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봄을 기다리다

시민기자 방윤희

Visit529 Date2017.02.27 10:20

우수(雨水)가 지나고 봄의 문턱에 서 있는 요즘,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은 봄맞이를 하고 있을까? 3·1절을 앞두고 ‘소녀상’을 보고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일본대사관 앞으로 봄마중을 다녀왔다.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의미하는 상징물로, 정식 명칭은 ‘평화의 소녀상’이다.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만난 ‘소녀상’은 일본대사관을 지긋이 응시한 채 앉아있다. 소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짧은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입은 앳된 소녀! 슬픈 눈으로 쓸쓸히 앉아 있는 소녀 모습의 ‘소녀상’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군에 끌려갔던 14~16세 때를 재현한 것이다.

무릎담요로 온 몸을 꽁꽁 덮고 있는 걸로 봐선 아직 겨울이 가지 않은 모습이다. ‘소녀상’ 발밑으로 여러 다발의 꽃이 놓여있다. 그 중 연탄이 눈에 띄었는데, 혹여 추위에 떨고 있을 ‘소녀상’을 걱정하는 마음이 모인 것이다.

추위도 추위겠지만 ‘소녀상’은 추위보다 외로움을 견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녀상’ 옆자리에 빈 의자를 놓아둔 이유도 이곳에 앉아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공감해 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평화의 소녀상 발밑에 시민들이 갖다 놓은 꽃다발과 선물들 ⓒ방윤희

평화의 소녀상 발밑에 시민들이 갖다 놓은 꽃다발과 선물들

꽃다발과 나란히 ‘진실을 위해 여기 선 여성’으로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김학순, 김순덕, 강덕경, 배춘희, 백넙데기, 문필기, 김상희” 이 이름들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이다. 평화비에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쓴 평화비 문구와 함께, ‘1992년부터 이 곳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의 천 번째를 맞이하여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잇고자 이 평화비를 세운다’라 적혀 있다.

평화의 소녀상 옆의 평화비 내용  ⓒ방윤희

평화의 소녀상 옆의 평화비 내용

평화비 옆으로 바람을 막을 정도의 흰 비닐을 두룬 천막이 자리했다. 추운 날씨에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소녀상을 지키려 농성중인 대학생들이다. 이 날은 대학생공동행동 소녀상 철거 반대 농성 418일차를 맞은 날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1억인 서명 운동에 시민들도 동참하고 있었다.

소녀상 철거 반대 농성중인 대학생들의 비닐천막(좌), 서명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시민들(우) ⓒ방윤희

소녀상 철거 반대 농성중인 대학생들의 비닐천막(좌), 서명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시민들(우)

평화의 소녀상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만 위치한 게 아니다. 국민모금을 통해 전국 27곳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등 해외 3곳에도 세워져,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곳곳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만날 수 있다.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서대문구 대현문화공원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해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인근, 노원구 마들근린공원, 중구 정동길 등에도 소녀상이 있다.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앞, 학생들이 세운 `평화의 소녀상`ⓒnews1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앞, 학생들이 세운 `평화의 소녀상`

정동길 프란치스코회관 앞의 ‘소녀상’은 2015년 11월 3일 학생의 날에 학생들만의 힘으로 세워졌다. 53개의 고등학교 학생 약 1만 6,400여 명이 만들어냈다고 하니 더욱 특별하다.

사람들은 ‘소녀상’의 소녀가 춥지 않게 털모자를 씌워주고, 털양말을 신겨 주었다. 그렇지만 소녀를 춥게 만드는 건, 어쩌면 우리의 무관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인사동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에 비해 이곳 ‘소녀상’을 찾는 발길은 좀 드문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올해는 3·1절 98주년을 맞는 해이다. 3·1절은 1919년 3월 1일,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의 할머니이자 엄마이며, 언니이자 누나인 ‘소녀상’을 찾아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염원하고, 3․1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어떨까? 하루빨리 ‘소녀상’에 따뜻한 봄이 드리워질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1억인 서명 운동에 동참중인 한 시민 ⓒ방윤희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1억인 서명 운동에 동참중인 한 시민

■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안내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활동에 의해 전국 곳곳에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형태의 ‘소녀상’들이 세워졌다. 주한일반대사관 앞에 처음 설치한 김운성, 김서경 부부작가의 작품으로 시작해 국내 60여곳에 ‘소녀상’과 ‘평화의 비’가 세워졌고, 해외 3곳에도 세워져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 중 서울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평화의 소녀상’ 위치를 소개한다.(☞ 서울 곳곳에서 만난 소녀상 “나를 잊으셨나요?” )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 동일 작품은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노원구 마들근린공원 역사의 길, 성북구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앞, 동작구 흑석역 3번출구 옆, 구로구 구로역 북부광장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교정, 서대문구 대현문화공원, 중구 정동길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도 소녀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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