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은 정말 공정할까?

프로필이미지 시민기자 이현정

Visit876 Date2017.05.16 16:33

5월 둘째 주 토요일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열린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 현장 ⓒ이현정

5월 둘째 주 토요일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열린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 현장

함께 서울 착한 경제 (73) 2017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정무역을 주장하며, 한미 FTA 재협상과 방위비 공정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를 두고 공정무역을 가장한 보호무역일 뿐이라며 비판한다. 공정무역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인데, ‘2017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 현장을 찾아 공정무역과 진정한 의미의 공정함이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시민이 주인인 공정무역 축제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World Fair Trade Day)’이다. 세계 공정무역 기구(WFTO)가 지정한 기념일인데, 서울시에서는 지난 5월 13~14일 주말, 덕수궁 돌담길에서 ‘2017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13일 열린 개막행사에서는 공정무역 지지 세레모니와 함께, 코미디언 김대희 씨와 김민경 씨가 공정무역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이어 공정무역을 주제로 한 토크 버스킹이 펼쳐졌으며, ‘공정무역 민중 교역 포럼’도 진행되었다.

또한, 공정무역 장터도 열렸는데, 커피와 커피 제품, 각종 차, 초콜릿과 코코아, 설탕, 캐슈넛과 같은 견과, 건망고·건체리·건살구 등 건과일, 올리브유, 후추, 계피, 화장품과 비누, 에코백, 스카프, 모자, 각종 의류, 액세서리, 쿠션이나 러스, 각종 그릇들, 캔들, 공책, 축구공, 인형과 아이들 장난감 등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공정무역 상품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취급 단체도 늘어나고 있다는 걸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틀간 이어진 공정무역 장터에서는 시음·시식 행사뿐 아니라, 전시와 체험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공정무역 커피 수망 로스팅 체험, 공정무역 덕후 체크리스트, 도전 골든벨, 천연비누 만들기, 커피방향제 만들기, 허브티 만들기, 달고나 체험, 보디페인팅 등 어느 해보다 다양한 체험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냥 구경만 하는 것보다 이렇게 체험하는 게 있으니, 재미있고 아이들이 확실히 좋아하네요.” 은찬이네 가족은 남양주에서 왔다는데, 자원봉사 학생들의 안내로 게임을 하며 부스를 돌아보는 체험에 참가하고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어울려 즐기며 공정무역에 대해 이해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게임을 하며 부스를 도는 체험 중인 은찬이 가족(좌), 공정무역커피 로스팅 체험 참가자(우) ⓒ 이현정

게임을 하며 부스를 도는 체험 중인 은찬이 가족(좌), 공정무역커피 로스팅 체험 참가자(우)

“저희는 이화여자고등학교 봉사동아리 ‘옥합’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최근 번역 봉사를 진행했는데, 해외 아이들이 바르고 공정한 사회에서 자라지 못하고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렇게 공정무역의 날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옥합 회장 한지혜 양은 같은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공정무역을 방해하는 것을 물총으로 쏴 넘어뜨리는 게임과 공정무역 상품을 고르는 게임 등을 준비해와 진행하고 있었다.

옥합 회장 한지혜 양(오른쪽 끝)이 참가 시민들의 인증샷을 찍어주고 있다. ⓒ이현정

옥합 회장 한지혜 양(오른쪽 끝)이 참가 시민들의 인증샷을 찍어주고 있다.

“저희 동아리는 YG공정무역연구회로, 공정무역 도서를 읽고 함께 토론도 하고, 아름다운 커피 재단 등 공정무역 단체 탐방을 가서 인터뷰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정무역 행사에 나와 체험 진행도 하고 설명도 해드립니다. 캠페인 활동을 하기도 하고, 발표회를 나가기도 하죠.”

여강고 동아리 ‘YG공정무역연구회’ 회장 이수빈 양도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여강고 YG공정무역연구회 회장 이수빈 양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현정

여강고 YG공정무역연구회 회장 이수빈 양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무역, 진정한 공정함을 논하다

2017 세계 공정무역의 날 페스티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5개 공정무역단체와 동아리 등이 참가했다. 올해는 특히 시민참여형 행사가 많아졌는데, 다양한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공정무역을 알리고,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작년 가을부터 국가적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았잖아요. 국민이 주권자인데 우리의 권리들이 굉장히 많이 침해당하고…, 그래서 저희가 올해는 정치에서도 국민이 주인이지만, 이렇게 사회를 좋게 바꾸는 일에서도 시민이 더 주가 되어야 한다 해서 ‘시민이 주다’ 이런 주제로 잡았습니다.”

한수정 아름다운 커피 사무처장의 설명처럼 이번 공정무역의 날 페스티벌의 주제는 ‘공정무역! 시민이 주다’였다. 공식 포스터에 적힌 ‘시민이 공정가격을 주다’, ‘좋은 제품이 시민에게 혜택을 주다’, ‘공정무역 시민이 주인이다’라는 문구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사무처장(오른쪽)과 공정무역 덕후 체험을 하는 시민들 ⓒ이현정

한수정 아름다운커피사무처장(오른쪽)과 공정무역 덕후 체험을 하는 시민들

공정무역은 경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빈곤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세계적인 시민운동이자 사업이다.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 저개발국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몫을 지급하고 거래함으로써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아동노동을 금지하며, 환경을 보호하는 착한 무역이다.

“대규모 다국적 기업들이 있고 소규모로 생산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을 같은 출발선에 두고 경쟁을 시키면 당연히 자본도 많고 정보도 많이 가지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유리하겠죠. 개발도상국 생산 농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국제 경쟁 무역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게 정말 공정한 것 아닐까요?”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김영규 간사의 설명을 들으니, 공정무역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트럼프의 공정무역은 미국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 자기네 입장에 추를 기울여 놓고 자신들이 공정함을 느껴야 된다는 거지만, 전 세계 빈부 문제에 있어서 상층부에 속하는 이들이 지금 더 갖겠다고 하는 거거든요. 저희가 얘기하는 공정무역은 조직화되지 않은, 더 어렵고 소외받는 사람들 쪽으로 추를 기울여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게 하자는 것입니다. 공정무역 제품이라고 하면 특정한 규정들을 얘기하죠. 가격을 어느 정도 줘야 하고 공동체 발전 기금을 줘야 하고…, 물론 그런 기준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를 중심에 놓고 행동하고 누구를 중심에 놓고 기획하느냐 이런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수정 아름다운 커피 사무처장의 얘기처럼 공정함이란 잣대는 더욱 성숙한 사회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닐까? 흙수저와 금수저가 같은 출발선상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하다 할 수 있을지, 애초 사회적 시스템 자체가 불공정한 것은 아닌지, 공정함을 논하기 전에 현실에 대해 직시해야 할 듯싶다. 결국 공정무역은 단지 개발도상국 생산자들의 자립을 돕는 것을 넘어, 사회 곳곳에, 세계 곳곳에 만연해 있는 불공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보다 책임 있는 소비를 하자는 얘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공정무역 장터를 둘러보는 시민들 ⓒ이현정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공정무역 장터를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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