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투어 “어두운 면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17.07.21. 09:17

수정일 2017.07.21. 15:18

조회 3,052

근대유적을 둘러볼 수 있는 역사문화 테마여행 `정동야행` 행사 모습 ⓒnews1

근대유적을 둘러볼 수 있는 역사문화 테마여행 `정동야행` 행사 모습

필자는 미아리고개 근처에 산다. 이 고개는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6·25전쟁 때 퇴각하던 북한군이 애국인사들을 끌고 이 고개를 넘어간 후, 끌려간 이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한 많은 미아리 고개’나 ‘단장의 미아리고개’라는 가요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매번 지나는 이 고개의 사연을 언제 들었는지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 암울한 이야기를 알게 된 후 미아리고개를 지날 때 무거운 마음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이처럼 참혹한 역사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이 있다. 일명 ‘다크투어’다. 대표적인 다크투어로는 유대인 대학살이 자행됐던 폴란드 아우슈비츠 여행이 있다. 어두운 과거, 피하고 싶은 사실들을 마주하는 것은 때로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모른다.

2007년 12월, 태안군 만리포 해상에서 선박 충돌로 대규모 기름이 유출됐으나, 123만 명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바다 태안해안의 모습 ⓒ박은영

2007년 12월, 태안군 만리포 해상에서 선박 충돌로 대규모 기름이 유출됐으나, 123만 명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바다 태안해안의 모습

한국에서 다크투어 장소도 적지않다. 전쟁이나 대학살 혹은 은밀한 암살이 벌어진 곳일 수도 있고 테러나 재난, 대형 참사 현장일 수 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등 아픔을 품은 채 새로 태어난 장소가 적지 않다. 암울한 기억의 장소를 상업적인 관광지로 만드는 것을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를 통해 진실을 알고, 널리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서울에서 기억해야 할 아픈역사 탐방, 서울 다크투어

서울에도 불편하지만 우리가 마주해야 할 다크투어 장소가 적지 않다. 종묘사직 길, 대한제국 길, 남촌 길, 서대문 길, 용산 길 등에 아픈 역사가 새겨져 있다.

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일어난 공간을 그대로 보존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 현재는 경찰청 인권센터로 운영돼 관람이 가능하다. ⓒ김윤경

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일어난 공간을 그대로 보존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 현재는 경찰청 인권센터로 운영돼 관람이 가능하다.

서울 다크투어 장소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독재정권 시기, 민주화 운동가들이 고문을 받은 현장이자 유일하게 보전된 곳이다. 대공분실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시발점이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장소이다.

대공분실은 현재 시민들에게 공개되어 있다. 이 현장에서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싸웠는지 확인하고, 희생과 헌신을 통해 이뤄낸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다.

남산 통감관저터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추모하기 위한 기억의 터가 조성되었다. ⓒ서울시서울 남산도 어두운 역사가 곳곳에 서려 있다. 서울시는 서울 중구 남산 예장자락에 ‘국치(國恥)의 길’과 ‘인권의 길’을 조성해 내년 8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옛 통감관저는 과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조선을 침략하기 위한 주둔지로 사용했던 곳이다. 광복 후에는 또 군사정권이 이곳에 중앙정보부 건물을 세워 근 100년간 시민들이 접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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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통감관저터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추모하기 위한 기억의 터가 조성되었다.

최근 남산은 차츰 변하고 있다. 국권침탈을 주도한 일본인 동상을 거꾸로 세운 자리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기억의 터’를 조성했다. 통감관저 터에서부터 이어지는 일제강점기 공간을 연결한 ‘국치의 길’과 과거 중앙정보부장 공관과 안기부 건물, 남산 1청사 등을 묶어 ‘인권의 길’로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역사적인 공간은 보존하고 공유하여 암울한 과거를 기억하고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변화와 발전은 먼저 있었던 일에 대한 존중이 앞서야 이룰 수 있다.

현재를 알기 위해서는 부끄럽고 어두운 역사도 마주해야 한다. 최악을 말해야 최선을 얘기할 수 있다. 참혹한 현장에 서면 희생자에 대한 연민과 공분, 현실에 대한 안도감과 그러한 비극을 막기 위한 의무감마저 느끼게 될 것이다. 어두운 역사 현장을 통해서 또다른 생의 감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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