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여름나기 좋은 ‘청계천’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17.07.26. 15:34

수정일 2017.07.26. 17:30

조회 2,104

청계천의 시작점 모전교가 위치한 곳에서 바라본 청계광장 모습 ⓒ박은영

청계천의 시작점 모전교가 위치한 곳에서 바라본 청계광장 모습

숨 막히게 더운 날, 폭염경보를 알리는 뉴스 속 기상캐스터 뒤로 힘찬 물줄기가 쏟아지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 모습이 한껏 달아오른 도심 속 오아시스 같았다. 오아시스 같은 그 물줄기를 찾아 집을 나섰다.

그곳은 바로 서울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청계천이다. 청계광장 근처 첫 번째 다리 모전교에는 하루 약 6만 톤의 물을 쏟아내는 2단 폭포가 있다. 그 소리만으로도 더위를 물리치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이 한가로이 앉아 쉬어갈 수 있도록 설치된 청계광장의 야외 파라솔 ⓒ박은영

시민들이 한가로이 앉아 쉬어갈 수 있도록 설치된 청계광장의 야외 파라솔

청계천 주변 야외 파라솔에는 한적한 모습으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11년 만에 새 단장을 마친 조형물 ‘스프링’도 고고한 모습으로 자리를 빛냈다. 10여 년간 방문객이 던진 동전과 다양한 집회의 시위용품 등으로 손상과 부식이 심해져 전면 재도색을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청계광장에서 충분히 본격적으로 청계천 산책을 시작할 차례다. 나무와 어우러진 시원한 하천 물길을 따라 도보길이 5.8km에 걸쳐 이어진다. 복잡한 도심 속, 한적하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청계천 첫 번째 다리 모전교(좌), 역사를 품고 있는 광통교(우) ⓒ박은영

청계천 첫 번째 다리 모전교(좌), 역사를 품고 있는 광통교(우)

청계천 첫 번째 다리 모전교를 지나 조금만 걸으면 조선 도성 안에서 가장 큰 돌다리였던 광통교가 등장한다. 종로와 을지로를 연결하는 광통교는 건설 당시 흙으로 만들어 홍수가 나면 다리가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이에 태종 이방원은 계모인 신덕왕후를 모신 정릉의 병풍석으로 다리를 재건축한다. 뒤집어진 석조물을 그대로 쌓아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역사 속 깊은 사연이 담겨있음을 엿볼 수 있다.

광통교를 지나 청계천의 세 번째 다리 광교를 향해 걷는 길 ⓒ박은영

광통교를 지나 청계천의 세 번째 다리 광교를 향해 걷는 길

청계천은 무교동과 광교, 수표동과 방산동 평화시장을 지나 정릉천과 마장동을 거쳐 중랑천에서 한강으로 합류하는 여정을 거친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2018년 중 평화시장 인근 청계천변에 열악했던 노동환경을 고스란히 기록한 ‘전태일 노동복합시설’을 개관하겠다고 밝혔다.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은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며 1970년 스물세 살의 나이에 분신했다. 그 전태일 글과 유품을 전시하는 기념관이 들어서는 것이다.

청계천 수표교 인근 5층 건물을 리모델링해 퀵서비스·대리운전기사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마련한다. 또한, 노동단체의 업무 공간, 비정규직 근로자 건강증진센터, 노동권익센터·감정노동권리보호센터·청년아르바이트권리보호센터도 입주할 예정이다.

청계천에 흐르는 물살 사이로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는 시민들 ⓒ박은영

청계천에 흐르는 물살 사이로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는 시민들

총 5.8km의 길이에 22개의 다리가 세워진 청계천은 구석구석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한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 운이 좋으면 왜가리, 백로, 청둥오리 등 도심에선 보기 힘든 조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야경의 빛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저녁이 되면 모전교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1970년대 힘겹게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모여 판잣집을 형성해 살던 곳, 홍수가 나면 하천이 범람해 집들이 떠내려가던 곳이 복원을 반복하며 지금의 청계천을 탄생시켰다.

이제 청계천은 도심 속 자연을 품은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청계천은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한 동반자이자 선물이란 걸 다시 느꼈다. 서울의 중심을 잇고, 굴곡진 역사와 함께한 청계천은 아직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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