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민이 함께한 진품명품 ‘강서 보물을 찾아라’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7.08.18. 16:30

수정일 2017.08.18. 16:49

조회 1,248

`강서 보물을 찾아라` 특별전을 찾은 가족 방문객 ⓒ박분

`강서 보물을 찾아라` 특별전을 찾은 가족 방문객

강서구 개청 40주년을 기념한 '강서 보물을 찾아라' 특별전이 허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관람객들은 숨어 있던 강서구의 보물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회 개최에 앞서 강서구는 ‘강서의 진품명품’을 주제로 구민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묵죽화, 민화 병풍, 사군자화 등 수준 높은 고미술품과 서적, 도자기 등이 출품되었고, 그중 110여 점을 특별전에서 다시 선보인다. 출품작들은 KBS 감정단의 사전 감정을 받아 전시품으로서의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았다.

전시실 입구 전시 패널과 가벽에는 소장품을 출품한 이들의 명단과 전시 개최 의미를 담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 2월부터 구민들이 소장한 미술품과 수집품 등을 공개 모집하여 그 소장품으로 개최한 전시회로서 구민이 전시회의 주인공임을 강조했다.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곁들여 전시물을 관람 중인 시민들 ⓒ박분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곁들여 전시물을 관람 중인 시민들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이동하던 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성종 7년(1476)에 간행된 <진산세고(晉山世稿)>다. 조선시대 문신 강희맹(1424~1483)을 비롯해 강희안, 신숙주, 최항 등 대가들의 행장, 서발, 시문을 수록한 원본으로 보물 제1290호로 지정되었다.

세종 23년(1441)에 간행된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도 있었다(보물 제1900호). 조선 초기의 도가사상과 장례 풍속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유일본이라고 한다. 학술적으로나 문화재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보물을 가까이서 관찰하니 더욱 흥미로웠다.

1853년 황해도 관찰사가 철종에게 올린 상소문 ⓒ박분

1853년 황해도 관찰사가 철종에게 올린 상소문

1853년 황해도 관찰사(현 도지사)가 임금(철종)에게 올린 상소문(上疏文)도 보였다. 한지 군데군데 얼룩이 있지만 글씨는 또렷했다. 음력 3월에 기근이 심하여 먹을 게 없으니 구제해 달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알지 못해 말하지 않는 것도 죄지만 알면서도 말 못 하는 것은 더 큰 죄’라며 임금에게 쓴 소리를 담았다고 하는데 올곧은 선비정신이 느껴졌다.

광해군 5년에 초판이 간행된 동양의학 모든 지식을 집대성해놓은 세계적 의학서 <동의보감>도 전시에 출품됐다. 1814년 간행한 완영중간본으로서 25권 25책 완질로 다 갖추고 있어 의의가 크다고 하니 그야말로 보물을 발견한 듯했다. 소장자 시아버님이 전주지역에서 한약방을 운영했을 당시 사용하던 것으로 시대를 초월해 현재에 이르는 동의보감의 쓰임새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1814년 간행한 동의보감 완영중간본(完營重刊本), 25권 25책 완질을 다 갖추었다. ⓒ박분

1814년 간행한 동의보감 완영중간본(完營重刊本), 25권 25책 완질을 다 갖추었다.

다양한 고미술품과 서적 등 문화재를 감상하다가 다양한 무늬의 수석(壽石)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전시회에는 강서의 별난 수집가들에게도 자리를 내주었다. 강서구와 인연이 있거나 재밌고 특색 있는 소장품을 선별해 전시했다.

‘별난 수집가’ 중 한 사람인 염석준 씨(강서구 등촌동)는 오랜 세월 취미생활로 모아 온 수석 덕분에 특별전에 초대됐다. 전시된 수석들은 가양동과 난지도 미사리 등 한강 일대에서 수집한 것으로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산과 들, 냇가를 돌며 서울 바닥을 안 밟아본 데가 없을 정도로 수석에 열정을 쏟았다는 염 씨는 현재 수석 1,000여 점을 모았다고 한다.

`강서 보물을 찾아라` 특별전에는 미술품뿐 아니라 특색 있는 소장품도 전시했다 ⓒ박분

`강서 보물을 찾아라` 특별전에는 미술품뿐 아니라 특색 있는 소장품도 전시했다

1920년대 유행한 민화 병풍은 민간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병풍도 아래 짧은 다리가 달려 있어 20세기 초 조선 병풍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가 되고 있다.

이밖에 엽전처럼 줄에 꿰어 전시된 토큰, 오래된 만화책과 추억의 LP판 등 다채롭고 흥미로운 전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집 안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보물들이 모처럼 바깥 공기를 쐬고 있었다.

‘강서의 옛 기록물’ 코너에서는 강서구의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작품과 영상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산과 들판에 강물이 흐르는 시골 풍경 일색인 이 사진들은 강서구 일대 옛 모습들이다.

“봉제산 앞쪽으로 저수지 하나가 보이지요? 이 위치가 현재 강서구청 자리예요”

봉제산 앞머리, 물이 가득 들어찬 저수지가 있던 자리에 강서구청이 세워졌다고 하니 관람객들은 아연실색한 채 되묻는다.

“이런 물구덩이에 청사를 지었단 말이에요?”

강서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는 시민들 ⓒ박분

강서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는 시민들

또 다른 사진에는 한강 변의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한강과 접한 가양동 일대의 모습이 담겨 있다. 허준박물관이 있는 가양동의 탑산도 강변에 봉긋 솟아 있고 광주 바위도 보인다. 60년 전만 하더라도 허준박물관이 세워진 이곳 역시 한강 변에 속했다고 한다. 영등포 아리수정수장의 옛 터에 옹기종기 모인 초가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모습도 신기하기만 하다.

강서구의 옛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이들 사진작품과 영상물 등은 KC대학(구 그리스도신학대학) 건립 초기에 미국인 선교사가 1950~1960년대의 강서구 일대를 촬영한 기록물이다. 소중히 간직해온 보물을 대중에 공개하고 가치를 공유하면서 구민들의 유대감이 싹 틀 것 같았다.

'강서 보물을 찾아라' 특별전은 10월 8일까지 열린다. 문화해설사가 배치되어 있으니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 '강서 보물을 찾아라' 특별전 안내
○ 기간 : 8월 8일(화) ~ 10월 8일(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 공휴일 오후 5시까지)
○ 위치 : 서울 강서구 화곡로 302 강서구청 허준박물관 기획전시실
○ 문의 : 허준박물관 (02-3661-8686), 홈페이지(www.heojunmuseu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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