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도 걱정 없이 설 준비하는 법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7.01.10. 17:04

수정일 2017.01.10. 18:19

조회 1,504

생협의 채소들은 가격도 저렴하지만 모두 친환경 농산물이다 ⓒ이현정

생협의 채소들은 가격도 저렴하지만 모두 친환경 농산물이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64) - 설 장보기와 선물 준비는 생협에서

설 물가가 심상치 않다. 설을 보름 정도 남겨둔 현재, 달걀은 이미 한판에 만 원 이상, 무 한 개에 4,000원, 배추나 양배추 한 통에 5,000원 선, 당근은 1kg에 6,000원을 훌쩍 넘겼다. 한 단 3,500원 선인 대파는 물론, 깐마늘과 같은 기본 양념류도 30% 이상 올라 채소만 몇 개 담아도 만원이 훌쩍 넘는다. 평년 대비 2~3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한우도 20% 이상 올랐다. 돼지고기도 7.5%, 수산물 가격도 10~20% 가까이 올랐다. 해마다 설이나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슬그머니 오른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올해는 그야말로 ‘미친 물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일반 슈퍼의 달걀 코너. 달걀 15구에 7,600원으로 보다 저렴한 한 판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현정

일반 슈퍼의 달걀 코너. 달걀 15구에 7,600원으로, 보다 저렴한 한 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이처럼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년 가격 그대로 식료품과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친환경 상품이 반값? ‘소비자 생활협동조합’

‘농약 없이 건강하게 키운 무 한 개 1,500원, 양배추 한 통 2,400원, 대파 500g 2,150원, 한우 등심도 600g 38,800원’.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인 한살림에서 산 가격이다.

한우 등심도, 돼지고기나 수산물 가격도 올랐다지만, 한살림을 비롯한 두레생협, 행복중심생협과 같은 생협에선 여전히 평년가 수준으로 살 수 있다. 채소류는 시중가의 반값 이하, 그 외 품목은 대략 10~20% 이상 저렴한 셈이다.

시중가보다 저렴한 건 둘째 치고, 유기 재배나 무농약 재배로 안전하게 키운 것들이라 만족도는 더욱 높다. 달걀의 경우도 항생제, 산란촉진제, 성장호르몬제를 넣지 않은 무항생제 사료를 먹고 쾌적한 환경에서 자란 닭들이 낳은 유정란을 일반 달걀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시중 유정란 가격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저렴하다는 얘기다.

정육, 제빵, 수산 코너들을 별로로 운영하는 쾌적한 생협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현정

정육, 제빵, 수산 코너들을 별로로 운영하는 쾌적한 생협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살림, 두레생협, 행복중심생협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건강을 해치는 농약이나 화학첨가물과 같은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던 소비자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뜻을 함께하는 생산자들이 안전하게 키우고 만든 친환경 물품을 직거래해 왔다.

물품 선정에서부터 판매 금액 책정, 생산 물품과 생산지 점검까지 모든 과정을 소비자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해왔다. 지난 20~30년간,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 외 유통마진을 취하지 않고, 안정적인 가격으로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물품을 공급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이러한 운영 원칙 덕분이다.

이들 생협은 소비자 협동조합이니만큼, 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만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출자금(보통 3만원 이하)을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는데, 조합 탈퇴 시 돌려받을 수 있다. 3천원 이하의 가입비를 받는 생협도 있다. 또한, 대부분의 생협에서는 신규 조합원을 위한 교육도 준비되어 있으니 잊지 않고 참여하도록 하자. 협동조합이니만큼 조합원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사를 개진하는 것이 좋다.

지난주, 정부는 달걀 대란에 대한 대책으로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달걀을 수입하며 관세를 면제하고 항공운송비 50%를 지원하기로 한 것.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과연 믿고 먹어도 될지, 검역 절차 단축으로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건 아닐지, 수입 균형을 깨뜨려 애꿎은 생산 농가의 피해만 더욱더 부추기는 건 아닌지, 몇 달만 참으면 될 일을 세금 낭비다라는 얘기까지 쏟아져 나온다. 어찌 되었거나 이번 설에는 계란까지 수입품이 아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듯싶다.

설 장보기는 물론, 명절 선물 준비도 사회적 경제 기업에서

차례상 음식 준비도 준비지만, 설 명절 선물은 어떤 것으로 골라야 할 지도 고민이다. 물론, 설 선물 또한 생협에서 준비하면 좋다.

한우나 육포 같은 정육 제품부터, 굴비, 대하, 옥돔, 멸치, 김 등 수산물, 각종 과일이나 견과, 버섯류, 기름이나 천연 양념류, 홍진단이나 홍삼, 경옥고, 녹용액, 꿀, 도라지청, 흑마늘 같은 건강보조식품, 와인이나 전통술은 물론 한과, 우리밀 과자나 케이크, 각종 차와 음료, 옻칠이나 도자·유기 제품들, 천연염색 제품, 화장품이나 각종 목욕 세안 용품들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두레생협의 경우는 공정무역 제품들도 취급하고 있어, 마스코바도나 커피, 버진코코넛오일, 올리브유 등의 선물세트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한살림과 같은 생협의 명절선물은 지난 30여 년간 해마다 개선되고, 소비자 조합원들이 직접 이용하며 검증된 것들이라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홈페이지에서 주문할 수도 있지만, 매장에서 직접 골라도 된다. 한살림의 경우, 매장 근무자들이 모두 한살림 물품을 이용하는 조합원이라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살림 매장에 각종 건강보조식품들이 설 선물세트로 준비되어 있다. ⓒ이현정

한살림 매장에 각종 건강보조식품들이 설 선물세트로 준비되어 있다.

커피나 차, 초콜릿, 너트류 등을 선물로 준비할 계획이라면 이왕이면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는 좋다. 공정무역은 경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빈곤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시민운동이자 사업이다.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몫을 지불하고 기회를 제공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데, 국내에도 다양한 공정무역 단체들이 있다. 현재 아름다운커피에서는 2017 설 선물세트 기획전이 진행 중이며, 기아대책 행복한나눔(비마이프렌드), 아시아공정무역 네트워크, 한국 YMCA 피스커피, 얼굴있는거래 등에는 상시 선물세트가 판매 중이다. 가까운 매장을 찾아 구입해도 되지만,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또한,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영업활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선택해도 좋겠다.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을 일일이 찾아 확인하기 어렵다면, 여러 사회적 기업들의 상품들을 소개하는 전용 쇼핑몰인 이곳에몰(www.ekose.co.kr), 행복나래장터(www.happynaraemall.co.kr) 등을 이용하면 편하다. 이들 제품들을 직접 보고 구입하고 싶다면, 가까운 ‘스토어 36.5’매장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매장 위치는 ‘e-store 36.5’에서 확인하면 된다.

서민들의 주머니는 갈수록 얇아지는데, 생활 물가는 치솟는 이런 상황은 언제쯤이나 나아질 수 있을까? 조금이나마 저렴한 매장을 찾아 이용하란 얘기도, 갑자기 튀어나온 특단의 조치도,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순 없다. 시민 경제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대안을 찾는 제대로된 정책, 꾸준히 지속되는 정책이 시행되길 기대해 본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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