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기 유행' 일상의 이름으로 돌아온 한복

서울시설관리공단

발행일 2017.01.13. 14:35

수정일 2017.01.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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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복 입기가 유행하고 있다. 고궁에 가면 한복 차림으로 산책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띌 뿐만 아니라 한복을 입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복이 생활복으로 돌아올 조짐으로 보기에는 성급하지만 오랫동안 관심 밖으로 밀려있던 한복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의미있는 변화이다.

한복의 역사에 한 획이 될 수 있을까

한복은 비싸고, 불편한 옷이라는 편견 속에서 점차 일상생활에서 멀어졌으며 특별한 날에만 꺼내 입는 예복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옷장에서도 점차 사라지면서 드라마나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유물 같은 존재로 여겨질 위기에 처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러한 인식에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능성을 강조한 파격적인 디자인이 시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으며 맞춤한 것 같은 한복을 합리적인 가격에 대여할 수도 있다.

전통한복을 현대적인 패션으로 재해석한 한복들이다. 한복을 ‘조선시대 의복’으로 좁게 해석하면 이런 흐름이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조선시대의 의복도 시대의 상황에 따라 형태의 변화가 있었다. 조선초기의 한복과 후기의 한복을 비교하면 그 변화는 확연해진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복 바람을 두고 ‘전통문화의 계승’이니 하는 수사를 붙이는 것은 아직 욕심에 불과하다. 지금,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한복이 한복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순간이 될지 잠깐 동안의 해프닝으로 끝날지는 좀 더 시간이 흘러보아야 알 일이다.

전통 의상도 생명을 이어가려면 진화가 필요하다. 한복 역시 시대에 따라 조금씩 그 형태에 변화가 있었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변화의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이런 단절이 없었다면 치마길이가 짧아지는 등 한복의 변화는 좀더 일찍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옛날 이화학당 여학생들의 사진만 봐도 종아리 길이의 치마를 입고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의 한복은 지나치게 ‘옛것’의 아름다움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한창 활발하게 불고 있는 한복의 변신이 반가운 이유이다.

일상복의 기억 속에 한복이 있었다

적어도, 한복이 더 이상 일상생활 속에서 멀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은 가져봄직하다. 1970년대 전까지만 해도 한복은 생활복에 가까웠다. 그 시절에는 옷을 짓는다는 말은 곧 한복을 짓는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1970년대 들어서면서 의생활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왔다.

서양옷이 우리의 평상복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 한복은 어머니들이 외출하는 날이나 명절 때 등장하는 특별한 옷으로 바뀌어가면서 한복집들은 OO라사, OO양복점, OO양장점으로 바뀌어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간판을 내리지 않고 꿋꿋하게 한자리를 버텨낸 곳들이 있다. 종로의 종로4가지하도상가와 종오지하도상가에는 오래된 한복점포들이 즐비하다. 이곳에서는 수십년씩 손바느질을 하며 한복을 지어온 사람들이 운영하는 한복가게가 즐비하다. 게다가 좋은 원단으로 짓고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단골고객들이 20년 30년씩 변함없이 찾아오는 이유이다.

또한 종로4가지하도상가에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좀더 현대화된 한복을 취급하는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십 년째 손바느질로 한복을 지으며 한복의 전통을 지켜온 어르신들이 있고 또 한편에서는 서양복에 생활복의 지위를 내어준 한복을 다시 생활복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전통을 지키는 심지와 변화를 추구하는 패기가 한데 어우러져 한복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복사랑 한덕선 대표

1. 종오지하도상가 ‘한복사랑’ 한덕선 대표

손바느질로 전통한복의 외길을 걷다

그의 젊은 시절, 이웃의 한복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바늘을 집은 것이 계기가 되어 45년째 바늘을 놓지 못하고 있는 이가 있다. 45년째 한복 한길을 걷고 있는 한덕선 대표이다. 그의 매장에 걸려있는 옷들은 한땀한땀 손바느질로 지은 한복이다. 염색도 직접 한 것들이라 색깔도 곱다.

“70년대 초에 이웃의 한복하는 집에 놀러갔다가 장난삼아 바늘을 집어든 것이 오늘까지 왔어요. 그때 바느질을 가르쳐 주었던 선생님이 육영수 여사의 한복을 짓던 분이었어요. 그분 아래서 굉장히 오랫동안 배웠습니다.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신 후에는 큰따님이 어머니옷을 고쳐서 입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나요”

이런 인연이 질기게 이어지면서 나중에는 대통령 부인의 한복을 직접 짓는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그는 45년째 전통한복 짓기에 매진해왔지만 뜻밖에도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입는 생활한복에도 애정이 깊었다.

한복사랑 한덕선 대표

“세상의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전통은 전통대로 가치가 있고 아름답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입는 퓨전한복도 내 눈에는 똑같이 예뻐 보여요. 내가 전통한복을 한다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전통을 고집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나처럼 전통한복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한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복이 600년 넘게 전통복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시대의 요구와 상황에 따라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음을 돌아보면 지금의 변화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복 짓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처음에 한복을 지을 때는 이 옷을 입고 결혼하는 신부들이 행복하게 잘 살라고 기도하며 옷을 지었어요. 한참 바느질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곤 했지요”

한복짓기 45년째,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지은 한복을 입은 사람이 예쁠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염색을 직접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예쁜 색을 낸 옷감으로 예쁘게 입히고 싶은 욕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진다며 웃는다.

그의 손을 거쳐간 옷들이 주인의 운명까지 바꾸어주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땀한땀에 담긴 정성은 입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2. 종로4가 지하도상가 ‘모란나비한복’ 강경리, 홍초롱 공동대표

한복의 무한변신, 젊은 취향을 저격하다

모란나비한복 대표

생활한복은 한복업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한복 고유의 모양새를 변형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춘 전통의 진화라는 의견도 공존한다. 한복의 전통을 지키되 생활복으로서의 한복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한복을 짓기 시작한 젊은이들이 있다. 대학에서 한복을 전공한 후 20대의 젊은 나이에 모란나비한복을 운영하기 시작한 강경리, 홍초롱 대표의 이야기이다.

“한복의 전통은 살리되 20~30대 젊은층이 공감하는 한복을 만들고 싶었어요. 전통한복의 전형적인 배색을 탈피하여 기존의 한복에는 없는 색감과 프린트로 강렬하고 모던한 느낌을 살렸어요, 원단도 레이스 등과 같은 젊은 감각을 반영했습니다”

이런 한복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예쁘다고 공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비판도 있었다. 강경리 대표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전통한복과 구분 짓기 위해 생활한복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옷을 짓는 방식은 한복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을 생활 속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한복을 만들고 싶었어요. 전통이 편안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다행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혼 예복으로 찾는 신혼부부들도 있다. 특히 요즘은 20~30대를 중심으로 한복입고 해외 여행가기가 유행하면서 생활한복의 활동도가 더욱 넓어졌다.

한때는 한복을 짓는 것은 나이 지긋한 한복 연구가들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 탓에 젊은이들이 겁 없이 뛰어들기 힘든 분야였다. 하지만 요즘은 젊은이들 사이에도 한복매장을 창업하는 사례들이 많아졌다. 강경리 대표는 ‘생활한복의 선두주자’라는 말은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비슷한 컨셉의 생활한복을 만드는 젊은 창업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의 성공이 한복을 만드는 젊은이들에게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전통한복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한복이 외면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복의 특성을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나가는 시도가 있어야 ‘유물’이 아닌 ‘패션’으로 생활 속에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3. 종오지하도상가 ‘송림주단’ 허흥숙 대표

내 몸에 꼭 맞춘 듯한 한복의 호사를 누리다

송림주단 허흥숙 대표

가장 최근에 한복을 입어본 것이 언제인가. 대부분 10년 20년 전의 결혼식이 아니었을까. 어쩌다 한복을 입어야 하는 행사가 있어도 이런 저런 타협 끝에 결국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나서기 일쑤이다. 봄이 다르고 가을이 다를 정도로 트렌드가 바뀌는 시대에 10년 20년 전에 입었던 한복을 다시 꺼내 입는 데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때마다 철마다 한복을 맞춰 입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럴 때 대안은 ‘대여’이다. 남의 옷 빌려 입은 듯 어설픈 한복이 아니라 내 몸에 꼭 맞춘 듯한 한복이면 금상첨화이다. 종오지하도상가에 입점해 있는 송림주단이 그런 곳이다. 허흥숙 대표가 운영하는 송림주단은 한복 맞춤대여점이다.

대여한복이라고는 하지만 공장에서 싸구려 원단으로 대량 생산한 한복이 아니라 모두 직접 디자인하고 손바느질을 거친 한복들이라고 강조한다. 한복대여점에서 직접 한복을 짓는 것은 드문 경우에 속한다. 허흥숙 대표가 20대부터 한복을 배워 25년째 한복 짓기를 해온 덕분이다.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아니라 한복 전문학원을 다니며 제대로 코스를 밟았다.

현재 운영하는 한복점도 그가 10년 넘게 직원으로 근무하며 한복을 지었던 곳이다. 전 주인이 사정이 생겨 매장을 처분하면서 평소에 한복 짓는 솜씨를 눈여겨보고 인수를 권유했다고 한다.

송림주단 허흥숙 대표

“고객들이 예식을 마치고 와서 한복이 고와서 하객들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말씀하실 때가 제일 기쁘고 뿌듯해요”

허흥숙 대표는 대충 흉내만 낸 한복을 입힐 수 없다는 고집으로 맞춤한복 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에게 어울리는 색감과 소재, 고객의 체형에 맞춤 수선한 한복이라는 점에서도 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출처 : 매거진 G:HA[지하] 06호(서울시설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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