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세상 어찌 할꼬?

최경

Visit355 Date2017.03.31 15:04

31일 목포신항에 도착한 세월호ⓒnews1

31일 목포신항에 도착한 세월호

방송작가 최경의 <사람기억, 세상풍경> (63) 세상은 가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 필연이 되고 필연이 계속되면서 세상이 확 뒤집히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기 힘들다. 북경의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뉴욕의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현실은 늘 변화하지 않는 것 같고 세상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았다. 요즘 답답한 현실 때문에 ‘고구마 만개 먹은 것 같다’는 말이 유행한 것도 그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데 그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요즘 뉴스를 보면서 더 그렇다.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인용 결정이 난 뒤, 국민들의 관심은 파면된 전직대통령의 구속여부로 옮겨졌다. 과연 전직대통령을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할까. 법원이 구속을 결정할까… 꽤 많은 이들이 말했다. 국민 다수의 뜻으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왔으니, 그것만으로도 됐다고. 어떤 이들은 구속이 되는지 마는지는 더 이상 관심 없다. 파면된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고도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파면된 뒤, 거짓말 같이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탄핵인용 결정이 난 그날, 5시간 뒤 세월호 인양날짜가 발표됐다. 3년 가까이 바다 속에 묻혀 있던 배를, 그토록 기술적인 문제로 인양이 어렵다고 했던 그 배를 갑자기 들어 올리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세월호가 모로 누운 채, 바다위로 올라왔다. 1,073일 만이었다. 2014년 4월 16일, 모로 누운 채 침몰해가던 세월호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모두를 먹먹하게 했다. 그렇게 금방 올릴 수 있는 것을 왜 3년 동안 인양을 못한 것일까. 기술적인 문제였을까 아니면 다른 문제였을까. 이 모든 건 우연일까.

그리고 오늘 새벽 3시를 조금 넘겨 TV에 속보가 떴다. 전 대통령 구속을 알리는 속보였다. 한 사람이 가고 나니, 또 거짓말처럼 세월호가 뭍으로 돌아왔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해 일어난 대형참사를 그저 교통사고쯤으로 말해온 사람들은 왜 구조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왜 그 많은 학생들이 희생돼야 했는지 침몰한 배를 끌어올려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시체장사’를 하려 한다는 둥, ‘유가족들이 온갖 특혜를 받아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살려고 한다’는 둥 온갖 가짜뉴스들을 양산해내며 공격했다.

진실을 덮고 침몰시켜버리려 했던 세력들이 힘을 잃자, 아이들을 가두고 진실을 가뒀던 배가 마지막 항해 끝에 항구에 닿았다. 마치 잘 짜진 영화 시나리오 같은 일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새벽 누군가는 SNS에 지금 이 일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글을 썼고, 누군가는 속보가 뜬 TV 화면을 찍어 올렸으며 또 누군가는 앞으로 비정상이던 모든 것들을 정상으로 돌리는 일을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이로써 모든 일상에서도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결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물론 이제 겨우 정상적인 일들이 시작됐을 뿐이다. 또 얼마나 많은 비정상들이 정상을 가리려고 시도할지 알 수 없다. 아직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 마음의 평화가 찾아올 수 없는 이유는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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