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민주주의 성지 '근현대사기념관'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7.03.09. 17:22

수정일 2017.03.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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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정신과 민주주의에 대해 기억하게 하는 근현대사기념관이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김영옥

독립정신과 민주주의에 대해 기억하게 하는 근현대사기념관이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강북구 우이동엔 3·1운동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5명이 배출된 봉황각(서울유형문화재 제2호)을 비롯해 독립운동과 건국의 초석을 다진 순국선열애국지사 16위 묘역(북한산 둘레길 구간 중 순례길 구간)과 민주화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국립4·19민주묘지가 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이 풍부한 이곳은 매년 3월과 4월이면 ‘독립’과 ‘민주’ 관련 행사가 많이 열려 이맘 때 즈음이면 찾는 이도 많아진다.

독립과 민주주의의 성지답게 지난해 5월엔 우이동 북한산 자락에 ‘근현대사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동학농민운동에서부터 4·19혁명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국립4·19민주묘지를 지나 조금 올라가다보면 오른편으로 지하1층과 지상1층으로 이루어진 아담한 규모의 ‘근현대사기념관’이 나온다.

1층 상설전시실 입구 오른쪽 벽엔 ‘선열들이 꿈꾼 나라’라는 문구와 함께 신채호 선생, 김구 선생, 이준 열사, 손병희 선생 등 이 땅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선열들의 가슴 속 절절했던 신념을 담은 글귀가 방문객을 먼저 반긴다.

근현대사기념관 1층 전시실 입구 ⓒ김영옥

근현대사기념관 1층 전시실 입구

상설전시실은 ‘짓밟힌 산하, 일어선 민초들’이란 테마의 A존, ‘시대의 마감, 민주주의의 마중’이란 테마로 영상이 수시로 상영되고 있는 미디어홀 B존, ‘우리가 사는 나라, 민주공화국’이라는 테마의 C존으로 구성돼 있다.

근현대사기념관 상설전시관 ⓒ김영옥

근현대사기념관 상설전시관

A존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을 시작으로 의병운동, 3·1운동, 독립전쟁 등 국내외에서 끈질기게 이어진 민초들의 항일투쟁의 면면을 볼 수 있다. ‘대한의 닭이나 개가 될지언정 원수나라의 신하가 되지는 않겠다’는 의병장 이석용의 외침이 그의 단호한 얼굴과 함께 가슴에 박혀 온다.

민중들이 나라를 위해 어떤 마음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는지 전시된 자료들을 살피며 천천히 발길을 옮기다보니 광화문광장에서 매주 끊이지 않고 밝혀지는 수많은 촛불을 든 이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믿고 바랄 것은 우리 스스로의 힘뿐이다’라는 구한말 순국열사 홍범식의 유서 중 한 줄이 뇌리에 박힌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면 늘 백성들이 나서곤 했다. 지금도 그렇지 않던가.

영상실 B존에서 상영되는 영상은 소년기에 8·15 해방을 맞은 주인공이 청년이 되어 4·19혁명을 직접 겪은 뒤, 체험으로 깨달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아버지에게 편지 형식으로 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벽면의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언제든 영상을 볼 수 있다.

해방을 맞은 대한민국은 전쟁과 분단, 부패로 다시 한 번 소용돌이 쳤고, 민중은 다시 분연히 일어났다.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헌법을 거듭 개정했고, 부정선거를 자행하며 독재 권력을 유지하려 한 부패한 정권에 맞서 학생과 시민들은 앞장서서 민주주의 수호를 외쳤다.

세계가 주목한 4·19혁명은 민주주의의 새벽을 연 의미 깊은 첫 걸음이자 기나긴 민주화의 여정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음을 C존에서 알리고 있었다. 한 줄의 글귀가, 한 장의 자료 사진이 참으로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덕원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김구 선생 초상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김영옥

덕원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김구 선생 초상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상설전시실을 돌아보는 내내 뜨거웠던 가슴을 안고 지상1층의 기획전시실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백범 김구와 함께 하는 독립운동 이야기’가 전시 중이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이야기가 이해하기 쉽도록 벽면 가득 애니메이션으로 채워졌고, 전시실 중앙엔 1876년 조선의 개항 시기에 태어나 동학농민운동, 의병활동, 애국계몽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활동 등 전(全) 생애를 독립운동에 바친 김구 선생의 초상화가 가득했다. 덕원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김구 선생의 초상화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학생들의 눈으로 새롭게 해석한 김구 선생의 모습이라서 이채로웠다.

근현대사기념관 앞뜰엔 독립민주기념비와 조형물, 김구 선생의 흉상이 전시되어 있다.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전국 네티즌들의 성금으로 제작된 ‘독립민주기념비’는 백범 김구 선생의 민족 사랑과 동학농민운동의 인본주의정신, 외세와 맞서 싸운 독립정신, 1960년 4·19혁명으로 지켜낸 민주주의 정신을 담고 있다. 독립민주기념비 뒷면에는 독립선언서 전문이 새겨져 있다.

시민들이 모은 기금으로 세운 독립민주기념비 ⓒ김영옥

시민들이 모은 기금으로 세운 독립민주기념비

순국선열들의 조용한 정원, ‘순례길’로의 초대

‘근현대사기념관’ 뒤쪽으로는 북한산둘레길 구간 중 ‘순례길’ 구간이 이어진다. 이곳에는 초대 국회의장을 지낸 해공 신익희 선생 묘역, 1호 검사이면서 을사늑약이 맺어진 뒤 고종에 의해 헤이그 밀사로 특파돼 일제 침략의 부당함을 해외 만방에 알리려다 이역만리 땅에서 순국한 일성 이준 열사 묘역,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으로 유명한 가인 김병로 선생 묘역, 국권회복을 위한 비밀결사대인 신민회를 조직했고 독립군 양성을 위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초대부통령 성재 이시영 선생 묘역, 중국각지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광복군으로서 일본군과 싸우다 순국한 광복군 합동묘역이 있다.

또한 3·1운동을 주도하고 성사시킨 의암 손병희선생 묘역과 일제강점기 교육자이자 계몽 운동가였던 몽양 여운영 선생 묘역, 3·1운동 이후 임시정부수립과 반탁민주운동에 헌신한 심산 김창숙 선생의 묘역이 있다. 순국선열 애국지사 묘역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3월이 가기 전, 근현대사기념관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뜨거워지는 것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경험시켜 주는 것은 어떨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독립, 자유, 평등, 민주’가 우리 선열들이 피땀 흘려 축적해 온 소중한 가치임을 알려 주자. ‘독립 운동가들이 꿈 꾼 나라’, ‘사월혁명의 투사들이 소원했던 나라’가 어떤 나라였는지를….

■ 근현대사기념관 안내

○ 관람시간 : 화~일요일 09:00 ~ 18:00 (관람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 휴관일 : 매주 월요일(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개관하고, 다음 평일에 휴관),

    1월 1일, 설·추석 연휴, 강북구청이 지정한 날

○ 관람료 : 무료

○ 찾아가는 길 : 서울시 강북구 4.19로 114 , 지하철 4호선 수유역 4·6번 출구

○ 문의 : 02-903-7580, 홈페이지(www.mhm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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