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토리 호호]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의 화원'...서울미술관 산책

여행스토리 호호

발행일 2017.02.16. 17:34

수정일 2017.03.21. 15:31

조회 3,308

서울미술관

호호의 유쾌한 여행 (32) 부암동 서울미술관 산책

부암동은 서울의 숨은 명소입니다. 서울의 중심가인 광화문에서 차로 15분이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에 이르는데 이곳이 바로 부암동입니다. 인왕산과 북악산, 그리고 북한산 사이에 위치한 곳이죠.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다운타운과 가깝지만 청와대와 인접한 탓에 개발이 제한됩니다. 그 덕에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고즈넉한 모습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마을 골목 사이사이 미술관도 있고 작은 갤러리와 공방, 카페, 식당 등이 숨어 있습니다. 서울 사람들에게는 멀리 가지 않더라도 작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곳입니다.

서울미술관

아름다운 정원과 미술관의 신선한 조화 ‘서울미술관’

서울미술관은 옛 모습을 간직한 부암동에서도 가장 감각적인 미술관으로 미술 전시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젊은 감각에 맞춘 다양한 기획전시와 석파정으로 연결되는 넓은 정원으로 사계절 모두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미술관입니다. 부암동 인왕산 자락의 비스듬한 언덕 지형을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나무 기둥이 중첩되어 서 있는 듯한 미술관 외관은 지하1층에서 3층 규모이며 3층에서 다시 언덕 위에 있는 석파정으로 연결됩니다. 석파정은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흥선대원군 별장 앞에 있는 작은 정자를 가르키는 이름입니다. 정자 옆에는 별장 건물이 단아하게 서 있습니다. 총 8채로 이뤄진 한옥은 경사면을 따라 단정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건물에 유난히 창이 많은데 주변의 수려한 자연 풍경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합니다. 별장 주변으로는 너른 품을 자랑하는 보호수와 너락 바위, 석탑 등이 있고 주변 산책로가 잘 가꿔져 있습니다.

미술관 외관

이곳을 걷다보면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또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합니다. 흥선대원군 별장은 왕족이 사용해 오던 것을 한국전쟁 이후 고아원과 병원으로 쓰이면서 여러 차례 주인이 바꿨습니다. 2008년 미술품수집가인 유니온약품그룹의 연병관 회장이 구입했고 이후 차근차근 준비를 해 2012년 미술관으로 개관했습니다.

서울미술관

미술관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신선한 기획과 파격적인 운영방침 등으로 눈길을 끕니다. 2015년 연간 1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 다른 일반 사립미술관들에 비해 3~4배의 관객을 끌여 들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평일인데도 젊은 관람객들이 많았던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침 열리고 있던 기획전의 테마도 젊은 감각이 돋보였지만 전시 흐름에 스토리를 입혀 관람객이 동화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작품 대부분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요즘 젊은 트렌드에 부합했습니다. 젊은 관람객들은 멋진 작품 앞에서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어 모바일로 바로 바로 입소문을 냅니다.

비밀의 화원

현재 열리는 전시는 <비밀의 화원>입니다. 영국의 유명 작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Frances Hodgson Burnett) 이 집필한 동명의 동화 ‘비밀의 화원’의 내용을 바탕으로 꾸며진 기획전입니다. 동화는 고집스럽고 폐쇄적인 성격의 주인공인 메리가 부모의 죽음 이후 머물게 된 고모부댁의 버려진 화원을 가꾸어 가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시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이 미술 작품으로 이루어진 정원을 통해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전시 제목인 ‘비밀의 화원’은 조선시대에 그림을 관장하였던 관청 '도화서(한자)'의 ‘화원(한자)’에서 그 뜻을 차용하였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비밀스러우면서도 화사한 화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작품을 통해 전달합니다. 비밀의 화원은 3월 5일까지 열립니다.

사임당, 그녀의 화원

감각적인 컨템포러리 아트는 고품격적인 A콜렉션 전시와도 연계됩니다. <사임당, 그녀의 화원>은 15세기 포도와 대나무, 산수화 등에 능했던 신사임당의 작품을 만납니다. 신사임당의 친정 오죽헌의 뜰에서 피어나던 맨드라미, 가지, 오이와 그 옆에서 노닐던 나비와 방아깨비, 개구리, 쥐 등 온갖 동식물들이 묘사된 여러 작품들을 통해 화폭에 담긴 ‘사임당, 그녀의 화원’과 조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임당 전시회는 6월 11일까지 열립니다. 겨울은 물론 만물이 소생하는 봄과도 어울리는 전시가 될 듯합니다.

■ 서울미술관 정보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11길 4-1
○ 가는길 : 경복궁역 3호선 3번 출구. 7018, 1711번 버스 이용 석파정정류장 하차, 10분 소요.
○ 입장료 : 9,000원(성인), 5,000원(어린이)
○ 운영시간 : 11:00~19:00, 10:30~18:00(겨울, 매주 월 휴관) 도슨트투어 이용가능.
○ 문의 : 02-395-0100 / www.seoulmuseum.org

함께 가볼만한 곳

자하미술관 : 서울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미술관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는 곳이다. 인왕산자락에 걸터 있다. 1-2층 2개 전시관으로 이뤄져 있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2층 테라스이다. 정원으로 꾸민 이곳에서는 건너편 북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꽃이 피든 눈이 오던 비가 내리든 날씨에 따라 매일 다른 그림이 이곳에서는 그려진다. 신진 작가들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가 개최된다. 등산하듯 미술관까지 올라가야 하지만 무리가 되는 거리는 아니다.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의 장소를 하나 숨겨둔 것 같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 / 02-395-3222
www.zahamuseum.com

무계원 : 부암동에 자리잡은 복합문화공간으로 과거 익선동의 서울시 등록음식점 1호인 오진암의 건물 자재를 이용해 지어졌다. 조선말 서화가 이병직의 집이기도 했던 곳이다. 1910년 경에 지어진 상업용 도시한옥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안평대군이 꿈을 꾼 도원과 흡사해 화가 안견에게 3일 만에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했다는 유서 깊은 곳이다. 자하미술관으로 향하는 인왕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2 / 02-379-7131
www.jfac.or.kr(종로문화재단)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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