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교육] 고도원 작가 ‘글쓰기비법’

내 손안에 서울

Visit381 Date2017.05.31 09:35

시민기자단 아카데미

서울시 시민 소통 미디어 포털사이트 ‘내 손안에 서울’ 시민기자단 아카데미가 지난 29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시민기자단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교육에서는 ▲시민 기자 활동 방법 ▲콘텐츠 유형(기사∙사진∙영상∙카드뉴스) ▲원고료 지급 정책 ▲기사 작성 요령 등이 소개됐다. 아울러 내 손안에 서울 편집실과 문답 등을 통한 오프라인 소통의 시간도 가졌다.

편집실은 최근 진행한 웹사이트 홈페이지와 뉴스레터에 대한 유저인터페이스(UI) 개선 소식도 전했다. 어플을 다운로드 받아 더 쉽게 ‘내 손안에 서울’ 서비스를 이용하는 법과 커뮤니티(cafe.naver.com/seoulmediahub)에서 시민기자단 미션에 참여하는 법 등을 함께 소개했다.

시민기자단 아카데미

신병규 뉴미디어과장은 “오늘 포털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로 ‘초안산캠핌장’이 떴는데, ‘내 손안에 서울’에도 시민 관심이 높은 이러한 정보들이 발 빠르게 제공되고 있다”며 “시민기자가 시민에게 필요한 뉴스를 스스로 생산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기자단 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특강 ‘아침편지 고도원 작가의 글쓰기 비법’도 마련했다. 고도원 작가는 중앙일보 기자 등으로 활동했으며, 고 김대중 대통령 연설문 담당 비서관으로 5년간 일했다. 고 작가는 특히 시민기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전문 기자처럼 글을 쓰는 방법으로 ‘육하원칙’에 충실할 것과 현장에 직접 가볼 것을 강조했다.

고도원작가

◇이하는 교육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기자들과도 ‘아침편지 고도원 작가의 글쓰기 비법’을 공유하기 위해 강연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1998.2~2003.2) 연설 비서관으로 5년간 일했습니다. 그 전에는 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17년 간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기자도 하고, 대통령 연설문까지 쓰게 된 밑천이 어디서 왔는가는 제 젊은 시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연세춘추 편집장을 했는데, 긴급조치 9호로 재적 되고 강제 징집을 당했다가 제대했습니다. 사회에 나왔는데 제 이력서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10년간 독서를 했습니다. 당시 울분을 삼키며 광화문을 걷고 또 걸었던 기억이 평생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기간 동안 작성해 놓았던 독서 카드들이 훗날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연재하는데 든든한 자산이 됐습니다.

2001년 8월1일은 고도원 아침 편지가 처음 시작된 날입니다. 첫 번째 글 제목이 ‘희망이란’이었습니다. 제가 전문을 읽어보겠습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노신의 《고향》 중에서 -* 그렇습니다. 희망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생겨나는 것이 희망입니다.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합니다.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고, 희망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실제로도 희망은 없습니다.”

눈으로 한 20초면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고도원 아침 편지를 시작한 것은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편지를 부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게 번지고 번져서, 지금은 360만명이 받아봅니다. 휴대폰으로 120만명이 받아보고 있습니다.

고도원작가

그럼 이 글은 어디서 탄생했는가? 강 건너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을 쓰게 한 곳이 청와대였습니다. 제가 5년간 일하는 동안 대통령 연설문을 매주 3건에서 10건씩 썼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커피 자판기처럼 나온 듯이 보이겠지만, 제가 이것을 준비하기 위해 토요일, 일요일 마다 빈 사무실에 나가서 대통령 동선을 늘 체크하고 머리에 담았습니다. 사안별로 핵심 키워드와 맵을 미리 머리 속에 그려 놓지 않으면, 주중에 빠르게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연설문을 쓴 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표현방식, 철학을 100% 내려놓는 작업입니다. 제가 모시는 그 분의 생각, 철학을 잡아채서 그 분의 것으로 토해내야 합니다. 저는 먼저 옥중서신을 달달 외웠습니다. 어느 순간 이 분 생각이 내 생각과 같구나 싶은 순간이 왔고, 일단 트랙에 오르니까 자신 있게 썼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 편 한 편 탓하지도 칭찬하지도 않는 타입이셨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답답한지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그 전에 수행했던 한 분 역시 수 년 동안 한 마디도 못 들었다고 했는데, 제가 일년 만에 칭찬 받았을 때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기자입니다. 연설문과 달리 기자는 내 글을 써야 합니다. 자만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우선 내 위치를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남산이 왜 남산입니까? 사대문 안에서 남산이 있기 때문에 남산입니다. 강남 사람들이 보기에는 북산이겠죠?.(강남 사람들은 남산을 남산이라고 부른다고 잘못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차이 때문에 싸우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학생 뒤에서 취재를 하면 경찰이 야만인처럼 보이고, 경찰 뒤에서 보면 학생이 폭력배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기자 자리는 어디냐? 중도, 중립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착각을 하는 게 있습니다. 중도는 정말 딱 가운데일까요? 아닙니다. 내가 서야 할 자리가 정 가운데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판단해야 비로소 그 시대에 맞는 기자가 됩니다. 시대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중도가 어디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가 판단합니다.

2017년 5월29일 이 날은 무슨 날인가? 월드컵 이긴 날과 진 날 다음날은 사회적 분위기가 다릅니다. 지금 세월호 사건이 났는데, 모두 슬픔에 잠겨 있는데 무관한 것을 쓰면 사람들이 읽을까요? 때문에 기자는 사회적 공기가 어떤지, 어떤 이슈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글을 써야 합니다. 이것을 ‘톤&매너’라고 합니다. 어떠한 상황이고 어떠한 톤으로 말해야 할 지, 그 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매너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면, 내가 눈물을 흘렸다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자기의 글과 톤&매너가 일치할 때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좋은 글이 됩니다.

내 위치를 정했다면, 이제 기사로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기본 틀은 ‘육하원칙’입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여기서 하나라도 빠져 있으면 기사가 아닙니다. 글을 쓸 때 이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도록 쓰셔야 해요. 기자들이 처음 훈련을 할 때 1단 기사부터 작성합니다. 여기서 각 요소를 더 자세히 쓰면 장문의 기사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1단 기사 쓰는 훈련을 먼저 하세요. 꾸준히 하세요.

기자 글쓰기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이순신 장군의 보고 원칙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저는 김훈 소설 ‘칼의 노래’에서 이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게 기자의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것은 본 대로 보고하라. 들은 것은 들은 대로 보고하라. 본 것과 들은 것을 구분해서 보고하라. 보지 않고 듣지 않은 것은 일언반구도 넣지 마라”

감사합니다.

시민기자단들

◇이하는 특강 후 고도원 작가와 시민기자간 문답을 요약∙정리했다

#질문①: 기사를 쓸 때, 표현력과 묘사가 부족한 것이 걱정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①: 음식을 할 때 양념을 적절히 하지 않으면 맛도 없고 간이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과하면 두 번 다시 먹기 싫습니다. 화려한 수식어와 미사여구가 글을 재미있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육하원칙이 중요합니다. 언제가 재미 있기도 하고, 무엇이 재미있기도 하고, 어떻게가 재미있기도 합니다. 이번에 타임지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기사를 예로 들면, 특전사 시절 도끼만행 사건부터 나옵니다. ‘언제’가 기사에 재미를 불어넣은 것이죠.

#질문②: 특정 부분을 과장해서 쓰는 게 독자에게 재미있지 않나요? 저는 사실 김대중 대통령 연설문은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다” 이런 특정 문구가 생각납니다.

답②: 개인적으로 대통령의 말은 사람들 기억에 남는 것 못지않게 ‘품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설화를 겪으신 적이 없습니다. 톤&매너를 늘 염두하셨고, 준비된 말씀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과장을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과장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중국입니다. 하지만 기사 역시 톤&매너를 염두해 과장이 필요한지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질문하고 있는 시민기자

#질문③: 제목이 자극적이고, 클릭수가 높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③:제가 고도원의 아침 편지 17년 째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맛깔스런 카피형 제목을 사람들 관심을 끌기는 합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첫 줄만 읽고 말면 소용이 없습니다. 글은 궁극적으로 핵심을 잡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본인이 좋은 글을 쓰는 양념이 돼, 사람들이 ‘아무개 기자 글이라면 읽고 싶다’고 만들어야 합니다.

#질문④:기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태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습니까?

답④:기자 새내기분은 자기가 좋아하는 신문 글을 많이 베끼고 거의 암기할 정도가 돼야 합니다. 기사로 어떻게 쓰여지는 지를 공부해야 합니다. 그게 무기가 됩니다. 좋은 기사를 쓰고 싶다면 많이 읽고 많이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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