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피서지가 부럽지 않다”...냉방 버스·지하철

시민기자 박장식

발행일 2017.07.31. 17:42

수정일 2017.07.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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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여름, 지하철은 `피서지`나 다름없다. ⓒ박장식

무더운 여름, 지하철은 `피서지`나 다름없다.

한여름 펄펄 끓는 출퇴근길, 버스 정류장이나 승강장에서 덥고 습한 공기에 숨이 턱 막히다가도 열차와 버스에 탑승하는 순간 시원하고 쾌적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하지만 선풍기만 겨우 돌리다가 가가호호 에어컨이 보급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듯 버스와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에어컨이 보급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때의 더위도 지금 못지않았다. 더욱이 지하철에는 전동기가, 버스에는 엔진이 달려있어 뜨거운 공기를 내뿜는 형국이었다. 승객까지 가득 차 객실의 열기는 더욱 후끈했지만, 지하철에만 선풍기가 몇 대 돌아갈 뿐, 버스에는 그마저도 없던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버스와 지하철의 냉방장치는 언제부터 설치됐던 것일까?

버스와 지하철 위의 하얀 상자 같은 장치가 바로 에어컨이다. ⓒ박장식

버스와 지하철 위의 하얀 상자 같은 장치가 바로 에어컨이다.

올림픽 맞아 좌석버스부터 냉방 도입해

냉방이 되는 시내버스가 가장 먼저 운행된 도시는 다름 아닌 서울시이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6년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0월, 대우자동차가 좌석버스용 첫 냉방버스를 개발했다. 이후 냉방좌석버스가 출고되어 서울 시내를 오가게 되었다. 1988년 당시 600대의 냉방좌석버스를 운행했는데(매일경제 1988년 1월 보도) 이로 인해 더위에 지친 승객들이 좌석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경향신문의 1989년 보도에 따르면 좌석버스의 이용 승객은 냉방 전에 비해 4배나 껑충 뛰었고, 이로 인해 일반버스에도 냉방기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승객들의 냉방버스 도입 요구가 계속해서 빗발쳤고, 1995년 버스 요금 20원 인상과 동시에 고급시내버스가 등장했다.

1999년 서울시의 마을버스까지 100% 냉방버스 도입이 완료되었지만, 냉방버스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2004년 이후 좌석별로 개별냉방이 되는 시내버스가 운행하기 시작하면서 더운 승객, 추운 승객이 각자의 자리에서 냉방과 난방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오히려 버스에서 내리면 안경에 김이 서릴 정도로 버스의 온도가 낮아 사회문제가 될 정도니 격세지감이라고 할 수 있다.

선풍기 하나로 지하철 냉방 의지하던 때도 있어…

서울역과 청량리역을 잇던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했을 때의 냉방장치는 다름 아닌 열차 천장의 ‘선풍기’였다. 당시는 에어컨이 귀했기 때문에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서울의 도심이 점점 더워지자 불만이 일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1983년 개통된 서울 지하철 2호선, 1985년 개통된 3호선과 4호선부터는 모든 열차에 에어컨을 달아 운행하기 시작했고, 역사 내에도 에어컨을 설치하여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의 불편이 없도록 하였다.

이로 인해 당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바라는 점을 설문조사하면, ‘1호선에 에어컨을 다는 것’이 가장 큰 요구점으로 꼽혔을 정도였다. 또 부천, 안양, 군포 등에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이들 지역의 인구가 늘어나고, 1호선이 ‘지옥철’이 되자 그 불만은 더욱 극심해졌다. 1987년 처음으로 대우정공이 만든 냉방이 가능한 1호선 열차 24량이 도입되었는데, 엄청난 1호선 편수에 비하면 너무 적은 수여서 이용객의 불만이 더욱 가중되었다.

결국 1989년 여름까지 시민들의 불편을 온몸으로 받아냈던 1호선 지하철은 그 해 가을부터 모든 차량에 냉방장치를 달았고, 다음 해 여름부터는 시원한 열차에서 에어컨을 쐬며 출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 지하의 전철역사 역시 2001년까지 모든 역사가 냉방시설과 환기시설을 갖추게 되어, 현재의 쾌적한 모습이 되었다.

경강선의 모든 역사에는 냉‧난방장치를 갖춘 승객대합실을 설치했다. ⓒ박장식

경강선의 모든 역사에는 냉‧난방장치를 갖춘 승객대합실을 설치했다.

또한 예산 문제로 미루어졌던 지상역사의 대합실도 속속 설치되고 있다. 지난 2016년 개통된 성남–여주 간 경강선에는 역 승강장마다 널찍한 크기의 승객 대기용 대합실을 설치했다. 신도림역 역시 서울 방향 승강장에 대합실을 꾸려놓은 모습이 눈에 띈다. 하지만 아직 승객용 대합실이 설치되지 않은 역이 많다. 더군다나 지상역사의 임대시설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이들 시설이 많이 설치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냉난방 장치 설치된 버스 대합실 도입되었으면…

서울은 이상기후가 심해지면서 점점 덥고 추워지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하철과 버스 안는 쾌적하다. 제때 냉방과 난방이 되면서 버스에서 내리기 싫을 때도 많다. 2000년대 초반까지 ‘피서지’로 은행이 각광받았다면, 지금은 맞춤형 냉방까지 가능한 버스와 지하철을 선호한다고 하니, 서울의 대중교통이 그만큼 편리해졌다는 방증이 아닐까.

한 가지 더 바라는 점을 꼽자면, 버스 정류장에도 냉방이 되는 대합실을 설치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이 전국에서 가장 덥다고 하는 대구보다 더울 때도 많아, 버스를 기다리는 잠깐 동안에도 땀이 줄줄 흐른다. 최근 잠실역 환승센터가 지하에 설치되어 여름에도 쾌적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근처 은행 ATM기나 편의점에서 기다리다가 버스가 오면 달려 나오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한여름 더위는 견디기 힘들다. 승객들이 더위와 추위에도 불편하지 않도록 대합실이 설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승객 대합실 외에도, 서울시의 이미지에 걸맞는 새롭고 참신한 대중교통 정책이 더욱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이미 지하철의 냉‧난방 조절을 문자나 애플리케이션으로 편리하게 승무원에게 부탁하는 시대가 왔으니 말이다. 보다 다양하고 독창적인 정책들이 서울시민들을 더욱 편리하게 해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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