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엄마들', 뭉쳐서 더 용감했다!

시민기자 이상국

발행일 2017.01.17. 18:03

수정일 2017.01.17. 18:03

조회 1,173

`용감한 엄마들`의 곽설미, 안정하, 한희숙, 이정은 씨 ⓒ이상국

`용감한 엄마들`의 곽설미, 안정하, 한희숙, 이정은 씨

‘용감한 엄마들’이 뭉쳤다. 품앗이 육아를 위해 함께 모인 엄마들은 고민을 나누고 계획을 세워 도전한다. 사실 ‘뭉쳐서 더 용감했다’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품앗이 육아를 하는 아홉 가정의 엄마들은 무모하고 용감하게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매주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서울숲을 방문해 자연을 느끼고 체험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읽고 놀고 느끼며 마을에서 더불어 커나가는 법을 배운다.

엄마와 아이들이 숲에서 푸르게 자라나길 바라는 ‘용감한 엄마들’의 곽설미 씨를 서울숲 옆 다루 작은도서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Q. ‘용감한 엄마들’ 품앗이 육아 모임을 운영하고 계시죠? 서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고도 들었습니다.

A. 사실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었어요. 아이들 키우는 데 중요한 게 책, 독서, 숲, 자연, 놀이가 아닐까 생각해서 ‘애들아 서울숲에서 책이랑 놀자’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 공모를 통해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하는 생각보다는 그저 아이들이 재미있고 건강하게 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공모 사업을 진행하고 엄마들이 모여서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나아가 우리 아이가 자라날 마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러면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에 대해 굉장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봐요. 우리 안에 갖고 있는 줄 미처 몰랐던 새싹을 틔우게 해준 것 같아서 굉장히 감사해요.

용감한 엄마들은 서울숲 옆 다루 작은도서관에서 만나 책을 읽고 함께 작품을 만들며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 ⓒ이상국

용감한 엄마들은 서울숲 옆 다루 작은도서관에서 만나 책을 읽고 함께 작품을 만들며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

Q. ‘용감한 엄마들’이라는 이름이 인상 깊어요. 엄마는 위대하고 용감한 존재라고 생각하는데요, 공동육아 모임 이름을 ‘용감한 엄마들’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나요?

A. 실망하실 거예요(웃음). 왜냐면 저희가 계획서를 낼 때 1주일 정도 시간이 있었고, 구체적으로 세부계획을 세운 거는 3일 정도였어요. 우리가 이 시간 안에 작성해서 신청하는 것 자체가 용감하다고 생각했죠. 굉장히 무모하게 계획을 세우고 용감하게 시작했다고 해서 ‘용감한 엄마들’이라고 지은 거예요. 그런데 올 한 해 동안 이 이름이 굉장히 큰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어요.

아이들과 처음 마을장터에 참가했을 때 너무 힘들었는데 누가 사진첩에 ‘용감한 장터’라고 올린 거예요. 그 말이 고생한 거에 대한 위안이 됐던 거 같아요. 우리, 용감한 엄마들이지. 그래서 마을장터도 우리 용감하게 해냈어. 끝나고 나서 너무 힘들었다가 아니라 우리 진짜 용감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그 과정이 즐거워졌어요.

Q. <용감할 수 있는 용기>라는 그림책을 보니까 용감하려면 사람들에게 많이 도움을 요청해야 하더라고요. ‘용감한 엄마들’ 모임에서는 공모사업을 진행할 때 어떤 도움을 마을에 요청했는지 듣고 싶어요.

A. 우리가 이 사업을 ‘함께’하는 만큼 ‘아이들이 이웃과 함께 따뜻한 마을 안에서 자라났으면 좋겠다’라는 가치가 생겼어요. 아이가 동네를 지나다닐 때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인사할 수 있는 그런 아이였으면 좋겠고, 얼굴은 뻔히 아는데 그냥 휙 지나치는 게 아니라 서로 인사 나누며 지나갈 수 있는 동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 덕분에 다른 동네 주민들에게 관심도 더 생기고 말을 거는 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귀엽다”, “예쁘다” 이런 말을 듣게 되죠. 그러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였어요. 아이들 역할이 컸죠. 아이에게 서로 인사 나누는 따뜨한 마을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엄마들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난 여름, 마을장터에 참여한 용감한 엄마들과 아이들 ⓒ이상국

지난 여름, 마을장터에 참여한 용감한 엄마들과 아이들

Q. 품앗이 육아를 하기 전의 상황도 궁금하네요. 품앗이 육아를 하기 전에는 어땠나요?

A. 많이 배우고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울 때 막막한 부분이 많거든요. 아이를 키우며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 책은 이상향을 말하지만, 사실 실제로 보고 체험하지 않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한 부분이 많아요. 공동 육아를 하면서 다른 엄마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배울 수 있으니까 그 점이 좋았던 거 같아요.

모임에서 엄마들끼리 같이 가치를 공유하고 대화를 깊이 나누고 우리 아이에 대해 심도 있게 얘기를 하니까 육아에 대한 외로움도 많이 해소 되는 것 같아요. 많이 지쳐있던 육아 활동에 빛이 들어온 것처럼 지금은 반짝반짝 재미있게 아이를 키우고 있죠.(웃음)

Q. 품앗이 육아 모임을 하면서 엄마들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요?

A. 엄마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휘둘렀던 권위를 버리게 된 것 같아요. 권위를 버리니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고요. 많은 경우, 아이가 잘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걸 아이한테 강요해서 생긴 문제라는 것을 알았죠.

나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 동안 아이한테 잘 하려 했는데 그게 나의 욕심이고 자기만족이었다는 걸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진정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하는 물음을 던지며 계속 배워나가는 중이고요.

Q. 모임이 상당히 활성화 돼있다고 느껴지는데요, 모임이 끈끈하게 유지될 수 있는 배경을 꼽자면요?

A. 가끔은 어쩌면 이렇게 운이 좋아 좋은 사람들만 모였을까, 싶을 정도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요. 이를 테면 엄마들이 모이면 남편 흉을 볼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지 남편 입장에서도 생각해 주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공감도 같이 해줘요. 자신의 일처럼 아파해 주고 쉽게 누구를 비난하지 않아요. 서로 믿는 신뢰가 대단해요.”

Q. 앞으로 공동육아 모임을 계속 운영하면서 어떤 꿈을 그리고 있으신지요?

A. 책과 놀이, 자연에서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자랄 수 있는가에 대한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같이 알리고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있어서 훌륭한 선택지로 들어갔으면 좋겠고요. 궁극적으로는 우리 마을이 변화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듣고, 내 생각을 종합해서 잘 애기할 수 있고 그런 아이들이 커 나가서 지금보다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꿈이 있고 뜻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용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 품앗이 육아 모임인 ‘용감한 엄마들’에게도 그러한 모습들이 많이 느껴졌다.

용감한 엄마들을 인터뷰하며 용감할 수 있는 용기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정답인지 찾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느낀 건 ‘좋은 사람’에 대한 생각이다. 서로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사람과 함께 모이는 것, 어쩌면 이것이 ‘좋은 사회’라는 공통의 지향점을 이룰 수 있는 지름길 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서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는 2월 3일까지 ‘2017 부모커뮤니티 활성화 지원 사업’ 신청을 받는다. 서울시는 올해 약 150여 개 모임에 총 3억 원을 지원하며, 모임별 지원액은 최대 200만 원이다. 활동분야는 ‘부모교육’ ‘자녀교육’ ‘건강증진’ ‘문화프로그램’ ‘지역봉사’ 5개 분야다.

문의 :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www.seoulmaeu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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