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숲길 산책’ 연트럴파크로 초대합니다

시민기자 박은영

Visit1,033 Date2017.06.29 13:23

경의선 숲길 잔디밭에서 쉬고 있는 시민들 ⓒ박은영

경의선 숲길 잔디밭에서 쉬고 있는 시민들

퇴근시각, 홍대입구역 출구로 나와 본 사람은 안다. 쏟아지듯 지하철을 빠져나온 사람들로 계단을 오를 때면 작은 인내가 필요하다. 인파로 붐빈다는 것은 그만큼 ‘핫’하다는 얘기다. 맛집과 거리공연 등으로 흥이 넘치는 거리는 젊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늘 축제인 듯 번화한 도심, 이는 이제껏 내가 기억하는 홍대입구역이었다.

지난 18일, 홍대입구역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했다. 철길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경의선 숲길’이다. 도심 속 공원인 경의선 숲길은 용산구 문화체육센터에서 서대문구 가좌역으로 이어지는 총 6개 구간이 있다. 그 중 홍대입구역, 3번과 6번 출구로 연결된 숲길을 찾았다. 반듯하고 정갈한 외관은 열정 가득한 도심 속 숨겨진 보물과도 같았다. 그뿐만 아니다. 경의선 철길에 책거리를 만들어 테마의 거리를 탄생시켰다.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다는 서정적이고도 참신한 기획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과 나무 그리고 여유가 어우러지는 `경의선 숲길`의 모습 ⓒ박은영

사람과 나무 그리고 여유가 어우러지는 `경의선 숲길`의 모습

홍대입구역의 본격적인 공원길은 3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시선이 가는 곳마다 눈은 정화되는 느낌이며, 숲길에서나 맡을 수 있는 풀냄새도 정신을 맑게 한다. 널따란 잔디와 가지런한 나무들이 홍익대 부근의 화려하고 뜨거운 열기를 차분하게 만든다. 사람과 나무가 적당히 조화를 이루며 한가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숲길 조성엔 뉴욕의 센트럴파크 이미지를 빌려왔다 해서 ‘연트럴파크’로 불리기도 한다.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체크무늬 천을 깔고 앉아 바구니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고 싶어지는 비주얼이 펼쳐졌다.

경의선 숲길 공원은 서울시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의해 탄생했다. 1906년에 개통해 서울과 북한의 신의주를 잇는 군사 물자 수송용 도로였던 경의선 철로는, 2005년 부근 철로가 지하화된 것을 계기로 공원 만들기 작업에 돌입했다.

공사는 2012년부터 마포구 대흥동 일대부터 시작해 연남동, 염리동, 새창 고개 일대를 완성했고, 지난해 10월 홍대입구역 부근까지 조성을 완료했다. 키 큰 은행나무와 메타세콰이아 산책로로 인기가 많은 공원길은 일단 가 봐야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마음을 온전히 내려놓고 ‘쉼’을 느끼기에 최적화된 숲길이 멋들어지게 이어졌다. 마포구는 사업비 33억8,000만 원을 투입해 경의선 책거리 조성을 완료했다고 한다.

옛 철도역을 재현한 구역과 책 읽는 소년과 소녀의 동상 등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조형물 ⓒ박은영

옛 철도역을 재현한 구역과 책 읽는 소년과 소녀의 동상 등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조형물

3번 출구에 공원길이 조성됐다면, 6번 출구는 ‘경의선 책거리’로 출발한다. 출판사가 밀집된 홍대 앞 특성을 기반으로 조성된 전국 최초의 책 테마 거리다. 책거리 입구엔 자전거 보관소가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열차를 닮은 부스에서 책을 읽고, 운이 좋으면 저자도 만날 수 있는 구간이 250m 길이로 띄엄띄엄 연결돼 ‘와우 고가차도’까지 이어졌다.

책의 전시·판매·홍보를 맡는 부스는 여행산책·예술산책·공간산책·아동산책·인문산책·문학산책·테마산책·미래산책·창작산책·문화산책 등 주제별로 10개가 있었다.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나무가 있으니, 답답한 서점 구석에서의 독서보다 한결 산뜻한 기분이었다.

부스 안은 마치 작은 서점 같았다. 공원길과 책의 조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신간은 물론이고, 시민이 사랑하는 책 100선 등 다양한 책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대형서점 부럽지 않았다. 북카페에서 책을 읽으려면 커피 한 잔이라도 사서 마셔야 하는데, 그런 부담을 염려하지 않아도 됐다.

책거리의 부스 내부는 마치 작은 서점과 같다. ⓒ박은영

책거리의 부스 내부는 마치 작은 서점과 같다.

또 곳곳에 경의선 철길의 추억을 담은 조형물들이 시선을 끌었다. ‘와우 고가’ 밑을 지나는 순간, 철길 건널목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데, 열차가 오면 땡땡 종을 울렸다고 해서 ‘땡땡 거리’라고 했다. 역무원과 행인 가족 동상까지 만들어 그 시절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기차가 도착할 때 땡땡 소리가 울려서 `땡땡 거리`라 불리는 철길 ⓒ박은영

기차가 도착할 때 땡땡 소리가 울려서 `땡땡 거리`라 불리는 철길

경의선 책거리 조성사업은 2016년 제1회 대한민국 책 읽는 지자체 대상에서 ‘국회 교육문화 체육관광 위원장 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열린 제13회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 역시 우수상을 수상, 지난 3월에는 행정자치부 지방 행정연수원이 선정하는 ‘명품 정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도서전시, 체험, 만남을 핵심 사업으로 이룬 경의선 책거리는 드문드문 남긴 철로로 그곳이 철길이었음을 추억하게 했다. 철길의 역사와 추억이 공원길과 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e-Book으로 책을 읽는 세상의 속도에 적응하기 어려웠었다. 이를 위로하듯 만들어진 경의선 책거리는 힐링의 장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경의선 숲길은 답답한 도심에 쉼과 여유를 선사했다.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공원을 산책하다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보면 된다. 공원을 따라 새로운 상권이 형성돼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으며, 외국인들의 방문이 급증하여 새로운 관광지의 역할도 하고 있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경의선 숲길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박은영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경의선 숲길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경의선 책거리의 쉬는 날은 월요일이다. 월요일을 제외한 요일에는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서 저녁 8시에 닫는다. 시 홍보 사업과 함께 어린이 체험 공간을 운영하고, 작가와 독자의 만남 등 행사와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됐다. 책값은 인터넷서점과 마찬가지로 10% 할인된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입하면 택배로 부쳐주기도 한다니 반가웠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을 것 같은, ‘경의선 숲길’은 열정과 에너지, 자연과 책을 동시에 품은 채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가로이 여유와 낭만에 자연을 느끼고 싶거나, 일상에 치여 그럴듯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가 보자. 당신이 원하는 힐링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경의선 숲길’ 책거리 안내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35길 50-4
◯ 운영 : 화~일요일 오전 11시 ~ 오후 8시, 월요일 휴관
◯ 문의 : 02-324-6200, 홈페이지(gbook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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