체 최고다. 가죽이나 본드 등을 만지는 탓에 칼칼해진 목을 풀기 위해 사람들은 얼큰한 감자탕집을 찾았다고 한다. 그 감자탕집 앞은 지금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동네를 걷다가 만난 멋진 벽화 ⓒ최은주

동네를 걷다가 만난 멋진 벽화

동네 가운데 구두 테마공원을 지나 골목을 이리저리 걷다 보면 오래된 공장과 주택, 새로 지은 아파트와 개성 넘치는 문화공간이 뒤섞여 있다. 노후된 공장 마당엔 물건을 들어 올리는 낡은 리프트가 보이고, 거기서 조금 걷다 보면 개성 있는 카페가 나타났다가 또다시 주택가가 펼쳐지는 매우 독특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성수동을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라 칭하기는 부족하다.

성수동에 새 바람을 일으킨 대림창고는 원래 정미소였다 ⓒ최은주

성수동에 새 바람을 일으킨 대림창고는 원래 정미소였다

낙후된 이 지역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 넣어준 것은 대림창고였다고 한다. 정미소였던 커다란 창고를 공연기획사에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수제화 거리로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한 성수동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오래된 창고 느낌을 살리고 ‘대림창고’라는 이름까지 그대로 썼다. 커피뿐 아니라 미술작품전시, 패션쇼, 클래식 연주회가 열리는 카페 겸 문화공간으로 사용되는 이곳은 붉은 벽돌의 낡은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들어가 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멋이 배어 나왔다. 이 밖에도 금속 부품공장을 개조한 갤러리나 봉제 공장을 개조해 만든 빈티지한 루프탑 카페는 낡은 이곳을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으로 바꿔놓았다.

폐공장을 그대로 이용해 빈티지한 멋을 살린 갤러리 ⓒ최은주

폐공장을 그대로 이용해 빈티지한 멋을 살린 갤러리

오래된 동네 창고나 공장 등에 들어선 문화공간이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건 단순히 낡은 창고를 카페로 개조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오래된 것들을 부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과거를 보존한 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며 함께 살아가기를 힘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외길을 걸으며 구두만을 만들어온 장인들과 오래된 것들의 가치를 지키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동네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성수동. 건축문화투어를 통해 버려진 공간의 재생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힙한 성수동’을 만난 것이 반가웠다.

■ 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안내
○ 행사 일정 : 2017년 9월 3일(일) ~ 10일(일)
○ 홈페이지 : www.uia2017seoul.org
○ 프로그램 안내 : 02-6288-6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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