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토리 호호] 문뜩 음악이 듣고 싶을 때, 여기 어때요?

여행스토리 호호

발행일 2017.02.09. 17:10

수정일 2017.03.21. 15:31

조회 1,798

당신이 좋아하는 음반은 어느 쪽 인가요?

당신이 좋아하는 음반은 어느 쪽 인가요?

호호의 유쾌한 여행 (31) 뮤직 in 서울

추운 겨울이면 거리마다 울려 퍼지던 유행가들이 떠오릅니다. 연말연시 분위기로 가득했던 90년대 거리의 음악들은 전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요?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에는 언제나 잘 나가는 음반 가게 하나쯤은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음반 가게에서는 그 시절 가장 유행하는 유행가가 흘러나왔습니다. 워크맨에 5,000원짜리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공부하는 것이 세련되었다고 믿는 시절이었습니다.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500원 유행가 악보를 사 모아 가수에 대한 의리를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정품 음악을 살 수 없었던 주머니 사정 가벼운 사람들을 위해 길거리에서는 리어카 장수가 몰래 불법복제한 테이프를 팔았습니다. 길거리 가득 흥겨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습니다.

음악을 CD나 카세트테이프로 함께 ‘소유’하는 시대에서 음원을 혼자 ‘듣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음악 듣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음악이 듣고 싶어졌습니다. 서울에서 음악은 어디에서 들을 수 있을까요?

아이돌 음반 및 포스터는 이곳에서! 뮤직 코리아

아이돌 음반으로 가득! 한류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공간

아이돌 음반으로 가득! 한류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공간

서울의 음악을 찾아 제일 먼저 들른 곳은 명동입니다. 거리마다 흥겨운 음악으로 가득했던 기억을 찾아 떠납니다.

뮤직 코리아가 제일 먼저 눈에 띕니다. 화장품 가게 3층에 위치한 곳이라, 이곳이 맞나 연신 두리번 거리며 오릅니다. 뮤직 코리아는 한류 아이돌 팬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외국인 손님도 꽤 많습니다. 가게 곳곳에는 외국어로 된 표지판도 붙어 있고, 종업원도 능숙한 외국어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이곳에서는 아이를 대신해 물건을 사러 온 엄마들이 어색한 모습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주인이 세 가지 CD 중 원하는 타입을 묻자, 엄마들은 ‘제일 잘 나가는 것 알아서 주세요.’라고 대답합니다. 주인은 ‘취향에 따라 나가는 것이 전부 다르니 알아서 하라’며 취향을 강조합니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엄마들만 발을 동동 구르며 그제야 아이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도 흥미로웠습니다.

가게 한편에서는 CD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멈춘 듯, 음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취향에 맞는 음악은 아니지만, 귓가에 닿는 음악이 마냥 시끄럽게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옛 추억이 느껴지는 명동 음악사

아직도 남아 있어줘서 고마워요

아직도 남아 있어줘서 고마워요

왠지 이곳에서만큼은 추억이 되살아날 것 같은 느낌에 찾아간 명동 음악사입니다. 근처에 있는 모든 가게들이 대형화되고, 프랜차이즈 상점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명동 음악사만은 굳건히 40년 동안 그 자리에서 명동 거리를 지켜왔습니다.

명동 음악사 내부에는 아이돌 가수들의 CD가 놓여 있습니다. 러브레터, 택시 등 90년대 유행했던 DVD들을 3장에 10,000원 할인해 판매하기도 합니다. 아이돌 가수의 포스터 뒤로 음악 앨범들이 빼곡히 꽂혀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 아이돌 CD를 구매하기 위한 장소로 변한 것 같아 씁쓸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CD를 가져다 놓아도 팔리지 않는답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다만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명동 음악사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제대로 된 음악이 듣고 싶다면, 스트라디움

거대한 스피커 모양의 스트라디움 외관

거대한 스피커 모양의 스트라디움 외관

이태원으로 향합니다.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공간으로 몸을 돌립니다. 스트라디움은 아이리버에서 만든 음악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1층의 사운드 갤러리에서는 홀로 음악에 집중할 수 있고, 2층의 스트라디움 스튜디오에서는 각종 강의와 공연이 이어집니다. 4층의 루프탑 라운지에서는 하얏트 호텔을 배경으로 차를 마시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스트라디움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사람을 경건하게 만듭니다. 조용한 성당에 혼자 문을 열고 들어간 것 같은 어색함이 느껴집니다. ‘어디로 가야 하지? 뭘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흰색으로 가득한 외벽에는 음악과 관련된 문구들이 가득 적혀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숨을 가다듬고 헤드폰을 귀에 걸었습니다. 순간 귓속으로 흘려들어온 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여유였습니다. ‘음악이 이렇게 좋은 것이었을까’ 스스로를 반문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귀가 호강을 넘어 사치한다는 느낌을 주었던 공간. 그 어떤 콘서트장보다도 더욱 한음 한음을 더욱 소중하게 아끼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삶에 음악 처방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입니다.

이제 서울의 음반 가게는 더 이상 한국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아이돌에 열광하는 일부 10대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쇼핑 장소였습니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은 더 이상 음반을 사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이제 서울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은 거리에서 함께 듣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의 기계 속으로 음악은 숨어 있습니다. 씁쓸하고 아쉽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언젠가 서울의 거리거리마다 음악 선율로 가득한 순간이 찾아올까요? 그렇다면 영화 ‘라라랜드’의 한 장면처럼 멋지게 춤을 추며 그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 여행정보
◯ 뮤직 코리아 : 중구 명동8길 52 삼영빌딩 3층 / 02-3789-8210 / www.musickorea.asia
◯ 명동 음악사 : 중구 명동길52 / 02-777-5035 / 10:30 ~ 22:00
◯ 스트라디움 : 용산구 이태원로 251 스트라디움 빌딩 / 02-3019-7500 / [화~토] 11:00 ~ 21:00 [일] 11:00~19:00(단, 월요일 매년 1월 1일, 설 연휴, 추석 연휴 휴무) / 기본 입장료 만원(4층 루프탑 카페 음료 포함) / www.stradeum.com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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