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제안, 시민 결정’ 광장 민주주의 싹 틔우다

시민기자 박찬이 시민기자 박찬이

Visit193 Date2017.07.18 17:17

2017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서울광장 천막 토론장에 모인 시민들 ⓒ 박찬이

2017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서울광장 천막 토론장에 모인 시민들

지난 8일 저녁 6시 서울광장. 백여 명의 시민이 천막 안에 모여 정책 제안 설명과 토론의 열기를 뿜어냈다. 2017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직접민주주의캠페인 ‘시민, 광장에서 정책을 결정하다’ 행사다.

서울시는 이날 행사에 앞서 지난 5월 11일부터 5월 25일까지 시민들로부터 정책을 신청받았다. 모두 178건 제안 가운데 서울시 각 해당실국과 ‘2017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기획위원회’ 검토를 거쳐 5개 의제를 골라냈다. 그렇게 추려낸 의제 제안자 설명과 시민 찬반 토론이 이날 밤 서울광장을 달궜다. 민주주의 축제답게 자유롭게 의견을 발표했고, 환호성과 박수가 울려 퍼졌다.

의제 1. 산모와 아기에게 필요한 생활용품키트를 지원할까요?

첫 번째 정책의제는 ‘취약계층 산모와 아기에게 생활용품 키트를 지원할까요?’였다. 대상 선정방식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가난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받게 될 상처에 대한 걱정이다. 또 일괄 지급 시 품질이나 취향에 맞지 않는 물품에 대한 염려도 나왔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지급방식에 대한 제안이 많았다. 바우처나 현금 지급방식으로 나뉘었는데, 현금은 곤란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일하는 엄마를 위한 베이비시터 필요성도 제기됐다.

의제 2. 반려동물을 위한 공영 장례시설이 필요할까요?

두 번째 정책의제는 ‘반려동물을 위한 공영 장례시설, 화장장이나 수목장이 필요할까요?’였다. 노량진초 최서현 학생은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탄생과 죽음까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해 좌중의 감탄과 환호를 자아냈다. 하지만, 현장에선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시에서 운영하지 말고 애견협회가 운영해야한다는 의견이 눈길을 끌었다. 동물 장례문화도 중요하지만 동물 학대부터 막는 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각 정책의제에 대한 시민 투표는 익숙한 신호등 기호를 사용해 ▲찬성 ▲반대 ▲모르겠음으로 나눠 시민 의견을 취합할 수 있게 했다 ⓒ박찬이

각 정책의제에 대한 시민 투표는 익숙한 신호등 기호를 사용해 ▲찬성 ▲반대 ▲모르겠음으로 나눠 시민 의견을 취합할 수 있게 했다

의제 3. 보행 중 흡연금지와 금연 거리 확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 번째 정책의제 ‘보행 중 흡연금지와 금연 거리 확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에 대해서는 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흡연자들의 권리도 생각해달라는 취지로 흡연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주장도 나왔다.

의제 4. 정기적으로 마음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지원제도가 필요할까요?

네 번째 정책의제는 “서울시민 누구나 자신의 마음건강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까요?”였다. 형식적인 검진으로 진단만 하기보다 실질적인 치료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또 마음건강 검진제도보다 일상생활에서 시민들이 몸과 마음을 편하게 쉴 수 있는 힐링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와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자체 주도로 마음건강 검진제도가 시행되면 사생활 관련 개인 정보 보호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제 5.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가구에 교통비 지원제도가 필요할까요?

다섯 번째 정책의제는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가구에 교통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할까요?”였다. 차량수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찬성 등 다양한 의견 뒤에는 선지원보다 연말 정산 등 사후 환급 혜택이 좋겠다는 조건도 따라붙었다. 고소득자는 오히려 차량 소유 대신 렌트카 리스를 이용한다면서 반대의견을 내는 시민도 여럿이었다.

서울로7017에 마려된 부스에서 거리투표 중인 시민들 ⓒnews1

서울로7017에 마려된 부스에서 거리투표 중인 시민들

이렇게 열띤 토론을 거친 5개의 정책의제는 어떤 결론에 이르렀을까? 서울시는 사전에 온라인을 통해 찬반 사전투표(40%)와 서울 시내 거리투표(20%)를 마쳤다. 그리고 이날 정책박람회 폐막식 광장 천막 토론장에서 시민 현장투표(40%)를 했다. 최종 집계 결과는 5개 정책 의제 모두 찬성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법과 제도, 예산 등 다각 검토 뒤 시행안 보고”

박원순 시장은 최종 결과 발표 뒤 “시민들이 결정한 사항은 올해 말 개최되는 포스트 정책박람회까지 법과 제도를 검토하고, 시행에 따른 소요 예산과 문제점 등을 면밀하게 점검한 뒤,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시민들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책박람회에는 <모의작당 네트워킹> 코너에서 시민들이 모의 정당 만들기 행사가 열려 ∆맨날놀고싶당 ∆나혼자잘산당 ∆청년대통령만듭니당 ∆십대가 얘기한당 ∆청년이 묻당 등의 웃음이 묻어나는 정당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이날 정책박람회에 대해 시민 이영찬(21)씨는 “촛불 집회를 통해 확인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확대하려면 직접 정치 참여 기회를 이어가 주민자치에서 참여민주주의로 성숙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긍정적 평가를 했다.

민주주의의 남상(濫觴), 고대 아테네의 B.C 5세기 ‘광장집회 표결 민주주의’에 현대식 ‘인터넷 표결 민주주의’가 결합된 서울시의 새로운 직접민주주의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주목된다.

단비뉴스이 기사는 청년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 (www.danbinews.com)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단비뉴스>는 언론인 양성 대학원 과정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서 운영하는 뉴스매체로, 앞으로 <내 손안에 서울>에 지역, 청년, 환경 문제 등의 문제를 청년의 시각에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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