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소방관에게 직접 들어본 화재 대피법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17.02.10. 16:50

수정일 2017.02.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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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동탄 화재사고와 관련해 35층 이상 모든 건축물에 대해 긴급 불시 소방관리 점검을 실시한다. ⓒ김윤경

서울시는 동탄 화재사고와 관련해 35층 이상 모든 건축물에 대해 긴급 불시 소방관리 점검을 실시한다.

얼마 전, 동탄 복합쇼핑몰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 소중한 목숨까지 앗아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죠. 무엇보다 화재는 예방이 최선입니다. 오늘은 시민기자가 용산구 소방서를 찾아가 소방관에게 직접 화재를 예방하고 화재 발생 시 대피하는 방법을 물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익히고 평소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자세로 항상 조심해야겠습니다.

몇 년 전이었다. 순간적인 실수로 기름 냄비에 불이 붙은 적이 있었다. 순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불은 까만 연기와 매캐한 냄새를 풍기며 번졌다. 유독 가스를 조금 맡자 입과 코가 답답해지고 당황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행히 신발장에 있었던 소화기로 잘 대처를 했지만 그 기억은 불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았다,

쓰기에 따라 도움이 되거나 화마가 된다는 불. 화재를 예방하고 대피법을 알기 위해 용산 소방서를 찾았다. 수년간 현장 구급대원으로 일을 해오고 현재는 홍보 교육팀에 근무하는 강경섭, 김진옥 소방관과 만나 화재 시 대처 방법에 대해 배워보았다.

용산 소방서 김진옥, 강경섭 소방관 ⓒ김윤경

용산 소방서 김진옥, 강경섭 소방관

① 초기 소화 후 신고하고 피난 유도해야

불이 나면 사실 당황해서 무엇부터 할지 모르고 허둥대기 쉽다. 우선 소화기 등으로 초기 소화를 한 후,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 이후 비상벨을 누르거나 “불이야”를 외쳐 주위의 피난을 유도한다.

가정에 꼭 소화기를 비치하고 미리 점검해 놓도록 한다. 소화기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뒤집어 분말 약제가 굳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압력 게이지를 확인하여 적정 압력인 7~9kg/㎠ 녹색 지침에 있는 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평소 비상구 주변에는 장애물을 치워 놓아야 한다.

② 소화기를 사용할 때는 꼭 나갈 문을 등지고 뿌려야

분말 소화기를 사용하면 연기와 유독 가스가 겹쳐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 그래서 현관이나 출입문을 등지고 뿌린 후 빨리 나가는 것이 좋다. 프라이팬이나 냄비에 불이 붙으면 3미터 정도 간격을 두고 소화기를 벽으로 분사해 분말이 불을 덮도록 한다.

③ 물수건, 아니면 물티슈라도 챙겨야

충분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코를 막고 자세를 낮춰 대피한다. 특히 물수건은 산소를 주고 열기를 막는 등 대피할 때 꼭 필요하다. 만약 여유가 없다면 물티슈라도 뽑아 쓰는 것도 방법이다.

용산소방서 ⓒ김윤경

용산소방서

④ 소화기 구매 시 확인요령

소화기를 구매할 때 확인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압력게이지가 녹색 지침에 정상적으로 있는 지 확인하고 외관상 이상이 없는 것을 골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분말소화기의 경우 3종 분말소화약제를 구매하면 A,B,C급 화재에 사용가능하다.

⑤ 화재 원인에 따라 달라지는 초기 조치

전기적인 요인으로 불이 난 경우, 신속하게 119에 신고해 내용을 알려주면 유관기관인 한국전력이 함께 출동하게 된다. 신고 시 화재가 어디서 어떤 원인으로 일어났으며 현재 사람이 몇 명쯤 있는지 알려야 한다. 전기합선이라면 우선 차단기를 내려 전기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름을 사용하다 불이 난 경우 소화기가 유용하다. 냄비 등 발화가 작은 곳이라면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뚜껑이나 양배추 잎 등으로 덮어주면 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물은 사용해선 안 되는 것을 잊지 말자.

⑥ 전기콘센트 관리도 철저히

전기콘센트는 장기간 사용한 경우 미세먼지가 축적되므로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 문어발 형태의 전기콘센트는 위험하고, 낙후되거나 벗겨진 전선을 자체적으로 테이프로 때우지 말아야 한다.

⑦ 고층 건물 대피방법

점점 고층건물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 고층건물에서 대피방법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화재가 발생한 층 위치와 본인이 어느 곳에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50층 이상이거나 200미터 이상인 초고층 건축물의 경우 30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이 설치돼 있다.

불이난 경우 연기는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번지므로, 연기가 없으면 계단을 이용해 신속히 지상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다. 연기가 많이 퍼져 밖으로 피난이 어려울 경우엔 집으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막고, 옆집으로 피난할 수 있는 간이 경량 칸막이를 파괴하고 대피하거나 젖은 수건을 챙겨 대피하면서 소방대원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

⑧ 평소 안전체험 훈련을

김진옥 소방관은 평상 시 대피 장소를 알고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해 초기 소화와 신속 대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경섭 소방관은 시민안전파수꾼교육을 받아 심폐소생술 등을 익히고 평소 예방과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당부했다.

용산구 소방서에는 4층에 시민 안전 체험실을 두고 있다. 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단체가 체험한다. 개인도 신청이 가능하다.

직접 소화기, 소화전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시민 안전 체험실 ⓒ김윤경

직접 소화기, 소화전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시민 안전 체험실

안전 체험실 안으로 들어가니 소방복을 입고 소화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과 ‘열, 연기 체험실’이 눈에 띄었다. 소화기는 안전핀을 뽑으면 사용할 수 있지만, 의외로 손잡이만 잡고 당황해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침착하게 안전핀을 뽑고 호스를 조절해 물을 뿌리니 화면에 ‘화재진압 성공’이라는 멘트가 떴다.

‘열, 연기 체험실’은 어른이 들어가기에도 살짝 긴장이 됐다. 실제 화재와 다른 무해한 연기였지만 시야가 어두워 실제 발밑을 살피며 가기 어려웠다. 미로처럼 보여 마지막 문을 열면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버튼을 누를까 했는데 절대 엘리베이터를 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밖에서는 CCTV가 여러 곳 설치되어 안에서 혹시 모를 위험을 지켜볼 수 있다.

일반 아파트 복도에 있는 소화전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소화전에 있는 비상벨은 힘을 주어야 울린다고 했다. 소화전 아래쪽을 열어보니 호스와 밸브가 있어 사용할 수 있었다.

소방서 주차장에는 빠른 출동을 위해 출발 순서에 맞춰 소방차가 주차돼 있다. ⓒ김윤경

소방서 주차장에는 빠른 출동을 위해 출발 순서에 맞춰 소방차가 주차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4일 동탄 화재사고와 관련, 시내 35층 이상 모든 건축물에 대해 사전 통지 없이 긴급 불시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50층 이상 21개 건축물은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을 포함 서울시 직속 소방특별조사반을 편성해 전문적이고 철저한 점검에 나선다.

또한 유사한 사례가 없도록 스프링클러와 경보설비 작동을 집중적으로 점검, 적발된 시설은 입건과 과태료 부과 등으로 강력한 조치를 할 계획이다.

그리고 서울시는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는 공사장 용접작업 중 화재가 발생한 만큼 고층건축물 용접 사전신고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화재가 발생한 어린이 실내놀이터에 대해선 3월 31일까지 안전점검 및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매서운 추위에도 소방서는 추울 여유조차 없이 분주했다. 주차장조차 빠른 출동을 위해 출발하는 순서대로 소방차가 주차돼 있다.  취재 도중에도 긴급 연락을 받은 구급 대원들이 서둘러 출동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누구라도 목숨을 걸고 화마와 싸우고 싶은 사람은 없다. 소방대원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실상 시민이 작은 예방법을 실천하는 데 있다. 또한 그것은 우리 자신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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