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무대 '서울연극제' 직접 가보니

시민기자 고함20

발행일 2017.05.15. 11:20

수정일 2017.05.15. 16:13

조회 962

대한민국 현대 연극의 흐름과 방향을 만나는 시간, ‘서울연극제 2017’가 봄을 타고 다시 시민 곁으로 찾아왔다. 4월 2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5월 29일까지 약 38일 동안 혜화동 일대에서 대규모 연극 축제가 벌어진다.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공식 선정 작품 10편이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또한, 길거리 공연, 시민과 함께 희곡 읽기, 설치 미술 등 거리 곳곳에서 연극이 살아 숨 쉬며 관객과 소통할 기회를 얻는다.

‘서울연극제 2017’은 기존의 창작극 제약에서 벗어나 번역극, 재연공연까지 영역을 넓혔다. 예술감독 최용훈은 “올해의 콘셉트는 다양성의 회복이다”라며 국내외를 아울러 신구세대를 통합하는 작품을 선정하였음을 밝혔다.

서울연극제의 상징인 `알` 모양 탈을 쓰고 길거리 연극을 감상하는 시민들 ⓒ고함20

서울연극제의 상징인 `알` 모양 탈을 쓰고 길거리 연극을 감상하는 시민들

기자 역시 축제의 물결에 뛰어들었다.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극단 백수 광부의 ‘벚꽃동산’을 직접 관람했다.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은 몰락한 부호인 라네프스카야 부인이 자신의 영지인 벚꽃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상황 속에서 과거에 얽매이고, 그를 벗어나는 과정을 그린다. 극단 백수 광부는 이 과정을 ‘꿈’으로 치환했다.

이를 위해 무대를 둘러싼 흰 천에 영상을 쏘고, 아름다운 몇 겹의 그림자를 만들어냄으로써 시각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노인, 학생, 가족, 연인 등 다양한 관객들이 극장을 가득 메웠다. 흰 천 뒤에 숨겨진 언덕길로 배우들이 퇴장하자, 관객 중 더러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퇴장하는 길은 연극이 주는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찼다. “어려웠다”라며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는 남성이 있었고, “마지막 장면이 너무 좋았다”라며 열띤 토론을 벌이는 학생도 있었다.

극장 밖 `시민과 배우가 함께하는 희곡 읽기` 행사 모습 ⓒ고함20

극장 밖 `시민과 배우가 함께하는 희곡 읽기` 행사 모습

극장 밖에서도 연극 축제는 계속된다. 축제 기간 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민과 배우가 함께하는 희곡 읽기’가 진행된다.

“집에 가서 후회하시면 늦습니다!”라는 사회자의 말에 손을 들고 뛰쳐나온 중년의 여성이 줄리엣이 됐다. 등산복을 입고 아이의 손을 잡은 중년의 남성이 로미오가 됐고, 어린 여학생이 로미오의 친구 머큐쇼가 되었다. 강한 봄바람이 몰아쳐 현수막이 뜯기는 와중에도 배우와 시민은 길거리에서 호연을 펼쳤다. 로미오가 티볼트를 칼로 찌르는 장면에서 머큐쇼가 신음을 내뱉자, 모여든 관객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책으로만 읽었다는 이 모양(11세)은 “공연을 이렇게 보니까 신기하다”라며 배역에 도전할지 말지 망설였다.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 `프린지-서울창작공간 연극축제` 모습 ⓒ고함20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 `프린지-서울창작공간 연극축제` 모습

‘프린지-제12회 서울창작공간 연극축제’ 역시 서울연극제의 일환으로 함께 펼쳐진다. 기자는 5월 6일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서 펼쳐진 극단 ‘지즐’을 관람했다.

길거리에서 연기하는 배우들 사이로 비둘기가 날아들고, 아이들이 뛰어들었다. 때로는 바람이 배우들의 머리를 헝클어트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연극에 귀 기울였다. 지나가던 한 무리의 가족이 “재밌겠다. 잠깐 보고 가자”라며 무대 앞쪽으로 끼어들었다. 다른 공연을 보러왔다가 잠깐 멈춰 섰다는 김 모양(27세)은 “혜화에 자주 오는데, 요즘 들어 거리에 연극이 넘쳐나서 기분이 좋다”며 축제가 연극의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극과 관객의 만남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연극은 접근하기 힘들다’라는 인식은 섣부른 편견이었다. 거리로 나온 연극은 관객을 쉽게 무대로 끌어들였고, 관객 역시 자연스럽게 그 속에 녹아들었다.

서울연극제는 5월 28일까지 이어진다. 기자가 관람한 ‘벚꽃동산’은 이미 막을 내렸지만, 그에 준하는 경쟁작들이 혜화동에서 연달아 상연된다. 또한, 주말마다 거리 곳곳에서 길거리 공연과 희곡 읽기 행사가 진행된다. 연극이 낯설다면 이번 주말에는 혜화동을 방문해보길 권한다. 단연컨대 연극이 나의 삶 속에 끼어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연극 속에서 확장되는 나를 만날 수 있는 서울연극제가 5월 말까지, 바로 당신 곁에서 열린다.

■ 서울연극제 2017 안내

○ 기간 : 4월 26일(수) ~ 5월 28일(일) 총 33일간 진행

○ 장소 :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소극장,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소극장, 동양예술극장 3관, 알과핵 소극장, 드림아트센터 4관, 이해랑예술극장

○ 프로그램 : 공식 선정작 10편

○ 특별 프로그램 : 프린지:제12회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 야외행사&달걀인간의 일상, 대형달걀:설치미술, 폐막식, 합평회

○ 문의 : 02-765-7500, www.st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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