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

최경

발행일 2016.12.30. 13:48

수정일 2016.12.30. 13:49

조회 2,175

노을ⓒnews1

방송작가 최경의 <사람기억, 세상풍경> (52) 대한민국 출세이야기 2 - 출세의 함수, 운칠기삼

제복을 입은 장군이 광화문에서 이순신장군 동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견장엔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은 호감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장군이 한 아이에게 말을 붙였다. 아이는 신기한 듯 활짝 웃으며 대답했고, 옆에 앉아있던 엄마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장군이 지나가고 나서 아마도 아이에게 그랬을 것이다.

“저 장군님 얼마나 멋지니? 너도 커서 저런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하지 않겠니?”

장군은 근처 특급호텔 커피숍으로 갔다. 모두 그에게 예를 갖췄고, 불편한 것이 없느냐고 정중하게 물었다.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는 장군의 표정은 무척 여유로워보였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거리에 나선 장군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인도 한쪽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1분도 안돼서 근처 빌딩의 경비원이 뛰어와 장군의 상태를 살폈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괜찮으시냐고 말을 걸고 누군가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모두 그를 걱정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 다음날, 한 허름한 차림을 한 노숙자가 쓰러졌다. 1분, 2분, 3분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그를 그냥 지나쳤다. 흘깃 쳐다보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장군과 똑같이 특급호텔 커피숍에 들어가려 했지만, 입구에서 차단당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를 피했다. 장군과 노숙자, 그들은 실은 한 사람이었다. 더 이야기를 하자면 오랫동안 노숙생활을 하다 얼마 전부터 자활을 시작한 사람이 장군 제복을 입고 실험에 참여한 것이다.

출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시도한 제작진의 실험이었다. 제복을 입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은 너무도 달랐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두 개천에서 용이 나길 바라고, 억울하고 서러우면 출세하라는 말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출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출세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고 여긴다. 운칠기삼(運七技三), 노력하는 사람보다는 운을 타고난 사람이 출세한다고들 믿는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운이 좋아 출세를 하고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인다. 누구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편하게 살고 누구는 흙수저로 태어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 위로 오르는 사다리를 탈 수 없다. 특히나 요즘 뉴스에 매일 오르내리는 출세한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것을 실감하게 된다. 정말 이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인 걸까? 그렇다면 노력 따위를 해서 뭘 하겠는가? 이에 대해 국회의원 출신으로 소설가이며 역술가이기도 한 이철용씨의 당시 인터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조폭이나 검사나 사주를 보면 비슷한 기운이 있어요. 한쪽 기운에 몰려 있을 때 출세를 하고 아님 그 반대가 되고...사주가 극과 극으로 가요. 천재냐 바보냐, 재벌이냐 거지냐, 철학자냐 노숙자냐, 검찰이냐 조폭이냐 중간이 없어요. 권력자나 권력을 못가진 자나, 조폭이나 검사나 다 광야의 사주거든요. 광야에서 살아남는 자는 큰 넓은 대지를 장악하는 거고 광야에서 쓰러진 자는 노숙자 신세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기회란 준비된 자의 몫이에요. 준비하지 않고선 아무 것도 될 수 없는 겁니다.”

준비되지 않은 자가 운을 믿고 욕망을 좇으면 출세를 하더라도 얼마 못가 패가망신 한다. 적어도 그것 하나만은 믿고 싶다. 그래야 아무것도 없는 보통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세상은 그래도 공평하다고 위안을 삼으며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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