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꿈터'에서 바른 말 재미있게 배워요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7.01.23. 17:42

수정일 2017.01.23. 18:03

조회 1,896

매일 쓰는 말인데도 우리말을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여기저기서 막히기가 일쑤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표준어, 높임말 등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국립국어원은 우리말을 바로 쓰는 데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곳이다. 강서구에 거주하면서도 국립국어원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처음엔 잘 알지 못했다. 가끔 국어학자들의 세미나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린 것으로 미루어 국어에 관련된 중요한 연구를 관장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이다. 지난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을 편찬한 곳으로 잘 알려진 국립국어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국어 발전과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을 위하여 다양한 연구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국립국어원 1층에 개관한 우리말 꿈터 ⓒ우리말 꿈터

국립국어원 1층에 개관한 우리말 꿈터

‘우리말 꿈터’는 지난해 10월 한글날을 맞아 개관했다. 전문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이제 ‘국립국어원’을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곳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우리말과 우리글을 익히며 언어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체험공간이다. ‘헬조선’ ‘꽃중년’ 등 나날이 새롭게 탄생하는 신조어와 세대 간 사용 언어마저 다른 불통의 시대에 ‘우리말 꿈터’ 개관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우리말 꿈터 `지역 방언으로 노래하기` 체험장에서 팔도 방언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이들좌ⓒ우리말 꿈터 우ⓒ박분

우리말 꿈터 `지역 방언으로 노래하기` 체험장에서 팔도 방언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이들

국립국어원 1층 ‘우리말 꿈터’를 방문했을 때 어디선가 아이들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지역 방언으로 노래하기’라고 이름 붙여진 코너의 공간은 놀랍게도 마이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소규모의 노래방 시설까지 갖췄다. ‘귀염댕이 꼬마가 달구장에 가서…’ 노래방 모니터에 흐르는 자막이 제법 흥미롭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지역 방언에 대해 체험하고 있는 중”이라며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 강경림 주무관이 귀띔해 주었다. 팔도 지역 방언으로 개사한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방언의 친근함을 체험해 보는데 아이들에게 최고 인기 코너란다.

‘우리말 꿈터’는 ‘도전! 사전 탐험대’, ‘출발! 우리말 여행’, ‘안녕! 우리말’, ‘나도 우리말 지킴이!’ 등 크게 네 코너로 나뉜다. 각 코너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즐거운 게임을 벌이듯 네 코너를 돌며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대상이다.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참가자는 우선 ‘우리말 꿈터’ 활동지를 받고, 이후 활동한 것들을 활동지에 기록한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풀이로 낱말을 정의한 `나만의 뜻풀이 나무` 코너 ⓒ박분

아이들이 저마다의 풀이로 낱말을 정의한 `나만의 뜻풀이 나무` 코너

평소 잘 들춰보지 않던 두툼한 사전과 친해지는 ‘도전! 사전 탐험대’에선 사전이 정의하는 낱말의 뜻을 각자 새롭게 풀이해 ‘나만의 뜻풀이 나무’에 걸어보기도 한다. ‘하늘’을 ‘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파란 공간’으로, ‘우정’을 ‘친구와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풀이한 아이들의 맑은 동심이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는다. 모둠 활동 형식으로 우리의 속담을 몸으로 표현하고 맞춰보면서 우리말과 글에 대한 재미와 학습 욕구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우리말샘` 웹사전을 찾아보고 있는 학부모와 아이들 ⓒ박분

`우리말샘` 웹사전을 찾아보고 있는 학부모와 아이들

또한 지난해 10월에 개통한 '우리말샘' 사전에 대해서도 인터넷으로 살펴본다. ‘우리말샘’은 국립국어원이 개발한 신개념의 웹사전이다. ‘헬조선’ ‘꽃중년’ 등 시대에 따라 새롭게 탄생하는 단어들이 등재되는 ‘우리말샘’은 일반인 누구나 우리말샘 회원 가입을 통해 정보를 더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인터넷 상의 바른 언어예절을 배우는 코너 ⓒ박분

인터넷 상의 바른 언어예절을 배우는 코너

‘안녕! 우리말’은 언어예절과 인터넷 댓글 등에 대해 짚어보는 코너다. ‘손님, 커피 나오셨습니다’ ‘저희나라’ 등 일상생활에서 틀리기 쉬운 높임말 구별법과 바른 인사말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진 인터넷 댓글이 당사자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지시키며 마음을 담아 상대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댓글 달기도 진행하는데 자녀들의 언어순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족에게 마음을 전하는 엽서를 보내는 우체통 ⓒ박분

가족에게 마음을 전하는 엽서를 보내는 우체통

또, 사방이 가려진 공간에서 평소 가족이라도 좀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했던 말들을 나눠볼 수 있다. 주위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비치된 엽서에 담아 직접 우체통에 넣어도 본다.

‘나도 우리말 지킴이!’ 코너에서는 실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꿔 써보는 활동을 해본다. 가령 모니터에 ‘한강 고수부지에 나오니 바람이 시원하다’라는 문장이 뜰 경우 ‘한강 둔치에 나오니 바람이 시원하다’로 새로운 문장이 함께 제시된다. 한자어인 ‘고수부지’를 국립국어원에서 순화한 우리말인 ‘둔치’로 바꾼 예이다.

게임을 통해 띄어쓰기를 배워보는 `띄어쓰기 뛰어 보기` 체험장 ⓒ우리말 꿈터

게임을 통해 띄어쓰기를 배워보는 `띄어쓰기 뛰어 보기` 체험장

게임을 통해 어려운 띄어쓰기 법을 익히는 ‘띄어쓰기 뛰어 보기’놀이도 이채롭다. 낱말을 보고 띄어쓰기해야 하는 곳에서 화면 속 어린아이를 뛰게 하는 이 놀이는 게임을 통해 즐기면서 띄어쓰기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이 놀이는 ‘한글 창의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 작품이라고 한다.

이곳엔 국어에 관한 궁금한 것이 있다면 국립국어원에 직접 전화로 물어볼 수 있는 체험장도 마련돼 있다. 또한 이곳에 오지 않더라도 국립국어원에 전화로 직접 물어 궁금한 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가나다 전화(1599-9979), 카카오톡(@우리말365), `온라인 가나다`를 통해서 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아이들을 따라 왔다가 어깨너머로 저희가 더 많이 배우고 있어요.” 자녀를 데리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부모들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차례대로 체험을 하다 보면 우리말과 더욱 친해질 수 있다”고 국립국어원 강주무관은 조언했다. 지역 주민을 위한 명사 초청 강연과 문화 공연 행사도 우리말 꿈터에서 수시로 열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지하철 5호선 방화역 2번 출구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전담 강사가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며 참여시간은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이다. 관람은 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30분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전화 및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문의 : 02-2669-9728, www.kore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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