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 “저는 노약자석에도 안 앉아요”

시민기자 휴먼스오브서울

발행일 2017.05.29. 16:13

수정일 2017.05.29. 16:13

조회 871

“6.25 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왔지요.
맨주먹으로 서울 와서 나는 성공했다고 봐요.
내가 배고프고 고생해봐서 자식들 배고프게는 안하려고 지독한 생활을 했죠.
공사장 인부부터 시작해서 미군기지 근처에 살던 때엔 정화조 청소도 했어요.
돈만 주면 못 할게 없었죠. 정화조에 손만 집어넣어도 되는데
팬티바람으로 풍덩 들어간 적도 있어요. 돈 받는 만큼 더 열심히 일하려고...
이제는 일은 안 하고 그저 검소하게살고 있어요.”

인터뷰어

“사치하고 싶으신 적은 없으셨나요?”

“왜 사치를 안 하고 싶겠어요. 참는 거지.
저는 제 쓸 돈보다 많이 있으면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일로 사치하고 싶어요.
사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 등하교 때 안전하게 건너게 해주는 수호천사 봉사활동을 해요.
근데 그걸 한다고 하니까 돈을 20만원이나 준다는 거예요.
그 때 느꼈죠. ‘아 세상이 변했구나.’”

인터뷰어

“이제 여든일곱인데, 예순일곱에 식도암 수술을 했어요.
위를 잘라내서 지금도 여섯끼로 나눠서 조금씩 먹어야 해요.
당시에 이제 좋아하던 술도 못 먹고 담배도 못 피게 되었으니
‘내 인생 어떻게 재미있게 풀까?’ 싶었죠.
사람이 낙이 있어야 사니까, 칠십에 처음으로 춤을 배웠어요.
한 10년 췄어요. 지금은 안 가요.”

인터뷰어

“왜요?”

“늙은사람이 같이 놀자하면 추할까봐서요.
한 칠십대 젊은 사람들 놀기에 내 나이가 너무 많다 싶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유세하지 말아야 하죠.”

“그래서 저는 지하철에서 노인석에도 안 앉아요. 나보다 젊은 사람들 앉으라고.
그래도 늙으면 실수를 하지요. 자연히 동작이 느려져서 실수를 하고,
말실수도 하죠. 어린 사람 보면 습관적으로 첫마디에 반말이 나와요.
‘아이고 내가 잘못했구나,’ 그러고 나선 다시 말을 높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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