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천 벚꽃길의 화양연화(花樣年華)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7.04.14. 15:34

수정일 2017.04.24. 17:36

조회 2,660

벚꽃축제가 한창인 우이천 뚝방길 ⓒ김영옥

벚꽃축제가 한창인 우이천 뚝방길

‘봄봄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의 향기 그대로……’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가수 로이킴의 ‘봄봄봄’과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노래가 연일 방송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봄꽃 중 가장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주는 꽃은 역시 벚꽃이다. 만개한 벚꽃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미세먼지가 주춤했던 지난 주말, 우이천 주변은 막 개화를 시작한 벚꽃을 보러 나온 주민들로 붐볐다. 우이천은 북한산과 도봉산이 이어지는 우이령(牛耳嶺. 소귀고개) 아래에서부터 흘러내려 강북구와 도봉구, 노원구와 성북구를 거쳐 중랑천으로 흐르는 지천 중 가장 큰 지류다. 우이천은 2010년 생태하천으로 천변이 깔끔하게 조성되면서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사시사철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우이천변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3km 가량의 길은 벚꽃이 만개하는 4월 초엔 벚꽃 명소로 유명하다. 이 즈음이면 가족은 물론 연인, 친구 등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온 주민들은 우이천변을 산책도 하고, 자리를 깔고 앉아 담소도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계절을 만끽하곤 한다.

우이천 벚꽃길에 ‘문화’를 더하다

우이천 벚꽃길 등(燈)축제의 수변야간음악회(좌), 둘리 캐릭터 등 작품(우) ⓒ김영옥

우이천 벚꽃길 등(燈)축제의 수변야간음악회(좌), 둘리 캐릭터 등 작품(우)

물길을 옆에 두고 벚꽃 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인데, 문화행사와 벚꽃축제가 함께해 우이천변엔 매일 사람들로 넘친다. 특히 도봉구가 기획한 ‘우이천 벚꽃길 등(燈)축제’는 우이천 일대를 수변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특히 둘리뮤지엄 개관, 쌍문역의 둘리테마역사(驛舍) 조성과 쌍문동 둘리테마거리 조성 등으로 최근 도봉구의 대표 캐릭터로 급부상한 ‘둘리와 친구들’ 등(燈) 앞은 자연스레 포토존이 되면서 주민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은 매일 밤, 도봉구에서 선발된 거리예술가들이 선보인 뮤지컬, 마술, 7080 포크송, 트로트, 국악 등 ‘우이천 버스킹공연(오후 5시~오후 6시)’과 수준 높은 클래식 출연진들이 선보인 ‘수변야간음악회(저녁 7시30분~8시 30분)’를 즐기는 문화적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에코 벚꽃축제

도봉 창2동 에코 벚꽃축제가 한창이다. ⓒ김영옥

도봉 창2동 에코 벚꽃축제가 한창이다.

지난 8일에는 우이천 옆 태영데시앙아파트~건영아파트까지 약 300m의 우이천로에서는 ‘창2동 에코벚꽃축제’가 열렸다. 차량이 통제된 거리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참여한 에코 벚꽃축제는 지역 예선을 통과한 주민노래자랑, 아이부터 어른까지 참여한 K-Pop 댄스, 태권도시범, 난타공연 등의 문화공연이 열렸다. 손재주를 자랑하는 지역 주민들이 진행한 페이스페인팅과 양초 만들기 등의 다양한 체험부스도 운영됐다.

주민들이 마련한 먹거리장터와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푸드트럭, 벼룩시장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주민들의 오감을 즐겁게 했다. 마을 계획단이 정성껏 준비한 창2동의 ‘추억창고 사진전’은 벚꽃나무 아래 걸렸다. 나무 데크에 걸린 액자 속엔 그동안 마을 사람들이 마을활동을 어떻게 해 왔는지 담겨 있었다.

송중동 뚝방길 벚꽃 터널

노원구 월계동에서 바라 본 북한산 방향 ⓒ김영옥

노원구 월계동에서 바라 본 북한산 방향

우이천 물길 옆에서 펼쳐진 주말축제가 끝났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만개한 우이천변 벚꽃길의 매력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봉구 한전병원 앞 쌍한교에서부터 강북구 송중동 뚝방길을 거쳐 노원구 월계2교에 이르는 약 3km 구간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손꼽히는 벚꽃길’로 유명하다. 연인과 친구와 손잡고 식구들과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느리게’ 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쌍한교에서 시작해 수유교~우이교~번창교~우이제2교~번창제2교~우이제3교~창번교~신창교~ 초안교~신우연립앞교~월계2교까지 천천히 걸어보면 축제의 왁자함과는 다른 우이천 벚꽃길의 소소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물길과 우이천을 가로지르는 많은 다리들, 그리고 아이들이 깡충거리며 건널 수 있는 돌다리들, 우이천에 살고 있는 새들과 오리 그밖에 다양한 풀꽃들의 소박한 자태까지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

창번교를 지나서 강북구보건소에서부터는 우이천변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에서 벗어나 송중동 뚝방길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이곳은 아치형 벚꽃 터널로 유명한 ‘송중동 벚꽃 뚝방길’이다. 고개를 들어 벚꽃을 보고 걷노라면 뒷목이 뻐근할 정도다. 벚꽃 터널을 가다보면 중간 중간 우이천 물길과 건너편 노원구 쪽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전망대도 여러 개 설치 돼 있다.

물길이 만드는 벚꽃길을 감상하고 머리 위로 쏟아질 듯한 벚꽃 잎들을 바라보는 시간은 힐링타임에 다름 아니었다.

월계동 ‘우이천길 차 없는 거리’는 아이들 세상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노원구 `우이천길 차 없는 거리`ⓒ김영옥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노원구 `우이천길 차 없는 거리`

머리 위에 펼쳐진 벚꽃 아치를 보며 월계2교에 이르면, 노원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노원구에서 강북구 송중동 뚝방길 풍경과 멀리 보이는 북한산의 산등성이와 중랑천 물길 풍경 모두 멋지다.

노원구 롯데캐슬아파트 앞 도로는 ‘우이천길 차 없는 거리’가 돼 있었다. ‘우이천길 차 없는 거리’는 토요일 오후 2시 ~ 밤 10시까지, 일요일 오전 10시 ~ 밤 10시까지 운영 중이다. 도로에서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아빠와 함께 롤러스케이트 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주말 동안 차도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는 것이다.

우이천길 옆 공원 안에도 만개한 벚꽃, 흰 조팝나무 꽃들이 멋진 조화를 이뤘다. 공원의 작은 오솔길을 걷거나 공원에 마련된 쉼터에 앉아 건너편의 뚝방길의 벚꽃 핀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하얀 벚꽃이 만드는 풍경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우이천. 연일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이 궁금하면 서두르시라. 지금이 아니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우이천 벚꽃길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언제 끝날지 모를 일이다. 봄날은 늘 우리를 아쉽게 했으니까. 벌써부터 이 모습 그대로 조금만 더 있어주길 바라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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