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 부엉새가 우는 강서둘레길 따라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7.03.30. 16:24

수정일 2017.03.30. 16:24

조회 1,865

강서둘레길 솔숲에 내려앉은 칡부엉이 ⓒ박분

강서둘레길 솔숲에 내려앉은 칡부엉이

봄을 시샘하던 꽃샘추위도 자연의 질서를 거스를 순 없었나 보다. 개화산 중턱, 가지 끝에 노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던 산수유 꽃망울이 마침내 활짝 꽃을 피웠다. 참나무도 촉촉한 푸른 이끼 옷을 입었다.

강서둘레길은 강서구 방화동 방화근린공원(지하철 5호선 3번 출구에서 3분 거리)에서 시작해 개화산으로 이어진다. 개화산은 해발 131m의 낮은 산이다. 그러나 다양한 볼거리가 산재해 있어 정상까지는 꽤 발품을 팔아야 한다.

세찬 겨울바람을 이겨낸 소나무들이 터널을 이뤘다 ⓒ박분

세찬 겨울바람을 이겨낸 소나무들이 터널을 이뤘다

강서둘레길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유적을 둘러볼 수 있는 매력 가득한 곳이다. 특히 제1코스(거리 3.35km)인 ‘개화산 숲길’은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하는 건강한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천천히 쉬며 걸으면 제1코스를 2시간 정도에 충분히 다 돌아볼 수 있다. 생명이 움트는 이른 봄, 지금이야말로 강서둘레길을 돌아보기에 적기다.

“딱따르르륵” 진달래 꽃망울이 부풀 3월, 개화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숲속 정막을 깨는 소리가 있다. 드릴기계음과도 흡사한 이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딱따구리이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바싹 붙어 부리로 나무를 쪼아댄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 새끼를 칠 둥지를 만들려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1초 동안 도대체 몇 번을 부리로 빠르게 쪼아야 저 같은 소리가 나올까?

강서둘레길 숲길에서 만난 청딱따구리 ⓒ박분

강서둘레길 숲길에서 만난 청딱따구리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개화산 숲길에서 만나게 되는 새는 대략 10여 종에 이른다. 개화산에는 산자락 아래 찔레와 조팝나무가 어우러진 관목 숲을 떼 지어 다니는 오목눈이와 곤줄박이, 딱새 등의 작은 새들과 직박구리와 어치, 황조롱이, 산비둘기가 살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놀라운 사실 하나, 부엉이가 개화산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강서둘레길에서 만난 오색딱따구리 ⓒ박분

강서둘레길에서 만난 오색딱따구리

실제로 숲속 소나무 가지에 얌전히 앉아 있는 부엉이를 보게 됐다. 그는 천연기념물인 칡부엉이였다. “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 동요에 등장하는 귀한 부엉이를 도심 숲에서 보게 될 줄이야! 머리 위에 쫑긋하니 깃털을 세운 부엉이는 맹금류답지 않게 귀여웠다. 사람들은 한동안 부엉이를 보기 위해 다녀갔고, 더러는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부엉이가 셔터 소리에 놀랄까 봐 호기심을 누른 채 사진 촬영을 자제하였다. 그 대신 부엉이 사진을 서로 돌려보며 공유하였다.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푸른 이끼옷을 입은 나무 ⓒ박분

푸른 이끼옷을 입은 나무

칡부엉이는 유라시아 대륙의 온대지역, 북아메리카 등 신북구와 구북구에 널리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도래해 월동하는 겨울철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월동했지만 환경변화로 그 수가 줄어 최근 국내에서는 드물게 월동한다. 칡부엉이가 개화산을 찾은 이유는 이곳이 지리적으로 서울 외곽지역이기 때문에 개화산을 축으로 들쥐 개구리 따위의 먹잇감이 풍부한 김포평야와 한강 하구 습지인 강서습지생태공원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부엉이가 아무쪼록 잘 지내다 가길, 그리고 가을에 다시 이곳에 날아와 깃들기를 모두들 바랬다.

따사로운 햇볕이 드는 강서둘레길 북카페 ⓒ박분

따사로운 햇볕이 드는 강서둘레길 북카페

새 소리에 귀 기울이고 새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다보면 새삼 자연에 대한 경이와 고마움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군락을 이룬 이곳엔 책장과 테이블 등이 마련된 북카페가 있어 호젓한 분위기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책장에는 건강과 여가 관련 도서, 소설 등 100여 권의 책이 비치되어있다. 둘레길 깊숙이 접어들수록 꿋꿋한 낙락장송(落落長松)이며 병풍을 두른 듯 장대한 바위들이 호탕한 기세를 드러내고 있다. ‘하늘 길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 비경(秘境)의 연속이다. 소나무들을 하나같이 세찬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이겨낸 듯 구부정한 모습들이다. 기우뚱 옆으로 쓰러질 것 같지만, 얼기설기 얽혀 서로 받쳐주는 생명력이 놀랍다.

하늘길 전망대에서 김포공항과 김포평야를 바라보는 시민들 ⓒ박분

하늘길 전망대에서 김포공항과 김포평야를 바라보는 시민들

‘하늘길 전망대’에 이르면 우리나라 하늘길을 처음 열었던 김포공항 활주로와 널따란 김포평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늘가에 구름만 끼지 않는다면, 이곳은 노을 감상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들녘을 붉게 물들이며 노을 지는 광경이 장관이다. 둘레길에서 만난 50대 부부는 “휴일이면 아름다운 노을을 보러 오후 느지막이 산에 온다. 매번 사진에 담다 보니 이제는 사진촬영이 취미가 되었다”고 말했다.

하늘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김포 들녘의 저녁노을 ⓒ박분

하늘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김포 들녘의 저녁노을

전망대에 올라서서 수려한 둘레길 풍광에 마음을 뺏기다 보면 마음속 잡다한 상념도 걷힌다. 경인항과 서해바다,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아라뱃길 전망대와 주홍빛 방화대교가 마치 그림 같다. 산 정상에 자리 잡은 개화산 전망대는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조망명소 중 한 곳이다. 탁 트인 이곳에서는 멀리 N서울타워, 북한산 등을 또렷이 볼 수 있다. 이곳엔 봉수대 모형이 설치되어있다. 원형이 사라진 개화산 봉수대는 조선 시대 것으로 추측된다.

약사사 전경 ⓒ박분

약사사 전경

고려시대 유물인 석불과 삼층석탑이 있는 약사사 또한 꼭 둘러봐야 할 유서 깊은 사찰이다. 겸재 정선의 그림 속 ‘개화사’는 바로 약사사를 이른다. 그 당시는 개화사로 불렸다고 한다. 약사사에서 조금 떨어진 생태연못은 새와 다람쥐 두꺼비 등 야생동물의 샘터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약사사를 벗어나는 길목에 풍산 심 씨의 묘역이 보인다. 이 묘역은 조선 중기 묘제 연구와 석조미술 연구에도 도움이 된 서울시 유형문화재다.

한국전쟁당시 육군 전사자들의 추모비 ⓒ박분

한국전쟁당시 육군 전사자들의 추모비

강서둘레길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김포비행장을 지키던 육군 전사자들의 추모비도 만날 수 있어 자녀들과 함께 걷는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맑은 바람과 새들의 지저귐, 아름다운 저녁놀 역사가 깃든 문화 유적 등은 강서둘레길이 서울시민들에게 안겨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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