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 “55년 전 그 자리에서 인생을 회고하며”

시민기자 휴먼스오브서울

발행일 2017.05.02. 16:53

수정일 2017.05.02. 16:55

조회 612

“55년 전에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다니던 학교가 여기 근처에 있었어요.
그때 서울시 미술대회가 열렸는데, 형님하고 같이 여기 왔던 기억이 나네요.
회사를 37년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이제 여기 앉아 있어요.
55년 전 그때 바로 이 의자에 앉아서 석조전을 그렸었는데,
제가 잘 못 그려가지고 형님이 저를 도와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주 오랜만에 왔어요.”

인터뷰어

“그때 행복한 기억이 많으셨겠네요?”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아버지가 공무원이셨는데, 저 초등학교 1학년 때 갑자기 돌아가신 거예요.
아버님 돌아가시고 나서 아직 충격에 휩쓸려 있던 때에
여기서 형님하고 그림을 그렸으니까요.
어머님도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당시 연금이나 그런 게 없었고,
4학년 2학기 때쯤 아버지 고향인 경기도 파주에 땅이 조금 있어서 낙향을 했죠.
2남2녀 중에 막내인 저하고 어머니만 같이 살았고,
형제들은 외삼촌하고 살게 됐어요. 제 가족이 해체가 된 거죠.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55년 간 제가 살아왔던 날들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 자리에서 집사람을 기다리면서 계속 회상하고 있었어요.
55년이란 시간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 다양했던 것 같아요.
지나고 보면 다 아름다운 추억이죠.
공부밖엔 길이 없었고, 어떻게 하다 보니 좋은 회사에 취직했어요.
임원까지 했고, 회사에서 박사 유학 가라고 절 영국으로 보내주기도 했고요.
어찌 보면 세상 모르고 열심히만 살았죠.”

“회사생활 하시면서 고비는 없으셨어요?”

“경쟁적인 곳이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었고
전 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받은 편이었어요.
해외에 법인장으로 8년 나가있었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근무하다가
나이가 들어 작년에 그만두었죠.”

인터뷰어

“은퇴하시고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은퇴한 사람들의 모임이 있는데, 편한 이야기들을 못하고 회사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래요.
회사만을 위해, 회사만을 생각하고 살았으니까 후유증이 남은 것 같아요.
전쟁이 끝났는데도 실감을 못하는 군인들처럼… 참 전쟁처럼 일했죠.”

휴먼스 오브 서울이 글은 ‘휴먼스 오브 서울’(humansofseoul.net)이 쓴 기사입니다. 휴먼스 오브 서울은 신문과 방송에서 보고 듣는 유명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서울 사람을 위한, 서울 사람에 의한, 서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휴먼스 오브 서울이 길거리 섭외를 통해 시민 개개인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를 발굴하여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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