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야 도시가 산다” 걷는 도시 서울

시민기자 한우진

Visit1,761 Date2017.02.14 16:27

`서울 차 없는 날` 세종대로 일대 보행전용거리 모습ⓒnews1

`서울 차 없는 날` 세종대로 일대 보행전용거리 모습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78) – 걷는 도시 서울 이야기

도시를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는 도로에 빽빽하게 들어찬 자동차들이다. 이들이 내뿜는 매연과 소음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은 기본적으로 두 다리를 갖고 걷는 생물이다. 아무리 도로가 편해도 걷기 불편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는 없다. 그래서 서울은 세계의 선진도시들처럼 걷기 편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철도역 중심의 도시개발을 위해선 걷기가 우선돼야

인구가 고령화되고, 도심공동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도심이 쇠퇴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점차 외곽으로 이주한다. 이미 서울시의 인구는 1,000만 명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도심에 여전히 직장이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변화는, 광역교통수요를 늘리고 자가용의 도심 진입을 증가시킨다. 교통에나 환경 측면에서 모두 불리하다. 그래서 현대 도시계획의 기본은 대중교통중심 개발(Transit-Oriented Development, TOD) 또는 압축도시(Compact City)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는 대형 교통결절점을 중심으로 고밀도 개발을 시행하고 대중교통과 걷기 편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좁은 땅을 넓게 쓰는 효과가 있고, 자가용의 수요도 줄일 수 있다. 이는 곧 에너지 절약과 환경오염 감소를 가져온다.

서울시에서도 서울역, 삼성역(영동대로), 수서역 역세권 개발 등 이 같은 관점에서의 개발(☞ 역세권 고밀도 개발 본격화한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철도역 중심의 개발에서는 보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걸어갈 수 있는 짧은 거리 내에서 모든 도시기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보행자가 자유롭고 편리하며 자동차에 위협을 받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조감도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조감도

걸어야 도시 문화 즐길 수 있어

문화의 발전은 모든 도시가 꿈꾸는 일이다. 삶의 질과 도시의 품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도 걷기는 필수적이다. 자동차를 타고 바쁘게 달려가거나 막히는 도로 안에 갇혀있을 때 도시의 문화가 발전할 수는 없다.

시민들이 여유롭게 길을 거닐며 문화를 체험하고, 역사와 첨단이 어우러진 장소들을 방문하면서 도시의 문화수준은 높아진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보행전용거리를 운영하고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체험, 전시 활동을 지원하여, 서울시 전체를 거대한 체험형 문화공간으로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화문광장 보행전용거리에서 열린 문화행사

광화문광장 보행전용거리에서 열린 문화행사

걸으며 마일리지도 쌓고 기부도 하고

티머니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마일리지가 쌓이는데, 걸으면 쌓이는 마일리지는 없을까, 라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 바로 `걷기 마일리지` 제도다.

서울시와 민간기업이 협업 중인 걷기 마일리지 제도는, 스마트폰을 가진 시민이 ‘워크온’이나 ‘빅워크’ 등의 앱을 설치하면 이용할 수 있다. 앱을 설치한 후 걷기를 하면 이동한 만큼의 걸음 수를 측정하여 그에 따라 할인쿠폰을 받거나, 사회취약계층에게 기부활동을 할 수 있다. 걷기를 통해 본인 건강도 챙기고,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소외계층에게 도움까지 주는 일석삼조의 걷기 활용법이다.

걷기 마일리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빅워크(좌), 워크온(우) 앱 화면

걷기 마일리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빅워크(좌), 워크온(우) 앱 화면

걸을 땐 방어보행

한편 걷기도 교통의 일종인 만큼 언제나 교통안전에 신경써야 한다. 특히 요즘은 전기차 같은 저소음차가 많아지고, SNS나 포켓몬고 같은 게임 등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가 많아져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보행 중 자동차와 충돌하면 보행자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자동차의 속도와 무게는 사람의 수 배 이상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는 보행자가 많이 찾는 생활권 이면도로의 제한속도를 30km/h까지 크게 낮추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보행자가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흔히 방어운전을 하라고 하는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차의 행동을 미리 예상하여 안전에 대비를 하라는 뜻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걷기에서도 ‘방어보행’이 필요하다. 경찰청이 알려주는 방어보행 3원칙은 ‘서다’, ‘보다’, ‘걷다’이다. 횡단보도에서는 일단 ‘서서’ 차를 확인하고, 걷는 도중에는 항상 차를 ‘보고’ 있어야 하며, 차 앞에서는 뛰지 말고 ‘걸어야’ 안전하다는 것이다.

걷는 도시 서울의 새로운 출발 `서울로7017`

그리고 올해 4월에는 이 같은 서울시 걷기 정책의 정점을 이룰 서울역 고가보도가 개통할 예정이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로7017로 명명된 이 사업은 단순한 건설사업이 아니다. 70년대 산업화 시대의 차량길을 21세기의 사람길로 바꾸고, 문화와 관광을 집결시켜 도시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려는 사업이다.

서울로7017 조감도

서울로7017 조감도

특히 서울역 고가에 17개의 보행길을 연결시키고, 5개의 도보여행 노선을 개발하며, 서울역 고가 주변을 보행특구로 만들어 서울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육성할 계획이다. 2005년 청계천에 이어서 12년 만에 서울시의 두 번째 문화, 환경, 관광의 대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서울로7017과 연결된 17개 접근로와 5개 도보여행길

서울로7017과 연결된 17개 접근로와 5개 도보여행길

그 일환으로 퇴계로 서울로(회현역 5번 출입구)부터 회현역 7번 출입구사거리 구간의 보행환경 개선 공사가 2월 16일부터 착공해 3월말 완료된다. 이는 서울로7017로 연결되는 남대문시장 구간으로 ▲보도포장 ▲한전지상기기 등 보행지장물 정비 ▲조업정차공간 조성 ▲교차로 횡단보도 확대 등을 통해 걷기 편하고 안전한 보행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퇴계로 보행환경개선 공사 구간. A구간(회현역4번출입구~티마크그랜드호텔), B구간(티마크그랜드호텔~회현역1번출입구), C구간(회현역7번출입구~남대문시장6번게이트), D구간(남대문시장6번게이트~회현역5번출입구).

퇴계로 보행환경개선 공사. A구간(회현역4번출입구~티마크그랜드호텔), B구간(티마크그랜드호텔~회현역1번출입구), C구간(회현역7번출입구~남대문시장6번게이트), D구간(남대문시장6번게이트~회현역5번출입구).

도심의 관광은 걷기가 핵심이다. 자동차를 타고 쓱 지나가는 식의 관광은 도시에 도움이 안 되고 관광객도 만족시킬 수 없다. 아기자기한 스토리를 가진 길을 따라 한가하게 걸으며, 도시의 문화를 체험하고 주변 상권에서 소비하는 식이 되어야 한다. 더 많은 ‘차량’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모여야 관광, 문화, 상업이 발달한다. 서울역 고가보도는 이 같은 변화의 기폭제가 되어 줄 것이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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