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시민기자 주상태

Visit291 Date2017.03.23 15:05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 모습 ⓒ주상태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 모습

봄이 시작되는 계절, 3월의 주말이다. 마침 하늘빛은 나쁘지 않고 바깥 기운도 그리 차갑지 않다. 어제 생일을 챙겨주지 못한 막내를 위해 함께 집을 나섰다. 막내가 특별히 오늘은 창덕궁으로 가자고 한다. 분명 뭔가 사심이 깔려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지난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는 창덕궁으로 출발했다.

여기서 잠깐, 조선의 정궁은 경복궁 아닌가? 창덕궁은 1405년 태종 때 제2의 왕궁으로 창건되어 임란 이후 불타버린 경복궁을 대신해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 때까지 약 270여 년간 정궁 역할을 한 곳이다. 그나마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궁궐이다. 비밀의 정원인 후원을 비롯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과 전통의 조경미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창덕궁이다.

낙선재로 향했다. 낙선재는 경복궁의 건청궁과 닮아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단청을 하지 않은 점, 그리고 뭐랄까? 여인의 ‘비운’ 같은 게 서려 있다고 할까? 낙선재는 볼모나 다름없이 끌려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고국으로 돌아온 고종의 외동딸, 덕혜옹주가 말년을 보낸 곳(정확히는 낙선재의 우측 끝 수강재)이다. 화려할 수가 없었던 타고난 운명이지 않았을까?

요즈음의 궁궐 나들이 때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바로 한복을 입고 출입하는 젊은 세대가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저렴한 입장료 때문인지, 한복 마케팅이 통하는지,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하였다. 좋은 현상 중 하나이다. 오래전 일본 교토에 갔을 때 기요미즈데라(청수사, 교토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문지) 앞에서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고 얼굴엔 회칠한 여성과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들은 관광객들과의 사진촬영을 은근히 기대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생각난다.

창덕궁의 회정당 전경,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주상태

창덕궁의 회정당 전경,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창덕궁 희정당은 왕의 생활공간이다. 즉, 편전으로 활용된 곳이다. 1917년의 화재로 복구할 때 경복궁의 강녕전을 이건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바로 입구에 자동차의 승하차를 위한 현관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또, 사진 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내부엔 근대식 화장실과 바로크풍의 가구를 배치했다는 사실이다.

소나무 사이로 거니는 시민들 ⓒ주상태

소나무 사이로 거니는 시민들

우리나라 대표 수종인 소나무 사이로 거니는 소녀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옛날의 궁궐 속 나인들의 모습이 이럴까? 종종걸음으로 심부름이라도 가시는가? 나들이 삼아 빨래골에라도 가시나?

강북구 수유리(수유 1동)에 가면 빨래골(북한산 둘레길 흰 구름길 구간,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북한산 칼바위 능선으로 이어진다)이라고 있는데 무수리들이 빨래하러 다녔다 해서 유래가 되었다 한다.

그녀들이 제법 먼 그곳까지 굳이 가서 빨래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여행자가 될 수 없었던 그녀들은 빨래를 핑계 삼아 힘들고 답답한 궁궐을 잠시나마 탈출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입구의 대문인 인정문을 박차고 들어서며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한 번 외쳐 보고픈 마음이 굴뚝같은 곳, 인정전에 들어선다. 박석이 깔린 어도를 따라 조용히 걸으며 임금님 행차하는 마냥 흉내는 내어 봤다. 좌우로 품계석에 따라 신하(좌측엔 무반, 우측엔 문반 즉 양반)들이 죽 도열해 있는 한가운데를 걸으며 조선의 왕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창덕궁 인정전은 창덕궁의 정전으로 왕의 즉위식이나 외국 사신 접견 등 국가의 공식 행사를 치르던 곳이다. 경복궁의 근정전에 해당된다.

포켓몬 고 게임으로 인한 안전사고 주의 안내 배너 ⓒ주상태

포켓몬 고 게임으로 인한 안전사고 주의 안내 배너

그러나저러나 막내 녀석은 어딜 간 거야? 해설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급기야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설마하니 이 드넓은 궁궐에서 숨바꼭질하자는 건 아닐 테고. 이때 눈에 띈 게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포켓몬 고 게임 안내용 배너! 이로써 녀석의 사심은 그만 들통나고 말았다. 보였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던 막내의 신출귀몰 소행의 사연인즉 포켓스탑(포켓몬 출현 장소)을 따라 왔다 갔다 한 결과였다.

돈화문 모습 ⓒ주상태

돈화문 모습

정문인 돈화문을 나서면서 다시 현실로 안착했다. 지난 겨우내 그 잠잠하던 궐내 풍경은 수많은 사람의 발길에 놀라 문득 봄이 오는 소리를 뒤늦게 깨닫고 말았을 터이다. 녹음이 짙어질 오뉴월 따뜻한 봄날에 다시 또 찾아오고 싶다. 그땐 또 확 달라진 모습 기대할 수 있으리~

■ 창덕궁 관람안내
○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99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홈페이지 : www.cdg.go.kr
○ 문의 : 02-3668-2300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