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울역에서 체험하는 ‘철도문화의 모든 것’

시민기자 한우진

Visit1,346 Date2017.08.16 14:44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91) 문화역서울284 ‘철도문화전’

일제강점기 시절, 창경원에서 실제로 달렸던 증기기관차를 5분의 1 크기로 만든 모형 ⓒ코레일

일제강점기 시절, 창경원에서 실제로 달렸던 5분의 1 크기의 증기기관차 모형

중구 봉래동 2가에 있는 옛 서울역은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1925년 완공된 이 건물은 2004년 KTX 개통 전까지 철도역으로 쓰였다. 현재 철도역 기능은 남쪽 동자동에 있는 신역사로 이전되었으며, 옛 서울역은 재개장을 거쳐 2011년부터 ‘문화역서울284’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284란 서울역이 사적 제284호로 지정되어 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역 옛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문화역서울284는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방에서 상경하여 서울역에 내린 후 역광장과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을 보면서 받았던 위압적인 느낌, 명절에 고향으로 가기 위해서 표를 예매하고 기차를 타기 위해 찾았던 복잡한 공간,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이 어우러지는 만남과 헤어짐의 시간 등, 빠르게 성장해온 서울시 역사와 경험의 많은 부분이 옛 서울역에 오롯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 철도를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이 같은 뜻 깊은 장소인 문화역서울284에서 철도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모든 사람들과 새로운 철도경험을 나눌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철도문화전’이다.

‘철도문화’란 철도를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닌 문화의 소재로 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즉 출발역에서 열차를 타고 목적지에서 내리면 끝인 단순한 수송수단으로 여기는 것을 넘어, 철도 그 자체를 즐기고 의미를 찾으며 연구를 진행하고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이 같은 철도문화 요소로는, 커다란 크기의 철도를 책상 하나 규모로 정밀하게 재현하는 철도모형 디오라마, 철도의 모습을 예술적 기록으로 남기는 철도회화와 철도사진, 옛 철도의 사료(史料)를 모으고 연구하는 철도수집과 철도사(鐵道史) 등을 들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단순한 기계덩어리 운송수단이 아닌 ‘즐기는 철도’를 가능하게 해주는 철도문화의 요소가 된다.

도시와 척도를 정밀하게 재현한 철도모형ⓒ코레일

도시와 척도를 정밀하게 재현한 철도모형

이에 따라 이번 행사에서는 우선 1,200㎡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철도모형전시회가 열린다. 언뜻 보면 장난감 같은 철도모형은 실제로는 초정밀 기계장치이다. 대형 철도차량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정교한 스케일로 축소시켜둔 것이다. 특히 철도모형은 선로 상에서 전기를 받아서 실제로 움직일 수가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선로길이 100m에 이르는 초대형 디오라마 전시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를 현실 철도로 환산하면 16km나 되는 엄청난 길이다. 선로와 철도차량뿐만 아니라, 주변풍광까지 세밀하게 재현된 모형의 세계에서 달리는 철도는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에게 커다란 흥미를 자아내게 해줄 것이다.

아울러 철도모형은 작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길이가 10m나 되는 2층 화물열차 모형, 1930년대 일제강점기 창경원에서 실제로 사람들을 싣고 달렸던 5분의 1 크기의 꼬마열차용 증기기관차도 함께 전시된다.

이밖에도 철도를 주제로 한 회화전, 사진전, 유물전과 기차 운전실 시뮬레이터 및 KTX운전실 가상현실(VR)체험 행사가 함께 열리는 등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교차하는 다양한 철도문화체험 공간이 꾸며진다.

옛 서울역을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서울시

옛 서울역을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

특히 관람객들이 하나라도 더 얻어갈 수 있는 체험전을 지향하고 있는데 3일간 5회에 걸쳐 종이철도모형 만들기 체험행사가 열리며, 여기서 무료 제공되는 전개도를 이용해 직접 만든 모형은 본인이 가져갈 수 있다. 종이철도모형은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제작되는 철도모형과 달리 종이를 접고 자르고 풀칠해서 만드는 모형이다. 실제로 달릴 수는 없지만 가볍고 제작비용이 저렴하여 수요가 많다. 또한 스마트폰 철도승차권 시대에 아련한 향수에 젖게 해주는 마분지 방식 옛 철도승차권도 선착순 3,000명에게 무료 배부할 예정이다.

한편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 철도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8인의 강연이 열린다는 것이다. 전 철도박물관 원장, 간이역 탐방 전문가, 현직 KTX 기장, 철도모형 제작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기술과 영업의 딱딱한 철도가 아닌 문화와 체험의 재미있는 철도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철도문화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지만, 유럽이나 일본 등 철도선진국에서는 철도문화가 생활이 돼버린 지 오래다. 철도역마다 다양한 도시락이 나오는 일본 ‘에키벤’, 어떤 열차나 노선이 운행을 중단할 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환송과 기념행사를 하는 외국 모습 등은 우리도 간간히 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활 속에 녹아든 철도는 다시 그 나라 철도를 발전시키고, 발전된 철도가 철도문화를 발달시키는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번 주말,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철도문화전이 이 같은 선순환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향후에는 서울지하철도 참여하는 더욱 큰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으며, 서울로 7017 및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과 연계된 대규모 문화행사로 발전해나가기를 기대한다.

■ 제2회 철도문화전 안내
○ 일시 : 8월 18일(금)~20일(일) 10시~19시(입장마감 18시) / 18일 첫날은 12:30부터 입장, 20일 마지막 날은 17시까지 입장
○ 장소 :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 (지하철 1·4호선, 경의선, 공항철도, 버스환승센터 서울역)
○ 입장료 : 무료
○ 이벤트 :
– 철도재활용품 난타공연(18일 10시10분, 14시30분, 17시 / 20일 11시, 14시30분, 17시)
–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19일 17시)
– 종이철도모형만들기 체험(18일 13시30분 / 19~20일 10시30분, 16시30분)
– 철도문화 전문가 8인 강의(18일 14시, 16시 / 19~20일 11·14·16시)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