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마세요” 학대가 빚은 참극

최경

Visit379 Date2017.03.10 14:19

학대반대운동ⓒ뉴시스

방송작가 최경의 <사람기억, 세상풍경> (61)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 학대가 빚은 참극

새 학기가 됐다. 초등학교 입학예정인 아이들 중에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이 전국적으로 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 어디에 있는 걸까. 왜 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걸까?

장기결석아동과 초등학교입학대상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진 건 작년부터였다. 친부와 동거녀에게 학대를 당해오다 스스로 탈출한 11살 여자아이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리고 조사가 시작되면서 오랫동안 묻혀있던 잔인한 진실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2년 전, 3년 전, 학대로 아이를 죽인 뒤 유기하거나 암매장하고 뻔뻔하게 아무 일 없이 생활해온 비정한 부모들이 붙잡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왜 아무도 아이들의 죽음을 눈치 채지 못했을까? 왜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살아서 구할 수 없었나?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이 ‘친부모’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드러난 학대사건의 피해아동들은 대부분, 살아서 구출되지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낳아준 부모의 학대 속에서 유년을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 지옥 같은 집에서 아이들의 몸과 정신은 멍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참혹한 결과로 이어진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부부 토막살해사건. 범인은 바로 둘째아들이었다. 그는 명문대 휴학생으로 평소 온순하고 내성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부모를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한 걸까. 그와 면담을 한 심리학자는 그의 성장과정에 주목했다.

“부부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까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무관심하거나 폭발해서 폭력을 행사했고, 어머니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투사하면서 심리적인 압박을 했죠. 그러면서 스파르타식으로 교육시킨다며 매질은 물론이고 모욕을 주고 가슴에 상처를 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굉장히 능력이 많고 우수한 아이인데도 오히려 열등감이 많은 사람으로 성장했어요.”

그는 명문대에 진학할 만큼 성적이 뛰어난 우등생이었는데도 부모의 폭언과 정서적인 학대가 지속되면서 ‘벌레만도 못한 놈’, ‘한심한 존재’ 라고 생각하며 심한 열등감과 자살충동을 느끼며 성장했다. 사건이 벌어지기 며칠 전, 그는 어린 시절부터 당해왔던 학대사실을 열거하며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반항을 했다. 그때 어머니가 보여준 반응이 살인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줄줄줄 읊었는데 막상 어머니는 그걸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예요. 어머니가 ‘아, 내가 그런 적이 있었니? 참 미안하다’ 이 한마디만 했으면 됐는데, 오히려 비난을 하고 모욕을 줬던 겁니다.”

물론 극단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발생한 존속살해 사건의 상당수가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고 자란 것이 확인됐다. 부모의 양육태도가 자식의 인생 뿐 아니라 부모의 인생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친부모라고 해서 모두 자식을 애지중지 잘 키울 것이라고 과신하는 것 또한 금물이다. 적어도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사회적인 안전망과 감시망이 없으면 계속되는 비극을 막기 힘들다. 이것은 분명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비극이고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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