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수락산 '천상병산길'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7.07.13. 16:20

수정일 2017.07.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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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천상병산길` 목판과 등산객 모습 ⓒ최용수

수락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천상병산길` 목판과 등산객 모습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일상을 접어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하지만 막상 집을 나서려면 마땅한 곳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럴 땐 서울시에서 발간한 `서울, 테마 산책길Ⅱ`을 한 장씩 넘겨보라. 그 속에는 ‘숲이 좋은 길(28곳)’, ‘계곡이 좋은 길(2곳)’, ‘전망이 좋은 길(5곳)’, ‘역사문화길(5곳)’ 등 40개의 특별한 산책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 대표작 시 '귀천(歸天' 일부이다. 우리나라 문단 ‘마지막 순수시인’으로 불리는 천상병. 주옥같은 그의 시와 함께할 수 있는 산책길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바로 ‘수락산 천상병 산길’이 그곳이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천상병 시인의 동상(좌), 천상병 공원에 있는 정자 귀천정(우) ⓒ최용수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천상병 시인의 동상(좌), 천상병 공원에 있는 정자 귀천정(우)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3번 출구로 나와 6분 정도 걸으면 천상병 동상이 나타난다. 규모는 작지만, 이곳이 시인 천상병 테마공원이다. 노원구는 천상벼 시인을 기리기 위해 수락산 등산로 초입에 천상병 테마공원과 천상병 산길을 조성하였다. 공원에 들어서면 ‘귀천정’이라는 정자와 시인의 팔에 매달린 해맑은 모습의 아이들과 함께한 시인의 동상이 서 있고, 뒤편 바위 위에는 <귀천> 시구가 새겨져 있다. 또 옆에는 버튼을 누르면 시인의 시를 들려주는 기계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시인 천상병(1930~1993)은 1972년 김동리 선생의 주례로 목옥순 씨와 결혼 후 상계동 수락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또한, 8년간 이곳에 살면서 왕성한 집필활동을 펼쳤다. 지금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수락산 변', '계곡 흐름', '행복', '봄바람' 등이 이때 탄생한다. “하루 치의 막걸리와 담배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서슴없이 외쳤던 시인. 가난과 무직, 방탕, 주벽 등으로 수많은 일화를 남기며 문단의 기인으로 불린 시인은 우주의 근원,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 등을 간결한 언어로 압축해 시를 썼다.

수락산 계곡길ⓒ서울시

수락산 계곡길

천상병 테마공원에서부터 천상병 문화마당~수락산 숲속 교실까지 이어진 500여m의 수락산 계곡 길이 ‘천상병 산길’이다. 계곡을 따라 천상병 시인의 시를 새긴 시판들이 쭉 늘어서 있다. <수락산 변>, <계곡 흐름>, <행복>, <봄바람>…

시(詩) 감상을 하면서 쉬엄쉬엄 걷는다 해도 30~40분이면 넉넉하게 산책할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시와 함께 산책하다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삶의 새로운 에너지가 충만해짐을 느낄 수 있다.

죽는 날까지 아이 같은 순수함과 맑은 영혼을 간직했던 천상(天上)의 시인, 계곡의 물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한 수 한 수 시(詩) 감상을 하노라면 시인 특유의 순수한 감성과의 교감이 느껴진다. 시판을 읽으며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느덧 종착점인 ‘수락산 숲속교실’에 다다른다. 이곳은 숲의 다양함과 새, 곤충 등을 두루 관찰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다.

천상병의 시 `미소` 시판(좌), 수락산 숲속교실로 가는 길(우) ⓒ최용수

천상병의 시 `미소` 시판(좌), 수락산 숲속교실로 가는 길(우)

시인은 가난해도 행복했다. 일생은 가난과 고통으로 물들었으나 시어(詩語)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라고 말한다.

“세상은 그저 / 웃음이래야 하는데 / 나에겐 내일도 없고/ 걱정도 없습니다 /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 '나는 행복합니다' 중에서 -

“나는 볼품없이 가난하지만 / 인간의 삶에는 부족하지 않다…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 '나의 가난함' 중에서 -

살아 있는 시인의 유고집 발간으로 화제가 되었던 시집 ▲새(1971)를 비롯하여 ▲천상병은 천상시인이다(1984) ▲구름 손짓하면은(1986)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1987)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1990) 등 시집을 남겼다.

서울시에서 발간한 `테마 산책길 Ⅰ, Ⅱ권`. 시민청 서울책방에서 구입할 수 있다. ⓒ최용수

서울시에서 발간한 `테마 산책길 Ⅰ, Ⅱ권`. 시민청 서울책방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한편, 서울의 숨겨진 산책길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서울 테마 산책길 I,Ⅱ 책자는 시민청 서울책방에서 권당 3,000원에 구입하거나 서울시 e-book 전용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산책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을 충전할 장소를 찾고 있다면 꼭 참고해 보자.

찜통 무더위가 밀려오니 걱정이다. 그러나 계곡물 흐르는 산책길에서 시와 함께 하는 ‘쉼’이라면 시원하지 않은가! 특별히 기자가 ‘천상병 산길’을 여름에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의 : 노원구청 공원녹지과 (02-2116-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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